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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종교개혁 발상지 여행단 43명을 이끌고 프랑스 파리를 방문했을 때 맨 처음 찾아간 곳이 세느강이었다. 

세느강 유람선을 탈 때 파리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오는 중에도 에펠탑의 야경은 웅장했고 노틀담 성당의 외관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에펠탑 맨 꼭대기에서 시작된 레이저 광선이 밤하늘 동서남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저게 21세기 인류의 갈 길을 인도하는 희망의 불빛”이라고 가이드가 말했다. 

에펠탑에서 나오는 레이저 광선이 인류 희망의 불빛이라고? 

난 가이드의 허풍이 너무 과하다고 느끼며 씩 웃고 말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그 에펠탑의 레이저 광선이 꺼지고 말았다.

그 가이드의 말대로라면 인류의 희망이 꺼지고 있다는 말인가? 

지난주 11월 13일은 서양 사람들이 불운의 날이라고 믿는 ‘13일의 금요일(Friday the 13th)’이었다. 

이날 일이 터졌다. 프랑스 역사상 2차 세계 대전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된 최악의 테러가 파리에서 발생한 것이다. 

동시간대 6개의 시민 밀집지역에서 무차별 총격을 벌여 130여명이 죽고 수백명이 부상을 입었다. 
세계가 초상집이 되었다. 올라드 대통령은 이를 ‘전쟁’이라고 선언했다.

에펠탑의 불이 꺼진 것은 그 때부터였다. 

물론 전망대 문도 닫혔다. 보란 듯이 이슬람국가(IS)가 자신들이 테러의 주범이라고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주일 노틀담 성당에선 10분 동안이나 조종이 울려 퍼졌다. 

희생자를 위로하는 종소리, 파리지앵의 슬픔을 위로하는 종소리였다. 

1804년 그 노틀담 성당에서 비오 7세 교황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스스로 황제관을 머리에 씌워 황제 대관식을 올린 프랑스 최고의 군주 나폴레옹 1세가 만약 그 조종소리를 들었다면 어찌 했을까?

에펠탑의 불은 꺼졌지만 그 레이저 광선보다 더 선명한 블루, 화이트, 레드 칼라가 세계을 덮기 시작했다.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로의 ‘예수상’에도,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런던 테임즈 강변의 런던아이, 뉴욕 원월드 트레이드 센터, 상하이의 엑스포 건물, 독일의 부란덴부르크 문에도 3색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국기를 상징하는 이 세 가지 색은 자유, 평등, 박애를 의미한다. 

지구촌에서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 “힘내라, 프랑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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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89명이 사살된 바타클랑 극장 앞에는 누군가 자신의 피아노를 끌고 나와 희생자를 추모하겠다는 식으로 존 레논이 부른 ‘이매진(Imagine)’을 연주했다. 

“천국도 없고,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오직 위에 하늘만 있다고 생각해 봐요. . 국가도 없고, 종교도 없고, 오직 평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봐요. . .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것을 이매진 해봐요.”

이 노래 가사처럼 정말 국가와 종교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건 이매진에 불과하다. 

세상에 책임은 지지 않고 오직 자유만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무모한 말장난이다. 
그래서 스스로 “You may say I''m a dreamer"라고 노래한다. 

몽상가의 드림에 불과할 뿐이다.

파리의 테러범들이 파리목숨처럼 사람을 죽이며 외친 말이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위대하다)”란 말이다. 테러로 위대함을 과시하려는 알라라면 알라는 악의 얼굴이지 종교일수는 없다. 
종교가 문제가 아니라 거짓종교가 문제다. 

테러를 즐기고 사주하는 종교가 어찌 종교일수 있는가? 

종교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는 말은 평화주의가 아니요, 무책임한 도피주의의 변명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그런 ‘이매진’ 따위에 빠져들 여유가 없다. 

테러와 싸워야 할 때다. 

무서워하지 말고 맞서야 한다. 

이 땅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인류 공동의 저항과 결단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IS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미국의 무능과 정보의 부재를 비판하는 소리가 민주당에서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테러범들은 이제 런던, 로마, 워싱턴 차례라고 동영상을 통해 공갈을 치고 있는 중이다. 
아니다. 

공갈로 치부했다가는 큰 코 다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들은 이미 공갈이 아니라 세계대전을 선포한 국경 없는 테러대국으로 등장하지 않았는가?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IS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노벨평화상 수상 대통령이란 명예 따위는 하루아침에 죽사발이 되고 결국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될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프랑스여, 힘내라”는 솔리대리티와 함께 이제 미국이 지구촌의 거대한 킬러집단으로 등장한 이 IS에 대해 결연한 행동을 보여줄 때가 온 것이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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