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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대법관 앤토닌 스캘리아가 별세하자 죽은 사람 추모할 생각보다는 공석이 된 대법관 자리를 누구로 채우느냐를 놓고 미국이 야단법석이다.


 스캘리아는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임명되었다. 

최초의 이태리계 대법관이 되었다. 


독실한 캐톨릭 신자로 낙태는 절대반대다. 

그래서 자녀가 9명이다.


아시는 대로 대법관은 종신제다. 

죽을 때까지 한다. 


그래서 현 대법관 중 최고령인 루스 긴즈버그 판사는 83세의 할머니 판사다. 대법관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모습을 보면 저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무슨 치매예방 비타민을 먹고 있길래 미국의 ‘6법전서’를 모두 암기하고 있을까? 라고 약간 엉뚱한 생각을 하게 한다.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난 스캘리아 판사는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것으로 보아 당연히 보수파다. 

대법원의 보수화를 이끈 깡보수였다고 한다. 


그럼 모두 9명으로 이루어진 대법관가운데 스캘리아가 별세함으로 보수 하나가 빠지는 셈이 된다. 


만약 진보주의자로 분류되는 오마바 대통령이 진보 대법관 한명을 임명하는 날에는 대법원의 이념 지각변동이 초래될 것이라고 미국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법관의 이념 분포도를 보면 루스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즈, 엘리나 케이건, 그리고 스티븐 브라이어 판사는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 앤서디 케네디, 존 로버츠, 사무엘 엘리토, 그리고 클래런스 토머스 판사는 보수성향으로 분류된다. 


스캘리아 판사가 세상을 떠났으니 보수 5명, 진보 4명의 구도가 깨지고 오바마 대통령이 누군가를 지명하여 상원인준을 받아 대법원에 입성하면 진보 5명, 보수 4명으로 대법원 균형추가 갑자기 진보 쪽으로 기울게 되는 형국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관을 채워 넣을 생각을 버리라고 겁주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고분고분 그 말을 들어 줄 리는 없다. 


오바마가 만약 흑인이던 여성이던, 아시안이던 누구를 지명하던지 공화당주도의 연방상원이 인준을 거부하고 나설 경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을 향하던 흑인표, 여성표, 아시안 표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해 진다. 


민주당으로서는 스캘리아 판사님의 갑작스런 별세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아마 입을 가리로 웃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게 민주, 공화당 끼리 주고받는 단순한 정치 싸움이 아니라는데 우리들의 염려가 있다. 

미국이란 거대한 항공모함을 어디로 이끌고 가게 될지를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모멘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은 미국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동성결혼 풍조를 막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 문제가 마침내 연방대법원까지 이르러 판결을 받게 되었을 때 대법원에서 동성결혼 불법 판결이 내려지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도회를 열고 서명운동에다 캠페인을 벌여온 추억이 있다. 그런데 결과는?


결국 대법원은 지난해 동성결혼 합헌이란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9명의 판사가운데 동성결혼은 합헌이라고 판단하고 있던 판사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보수가 5, 진보가 4인 구도 속에서도 우리 신앙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성결혼 합헌 판결이 내려졌다면 만약 진보 5, 보수 4의 구도로 바뀌게 될 경우라면 어찌 될까? 

누구나 쉽게 눈치 챌 수 있는 뻔한 결과가 보인다.


물론 대법관들의 진보, 보수성향이란 법적인 보수나 진보이지 결코 정치적 진보주의나 보수주의와 동일한 것은 아닐 것이다. 


즉 미국 헌법을 얼마나 보수, 혹은 진보적으로 해석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그래서 정치적 진보인 오마바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반드시 진보주의 판사가 된다는 법이 없고 보수적인 대통령이 지명했다고 반드시 보수 판사가 되란 법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면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을 놓고서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임명된 로버츠 대법원장이 공화당 기대를 저버리고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 손을 들어준 것이다. 


정당이나 이념, 성향에 얽매이기보다 미국이 나아갈 길에 대한 고민이 판결에 반영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교회들도 눈여겨봐야 할 우리 사회 인종차별 문제, 사형제도, 낙태문제, 불법이민자 문제 등 모든 사회적 이슈들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변화를 거쳐 왔다.


미국이 기독교 국가라고는 하지만 이에 대한 도전은 끊임이 없다. 미국의 달러화에서 In God We Trust란 말이 있다. 


여기서 God이란 말을 없애버리자고 덤비는 무신론자의 주장이 대법원에 갔을 때, 성경에 손을 얹고 하는 대통령 취임선서 전통을 없애자고 떼를 쓰는 사람들의 항소가 대법원 심리 리스트에 오르게 될 때, 공공집회나 스포츠 이벤트에서 God Bless America란 노래는 금지시키자는 엉뚱한 소송에 대법원이 판결을 내려줘야 할 때가 오면 대법원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그 결과에 따라 우리 기독교계에 다가설 고통과 위협과 불명예는 어떤 모습일까? 


그냥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경건한 하나님의 사람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를 기도해야 할 때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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