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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센 '델타변이' 때문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은지 얼마 됐다고 이번엔 델타 저리가라는 오미크론이란게 나타났다고 한다. 

돌연변이를 통해 끊임없이 변형되는게 바이러스 생리라고는 하지만 이건 또 무슨 날벼락인가 싶다.

코로나 사태가 끝이 보이지 않는 장마처럼 지속되다 보니 오미크론이건 육미크론이건 이젠 '케세라세라'식으로 모두가 체념주의에 물들어 가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우리가 죽어라 마스크 쓰고 살아온 세월이 꽤 되지 않는가? 

백신이란 백신은 나오자마자 화이자건 모더나건 가리지 않고 줄을 서서 맞을 만큼 맞았고 부족하다 해서 부스터 샷 맞으라고 하면 그것도 맞았다. 

할 만큼 한 거 아닌가?

대강절이 지나고 12월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느니 다시 하늘 여행길이 열리기 시작했다느니 해서 이제 코로나 끝자락인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오미크론 제5차 대유행이란 경고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있으니 정말 왕짜증이다.

그러나 전염병 때문에 당하는 지금의 고초는 사실 우리 시대만의 고통은 아니었다. 

알고보니 인류역사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괴롭혀 온 흑역사가 있다.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은 쥐가 퍼트린 페스트. 

이 흑사병 때문에 중세 유럽을 지탱했던 봉건제도가 무너져내렸다. 

1347년부터 4년동안 유럽 인구의 1/3이 페스트로 사망했다. 

한때 유럽을 호령하던 오스트리아 황제도 흑사병 때문에 궁궐을 버리고 피신했을 정도였다. 

이 페스트가 지나가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비엔나 그라벤 길에 세운 게 지금의 삼위일체 탑, 혹은 페스트 탑이다.

영어로 '스몰팍스'라 부르는 천연두 때문에 남미의 위대했던 아즈테가, 잉카, 마야문명이 소멸되었다. 

16세기 에스파냐 사람 한 명이 퍼트린 천연두 바이러스로 인해 찬란했던 문명이 막을 내렸다. 

총칼을 손에 쥔 군대 공격으로 박살 난 게 아니었다.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란 책을 쓴 제니퍼 라이트에 따르면 인류를 괴롭힌 그 13가지는 안토니누스역병, 가래톳페스트, 무도광, 두창, 매독, 결핵, 콜레라, 나병, 장티푸스, 스페인독감, 기면성뇌염, 전두엽 절제술, 소아마미 등이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갑자기 이름이 뜬 이가 빌 케이츠다. 

마이크로 소프트로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세계 최고 부자지만 그가 2015년에 한 연설내용을 보면 전염병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있었다는 걸 느끼게 한다. 

확실히 그는 천재다.

"지난 세대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핵전쟁이었다. 우리 가족도 통조림과 생수가 가득한 지하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 인류에게 가장 두려운 존재는 전염병, 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이 바이러스는 핵전쟁보다 더 무서운 파괴력으로 수천만, 수억 명의 인류를 희생시킬 수 있다. 또한 테러 조직에 의한 바이러스 살포 가능성도 있다. 각국은 힘의 균형을 통해 핵전쟁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바이러스에는 사실 무방비 상태이다."

코로나가 습격하기 전 5년 전에 그가 한 말이다.

그러면서 그의 첫 번째 제안이 오미크론 변이와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신흥 국가에 보건 체계를 마련하고 출산한 아이들에게 각종 전염병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오이크론은 남아공에서 발견되었다. 

남아공은 하루아침에 국제왕따가 되었고 그 나라와 인접한 아프리카 못사는 나라들은 세계 눈총은 물론 여행길부터 꽁꽁 묶이게 되었다.

그래서 오미크론 숨은 주범은 미국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중이다. 

변이는 백신 사재기 탓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후진국에 대한 백신공급 대신 자국내 백신 사재기에 몰두했던 선진국들의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건 반성해야 할 일이다. 

백신 나왔다 하면 나부터 맞고 보자 쏜살같이 달려가서 줄을 섰지만 사실 백신의 백자도 구경못하는 나라들의 뼈아픈 현실을 누구 하나 챙기려고 했는가?

'국경없는의사회'가 지난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들은 3차 부스터샷을 위해 8억 7천만 도스의 잉여 백신을 사재기했다. 이 가운데 미국이 사재기한 물량은 5억 도스에 이른다"고 밝히고 "더 부도덕한 문제는 G7이나 유럽연합의 고소득 국가들이 올해 말까지 2억4100만 도스의 백신을 폐기해야 할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부자나라에선 유통기한이 지난 백신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아이러니한 현실... 이런 백신불평등은 "고소득 국가들의 백신 접종률은 60%에 이른 반면 저소득 국가들의 접종률은 3%에 머물고 있다"는 보고서가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의 말을 다시 새겨들어야 한다. 

백신도 나눠야 한다. 

바이러스에겐 국경이 없다. 

못사는 나라에 대한 지구촌의 백신 나눔이 절실해진 이유를 오미크론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야 국경 없이 확산되는 델타나 오미크론, 그보다 더 센 변이의 출현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화이자나 모더나 사장이 아니라서 가난한 나라와 나눌 백신은 손에 없지만 그나마 '마음의 백신'이라도 나누는 게 크리스마스를 앞둔 우리의 마음씨가 되어야 할 것 같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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