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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에 살고 있는 한 치과의사가 아프리카의 짐바브에에 가서 이 나라 ‘국민사자’라고 알려진 ‘세실’이란 사자를 사냥감으로 죽인 것이 세계적 비난거리가 되고 있다. 


사냥이 취미라서 아프리카에 가서 사자를 사냥 한 것이다. 


국립공원에서의 사냥은 불법이라서 이 사자를 공원 밖으로 유인한 뒤 총을 쏜 모양이다. 


죽은 사자를 보란 듯이 부등켜안고 있는 의기양양한 그 사냥꾼의 모습이 인터넷을 타고 유포되면서 하루아침에 그는 만천하의 적이 되고 말았다. 


세실이란 사자의 모습은 영화 ‘라이언 킹’에 나오는 심바의 아버지 ‘무파사’를 연상하면 된다.


CNN 등 TV 방송에선 쉬지 않고 이 사냥꾼의 사진이 톱뉴스로 뜨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 치과의사는 ‘살인마’ ‘지옥에서 썩어라’ ‘세실을 위해 법정에 세우자’ 등등 별의별 욕을 다 먹어가며 범죄자 취급을 당하게 되었다. 


사자 사냥을 즐기려다 사자에게 물린 꼴이 되었다.


한인 크리스천 의사들은 휴가를 얻게 되면 청진기와 의약품을 들고 아프리카의 오지를 찾아 선교여행을 떠나는데 미국 의사들은 휴가철이 되면 장총을 들고 아프리카로 사자 사냥을 떠나는 모양이다. 


미국에선 알래스카의 곰 사냥 정도가 부분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니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감질 나는 일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에서 뛰노는 야생 사자와 호랑이 사냥은 사냥꾼들에겐 아마 환상적인 순간일 것이다. 


그러나 나 같은 사람은 사자를 보고 총 쏘는 것은 고사하고 도망치느라 바빠서 아마 뒤따라오는 사자에게 물려 죽고도 남을 위인이다.


아무리 법적으로 허용된 사냥이라 해도 취미생활을 추구하기 위해 사자나 호랑이 같은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도살하는 행위는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어울리며 함께 가야 한다.


짐바브에 한 마리의 사자 인권(?) 때문에 미국의사가 호되게 얻어맞는 형국이 되자 일각에선 “그럼 짐바브에란 나라의 진짜 인권상황을 알기나 하느냐?”며 이 참에 이 나라의 참혹한 인권문제가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라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짐바브에는 세계 최고령 독재자, 세계 최장기 독재자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가 집권하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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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할 때 무가베는 ‘독립영웅’으로 추앙 받고 ‘건국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런 그가 권력의 꿀맛에 취해 35년 동안 총리와 대통령으로 독재를 하고 있는 나라다. 


금년 91세의 무가베는 2018년 대통령 후보로 이미 여당에서 지명해 놓은 상태. 


100살까지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탄탄대로를 열어놓고 있는 독재자다.


그가 권력을 쟁탈하기 위해 2만여 명의 정적들을 무참하게 숙청했고 4천여 개의 백인 농장을 강제로 빼앗아 흑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이런 그에게 권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의 목숨인들 파리 목숨이 아니겠는가?


경제는 더 형편없다. 


한때는 인플레이션이 80억 퍼센트로 치솟아 자국의 화폐사용을 중단했고 지금은 미화 1달러로 1천조 짐바브에 달러를 살 수 있게 되었다. 


1천조? 계산이 되는 숫자인가? 1달러로 살 수 있는 짐바브에 달러가 1,000,000,000,000,000에 달한다. 제로(0)가 15개다.


특히 이 나라의 여성들은 사람도 아니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 때문에 여성에겐 일터가 없다. 


무가베는 동성연애자는 돼지 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경멸한다. 


그래서 미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 합헌 판결을 내리자 이를 조롱하듯 자신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프로포즈를 할 수 있다고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실업률이 80%에 달하는 이런 나라에서 금년 91세 생일을 맞은 무가베는 빅토리아 폭포 근처의 한 호텔에서 미화 1백만 달러를 들여 초호화판 생일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대명천지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존재하고 있다는 게 믿겨 지는가?


무가베의 장기독재로 신음하는 이런 나라에서 국민들이 인권이고 뭐고 찾아 먹을 처지가 되겠는가? 


그런데 불법이 아니고 합법적으로 돈 내고 사자 사냥을 했을 뿐인데 미국의 치과의사를 자기네 나라로 불러들여 법정에 세우겠다고 나온다면 대뜸 “너나 잘하세요!”란 말이 터져 나올 만 하다. 


그래서 일각에선 죽은 사자 ‘세실’의 불똥을 짐바브에 인권문제로 점화시켜야 된다는 여론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짐바브에가 몰지각한 사냥꾼들의 잔인한 사냥터가 되어 가는 일도 막아서야 될 일이지만 인간다움을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 나라 백성들의 인권문제를 눈여겨 지켜보는 와치덕(watchdog) 역할도 강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에서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라에 들어가 백성들의 가슴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심겠다고 땀과 눈물로 헌신하고 있는 한인선교사들은 참으로 얼마나 위대한가?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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