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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490년 페르시아 군대가 그리스의 아테네를 공격하려고 진군할 때 그리스의 아티카 지방 동쪽의 마라톤 평야에서 아테네 군대와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는 아테네의 승리로 끝났다. 


이 반가운 승전보를 아테네 시민들에게 알려 주려고 한명의 전령이 전투장에서 아테네 시내로 죽을 힘을 다해 달려갔다. 


그 거리가 42.195 Km였다. 


지금까지도 인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마라톤이란 경기는 이렇게 마라톤이란 평야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전령이 뛰어간 그 거리가 지금도 마라톤의 공인 거리가 된 것이다. 


26.2마일.


이렇게 그리스에서 생산된 인류문화유산이 어디 마라톤 뿐이겠는가?


서양철학의 시조라고 불리는 소크라테스, 아카데미란 대학을 설립했던 플라톤, 플라톤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 의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모두 그리스인들이다. 


인간의 행동 원칙을 바로잡는 역할을 유대인은 종교에 맡기고, 그리스인은 철학에 맡기고, 로마인은 법률에 맡겨다고 할 만큼 그리스는 지성과 문화의 나라였다. 


철학 외에도 수학, 과학의 기초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고 예술과 토목 기술의 공헌도 빼놓을 수 없다. 


민주주의와 서양의 가치관이 그리스란 뿌리에서 생성되었다고 봐야 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출현했을 때는 에게해 주변은 물론이고 멀리 이집트와 지금의 인도까지 영토를 확장하여 헬레니즘의 꽃을 피운 때도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소개하는 사도 바울의 초대교회 성도들을 향한 편지들도 그리스어로 기록되어 나중에 성경에 편입되었고 그리스-로마 문화권을 따라 민들레 꽃씨처럼 복음도 퍼져 나가지 않았는가?


그러나 한 도시 국가가 서서히 부흥하여 3개 대륙을 제패하는 로마제국의 등장으로 그리스의 영화는 쇠퇴하기 시작했고 동로마제국의 오랜 지배 끝에 오스만 투르크의 침략을 받아 또 터키의 지배를 받는 정치적 불운을 겪어야 했다.


1974년에서야 국민투표를 통해 군주제가 폐지된 후 의회 공화국이 탄생되었고 2001년에는 유럽연합의 전신인 유럽공동체의 12번째 회원국이 되었다.


지금 디폴트에 빠진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인 독일과 그리스의 악연은 세계2차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의 히틀러가 불가리아 국경을 통해 그리스에 쳐들어 온 이듬해 그리스군은 숫적 열세에 밀려 항복하고 마침내 독일 점령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독일점령 시대에 그리스는 30만 명이 기근으로 숨졌고 13만 명이 독일군에 의해 처형됐다고 한다. 


독일군 1명이 그리스인 150명씩을 처형한 셈이었다. 


또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120만명의 노숙자가 생겨났고 그리스 보유의 금덩어리를 대출이란 명목으로 모조리 빼내 나치의 북아프리카 침공의 자금원으로 사용했다. 


이러니 그리스 국민들이 독일이란 말이 나오면 거품을 무는 이유를 알 것 만 같다. 


‘유럽판 한미관계’인 셈이다.


시방 그리스 정부는 2차 대전 당시 독일이 강제로 대출해간 금덩어리와 누적이자까지 합치면 그리스가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구(IMF)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2,400억 유로와 맞먹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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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술 더 뜨는 그리스인들도 있다. 


지금 유럽의 모든 문명이란게 그리스의 수출품이라고 봐야 한다면 그리스가 떠안은 부채는 그것과 비교가 안 되는 새 발의 피라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지금 세계 언론들은 그리스를 때리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 


“부자나라가 부도나라가 되었다”느니, “부패와 게으름이 국가부도를 불렀다”느니 이러쿵 저러쿵 동네북처럼 얻어맞는 신세가 된 그리스. 


그러나 채권국가들의 제안을 국민투표로 막아내며 두둑한 뱃장으로 버티고 나오자 오히려 그리스의 EU 탈퇴를 염려하면서 막강한 독일, 프랑스가 슬며시 미소작전을 펴기 시작하는 눈치다.


이 디폴트 위기를 잘 넘기고 그리스 역시 유럽연합의 한 일원으로 빨리 체면회복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야 그리스도인들이 즐겨 찾는 ‘바울의 성지’라고 일컫는 소아시아 성지순례, 즉 터기-그리스 여행이 타격을 받지 않고 계속될 수 있을 테니까.


파르테논 신전 하나 잘 붙잡고 있으면 먹고 사는 문제엔 별 걱정이 없을 것 같았던 관광대국 그리스가 빚쟁이들에 내몰려 저 모양이 되다니... 


그래서 우리도 교훈 하나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나 개인이나 수입을 초과하는 겁 없는 크레딧카드 긁어대기가 어떤 망신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그리스 디폴트 사태는 우리에게도 경고장인 셈이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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