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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NBA 프로농구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는 2개의 팀은 샌프란시스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LA의 레이커스다. 

골드스테이트 워리어스는 NBA 개막후 지금까지 한번도 패한 경험이 없다. 

개막 후 23전 전승 퍼레이드를 달리고 있다. 

언제 어느 팀에게 이 전승행렬이 차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 시즌 르브론 제임스를 앞세운 클리블랜드 캐발리어스가 NBA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워리어스와 숨막히는 혈전을 벌였지만 올해는 그 팀마저 어림없어 보인다. 

이대로 가다가는 NBA 역사상 최고 연승행진을 기록한 레이커스의 1971년-72년 시즌 33연승 기록을 깰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33연승은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고라고 한다. 

그 레이커스는 33연승 외에도 한때 19연승을 기록하면서 NBA 명문으로 화려하게 등극했던 팀이다.
그래서 레이커스는 ‘보스턴 셀틱스의 영원한 라이벌,’ ‘통산 NBA 우승 16회,’ ‘쇼 타임’ 농구 등과 같은 별명을 쏟아내며 NBA에 군림해 왔다. 

그런데 그 레이커스가 암흑기를 맞고 있지 않은가?

지난 2013-14 시즌엔 27승 55패로 서부지구 14위, 2014-15시즌에도 21승 61패로 서부지구 14위, 꼴지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레이커스는 올해에도 NBA 최고 꼴지 권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 중심에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다. 

지난해엔 부상으로 코트에서 얼마 뛰지도 못했다. 

금년 시즌이 개막되면서 그의 야투성공률은 형편없고 그의 단독플레이로 팀웍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결국 그가 빼든 카드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선언. 결국 코비의 시대는 막을 내릴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누구인가? 

아마 농구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의 이름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포스트 마이클 조던의 그늘을 넘어 2000년대 최고의 슈팅 가드요 레이커스에게 5차례 우승을 선사한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칭송받는 그는 수많은 팬과 안티를 같이 보유한 NBA의 연봉 킹이다. 

그 코비가 이제는 레이커스의 스타에서 레이커스의 민폐, 아니 가장 치욕적인 암흑기를 안겨준 선수로 얻어맞는 신세가 되고 있다. 

결국 팀을 망치는 선수로 팬들마저 눈뜨고 못 보겠다는 반응을 보이자 마침내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반대로 시즌 22연승, 지난해 시즌과 합하면 26연승을 달리는 워리어스의 간판스타는 스테판 커리다. 
귀여운 동안의 얼굴이 부담스러웠는지 가끔은 듬성듬성 턱 수염을 기른 채 코트에 나온다. 

그의 3점 슛은 볼 때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지난해 정규시즌 MVP로 선정되었고 현재 NBA 역대 최고의 3점 슈터, 2015년 현재 리그 No.1 선수로 주목받고 있는 커리를 당할 자는 지금 NBA에서 아무도 없다.

캐발리어스의 르보른 제임스? 

오클라호마 썬더의 케빈 듀란트? 

휴스턴 로케츠의 제임스 하든? 

아니다. LA의 코비는 더욱 아니다. 

누가 저 스테판 커리를 막아낼 수 있을까?

커리는 막을 자가 없는 오르막 길이요, 코비는 팀의 민폐라고 눈총을 받는 내리막길이다. 
한때 미국에선 피할 수 없는 3가지가 세금, 죽음, 마이클 조던이란 말이 있었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을 두고 한 말이다. 

그도 내리막길을 거쳐 지금은 그냥 전설이 되었다.

 코비라고 어찌할 수 있으랴!

내 인생을 커리나 코비와 비교해 본다면 난 코비의 내리막 길이다. 

코비와 같은 화려한 어제가 있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현재를 견주어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리막길의 허무감 때문에 성급한 단독플레이의 유혹에 빠지는 건 아닌지? 
주변의 사람들에게 무의식으로 민폐를 끼치고 있는 존재는 아닌지? 

12월이 되니까 자꾸 그런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한국의 고은 시인이 쓴 시중에 ‘그 꽃’이란 시가 있다.

내려갈 때/보았네/올라갈 때/보지 못한/그 꽃

이게 시의 전부다. 
올라갈 때는 보지 못한 꽃을 내려올 때는 보았다는 것이다. 
나의 내리막길에서 나는 지금 무슨 꽃을 보고 있는가? 

꽃은 있는데 꽃으로 보지 못하는 오르막길의 교만과 욕망과 허영이 아직도 남아있는가?
난 한때 아들과 함께 레이커스 팬이었다. 

그러다 만년 꼴찌 팀, 한때 누구하나 눈길도 주지 않던 LA 클리퍼스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블레이크 그리핀의 덩크 슛과 크리스 폴의 3점 슛에 갈채를 보내며 클리퍼스 편을 들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엔 시간이 되는대로 ‘블랙맘바’ 코비 때문에 레이커스를 구경할 참이다.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될 이번 시즌에 그를 지켜보며 내 인생의 내리막길에서 꽃을 보기 위한 지혜를 구해볼 참이다.

오르막 길 커리로 살아갈 때 코비를 염두에 두기가 쉽지 않지만 내리막 길 코비로 살아갈 때 커리의 환상 때문에 초라해질 필요도 없다. 

꽃을 볼 수 있다면 내려갈 때마저도 아름답지 않을까?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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