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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Syria)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끄는 나라는 아니다. 


그 나라에서 무슨 난리가 났다고 해도 이슬람 국가인 그 나라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싸움질이겠지 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우리말 성경에 ‘수리아’로 표기되는 이 나라가 구약에선 아람이란 나라로 불렸던 곳이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과 이삭의 아들 야곱이 이곳 아람여자들과 결혼했다. 


이삭과 야곱의 처가집이다. 


그의 후손들이 이스라엘이 되었으니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어머니 나라가 아닌가?


그 뿐 아니다. 


초대교인들을 손봐주겠다고 거품을 물고 다니던 사울이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영적 회심을 경험하고 사도바울로 다시 태어난 곳도 시리아요, 기독교 역사상 최초로 선교사를 파송한 안디옥 교회가 시리아에 있었으니 초대교회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다.


더욱 놀라운 것은 ‘뼈 속까지’ 이슬람 국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 나라 인구가운데 13%가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우리가 무슬림 천지라고 그냥 못 본 척 스치고 지나칠 나라는 아닌 것이다.


한때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쓸던 ‘아랍의 봄’에 영향을 받은 이 나라도 2011년부터 정부군, 그러니까 냉혈한이라고 국제사회에서 벌레취급을 당하고 있는 유명한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과 이에 반기를 들고 싸우고 있는 반군 사이에 잔인하고 살벌한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내전의 배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버티고 있다. 소련의 푸틴은 독재자 아사드의 편을 들고 있고 반군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시리아 사람들은 전쟁터가 된 집과 고향을 떠나 필사적으로 고국을 탈출하여 유럽행 난민대열에 합류하고 있고, 파도에 밀려 지중해 모래바닥에 죽은 채 엎드려 있던 한 어린아이의 시체 사진이 SNS를 타고 확산되는 바람에 난민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양심주사’를 세계인들 가슴에 찔러 준 나라도 시리아였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무려 30만 명이다. 


그 희생자들 가운데 민간인이 총 8만6천여명, 어린이도 1만5천여 명이 희생됐다고 한다. 


아사드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철퇴를 맞고 목숨을 잃은 시리아 국민이 지구촌의 패륜아로 불리는 이슬람 국가(IS)가 죽인 사람들의 8배에 달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우리는 매 시간, 매 분마다 죽어가고 있다”고 절규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애처러운 비명소리를 UN도, 국제 사회도 못들은 척 외면하고 있는 이 생지옥 같은 시리아 전쟁터에 돌연변이  꽃 한송이가 피어났다. 


정말 평화의 꽃이요 희망의 꽃인 셈이다. 


살벌하고 척박한 전쟁터에서 피어난 이 꽃은 다름 아닌 하얀헬멧(White Helmets).

올해 노벨평화상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란 현 컬럼비아 대통령에게 돌아갔지만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이 하얀헬멧이 받아야 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얀 헬멧? 


전쟁터의 잿더미 속에서 갓난아기를 구조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금방 글로벌 영웅으로 떠 오른 게 하얀헬멧이다. 


하얀헬멧은 시리아시민방위대(SCD)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이 포화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딸랑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의료도구 하나가 바로 하얀헬멧이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다.


2013년부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민간인 구호기구. 제빵사, 약사, 목수, 학생, 재단사등 직업도 다양하지만 자발적으로 헬멧을 쓰고 폐허 속에 진입하여 신음하며 죽어가는 생명들을 구해 내고 있다. 


현재 하얀 헬멧 대원들은 2900명에 달하고 있고 이들 때문에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무려 6만여 명이나 된다. 


엄청난 사람들을 살려낸 것이다. 

포화 속을 헤치고 다니다 죽는 사람도 많았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목숨을 건지려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하얀헬멧 사망자는 141명에 달한다. 


이들은 부상자를 찾아가서 어느 편이냐고 묻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터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에만 열중한다. 

나이팅게일을 연상케 하는 사람들이다.


영국 가디언은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 중 대중적 선호도가 가장 높은 대상은 단연 하얀 헬멧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벨평화상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자 온라인상에는 하얀 헬멧을 응원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하얀 헬멧의 상은 지상이 아니라 천국에 있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노벨상은 아니지만 그 대신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다.


“누구든지 한 생명을 구하는 자는 온 인류를 구하는 자”라고 미다시를 뽑아 지난주 타임지는 이들을 커버스토리로 다뤘다. 꽃보다 아름다운 전쟁터의 휴매니즘, 하얀헬멧 … 금년은 지나갔지만 내년에라도 그들이 노벨상을 타면 좋지 않을까? 


1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으로 더 많은 헬멧을 구할 수도 있을 테니까. 하얀 헬멧의 노벨상 수상을 위한 온라인 청원  사이트는 https://nobelpeaceprize.whitehelmets.org라고 한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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