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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되고 나면 무슨 사고부터 치고 다닐까 걱정되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연일 감동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민주당 사람들은 물론이고 보통 사람들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닐까 염려하는 눈치가 역력해 보였지만 하루하루 날이 지나면서 “염려? 아이고 그 정반대에요. 지금 감동드라마를 쓰고 있잖아요?” 그렇게 말해야할 정도다.


우선 캠페인 도중 상대 힐러리 클린턴에게 자기가 당선되면 당신은 아마 감방에 가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정작 당선되고 나니 이메일 스캔들이나 클린턴 재단에 대한 비리 의혹을 몽땅 덮고 가겠다고 선언을 했다.


 (클린턴 진영에서 일부 경합주 투표용지재검표에 참여함으로 선거결과 불복종으로 비쳐지고 있으니 언제 트럼프의 생각이 달라질지 모르지만).


미트 롬니는 우리가 다 아는 대로 몰몬교 신자다. 그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재선에 나선 현 오바마 대통령에게 깨지고 말았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정치거물에다 공화당의 큰 형님뻘인 그가 트럼프에게 얼마나 까칠하게 행동했는가? 


롬니는 트럼프를 두고 가짜요 사기꾼이라고 깎아내렸다. 선거기간 내내 미트 롬니가 입에 달고 다닌 말은 “트럼프는 절대 안돼”, “Never Trump”였다.


그런 롬니가 트럼프에게 얼마나 눈에 가시였을까? 


그런데 당선되고 나서 국무장관에 그를 기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국무장관이란 한국의 외무장관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다. 


그런 자리에 자기를 사기꾼이라고 비판하던 자를 앉히겠다고? 


트럼프가 뉴저지 베드민스터에 있는 트럼프 내셔날 골프장 클럽하우스 정문에서 부통령 당선자 마이크 펜스와 함께 인터뷰를 위해 차에 내린 미트 롬니에게 악수를 청하며 안으로 영접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다. 


국가경영을 위해서라면 안티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모습은 얼마나 건강해 보이는가? 


정치가 줄 수 있는 감동은 저런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물론 전 뉴욕 시장 줄리아니와 롬니가 국무장관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인다고 하는데 누구에게 낙점될지는 몰라도 우선 트럼프가 롬니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다.


또 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 약 95%가 클린턴을 지지했기에 트럼프에겐 미국 언론은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코미디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서 묘사되는 트럼프는 배불뚝이에 두 입술이 튀어나온 퉁명스런 밉상 이미지다. 


그를 미워하는 언론들의 심사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대표주자가 뉴욕 타임스였다. 


그런 뉴욕 타임스에 트럼프가 찾아갔다. 


적진을 향해 쳐들어 간 셈이었다.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불평도 쏟아냈지만 “뉴욕 타임스를 존경한다, 지구온난화 예방을 위한 파리협정 탈퇴 공약을 재고하겠다, 클런턴 부부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 국가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는 말들을 쏟아 냈다. 


이 얼마나 근사한 정치적 감동 멘트인가?


이런 트럼프의 화합의 행보, 상생의 행보가 선거후 분열된 국가여론을 하나로 싸매고 치유하는 좋은 밴대지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만약에, 아주 만약에 백만장자 트럼프가 미국의 모든 노숙자들의 절망과 아픔을 이해하기 위해 허름한 추리닝 차림으로 센트럴 팍 옆에 있는 그 으리으리한 트럼프 타워에서 뚜벅뚜벅 맨발로 걸어 나와 맨하탄의 노숙자들과 하루저녁 노상에서 잠을 잤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세계 톱뉴스에다 트럼프가 그토록 싫어했던 CNN은 정규방송을 때려 치고 아주 생중계를 하고 나설 것이다.


전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세계를 놀라게 할 그런 감동까지 줄 수 있다면 아마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이나 미국 대통령보다도 사실은 우리시대의 성인으로 불려야 할 것이다.


아무리 트럼프가 감동적인 정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해도 거기까지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바보발상이다.


그런데 충분하게 그런 감동을 받아 마땅한 사건을 우리는 매년 기억하고 넘어가지만 전혀 감동없이 지나가는 우리들의 빈들에 마른풀 같은 메마른 가슴을 되돌아 볼 때가 찾아 왔다.


우리는 지금 강림절기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지난 주일부터 강림절이 시작되었다. 누가 강림하셨는가? 하나님이 아기 예수의 몸으로 이 땅에 강림하셨다. 하나님이 인간의 몸을 입으시고 우리 가운데 오심도 감동이요, 그 분이 이 땅에 오실 때 하필 베들레헴 마구간을 선택하신 것도 감동이요, 이름 없는 촌부, 마리아의 몸을 이용하셔서 모습을 드러내신 것도 감동이다. 생각해 보면 강림절은 ‘감동절’이다.


백만장자 트럼프가 노숙자들과 함께 맨하탄에서 하루저녁 노숙했을 경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감동절이 우리에게 찾아왔건만 감동은 커녕 우리의 가슴은 트럼프의 정치드라마를 보며 뛰는 가슴조차도 느낄 수 없는 냉랭한 가슴으로 지금 강림절 촛불을 켜고 있는 것은 아닌가? 


금년 강림절은 참으로 감동절이 되게 하자.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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