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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광화문에 100만 명이 운집하여 대통령 퇴진 요구시위,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 당선 거부 항의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세상이 왕창 시끄럽다. 


한국시위에 등장하는 피켓은 ‘박근혜 퇴진’, 미국에선 ‘NOT My President’ 등이다.

이쯤해서 모두 원위치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사람은 없는가? 


촛불을 들고 툭하면 광화문에 모이는 게 한국의 돌림병인지, 아니면 진짜 전문 데모꾼들의 전술에 놀아나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광우병 촛불’을 떠올리면 그런 상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껏 대통령이라고 뽑아놨더니 이상한 여인네에게 모든 대권을 넘겨주다시피 했으니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탄핵절차를 밟던지 2선 후퇴를 결정하면 나라가 이토록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을 왜 뽑아 놓았는가? 


대의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헌법으로 공언한 나라에서 국회의원들을 의사당에 모셔 놓고 혈세로 비싼 월급주면서 고작 광화문 촛불이나 켜라고 뽑아 놓았는가?


미국에 살면서 한국 정치판을 바라보며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처지는 아니다. 


LA 쪽에 전달되는 신문 지면을 봐 가지고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피부적으로 감지할 수 도 없고 정치분야 비공식 채널이 있거나 유비통신이 흘러 들어오는 길도 없으니 잘 모르는 일 뿐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엔 유구무언으로 살자고 맹세한지 오래다.


여기 미국에선 트럼프를 뽑아놓고 트럼프는 대통령이 아니라고 시위에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도 참 한심하다. 


이미 게임은 종쳤다. 


전혀 상상을 초월하는 선거결과가 벌어졌으니 그 낭패감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제는 결과에 승복하고 질서를 존중하는 고상한 민주주의 시민정신을 발휘 할 때가 되었다. 


흥분하여 손에 들었던 돌덩이를 내려놓고 각자 자기자리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연예인들조차 너무 정치와 밀착되어 한편으로 쏠리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가졌던 좋은 이미지가 싸구려로 변질된다. 


힐러리 적극 지지자였던 가수 레이디 가가나 배우 제니퍼 로렌스, 또는 로버트 드니로가 그렇다. 

이들이 트럼프를 공격하는 모양새는 좀 치사하게 느껴진다. 


전해주고 싶은 말은 “이제 노래나 잘 부르세요!” 아니면 “연기나 잘 하세요!”다.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연예인들을 폴리테이너(politainer)라고 한다면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언론인을 폴리날리스트(polinalist)라고 부른다. 


한국에선 언론을 정치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은지가 이미 역사가 되어 왔다. 


현재 정치하는 사람들의 많은 수가 폴리날리스트 출신들이다.


 지금도 한쪽 편만 들고 다니며 몸값을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스타급 언론인들의 종착역은 대개 정치판이다.


정치교수란 말도 있다.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한다. 


일일이 정치 돌아가는 일에 쫑끗 귀를 세우고 시시콜콜 정치만사에 끼어드는 교수들을 보면 그들의 교수노트는 몇 년을 울겨 먹기에 저렇게 한가하실까?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폴리페서들에게는 “이제 강의준비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물론 정치목사도 있다. 


목사라고 부르긴 하는데 목사보다는 정치로 더 쎄게 어필되기를 원하는 목사들이다. 

한국의 민주화시대에 정치목사들이 큰 몫을 했다고 평가를 받는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민주화가 됐으면 다시 목사 쪽으로 유턴해야 정치 목사란 말이 어울리지 무슨 벼슬아치 해 보겠다고 기웃대다가 아주 그 쪽으로 빠져버린 사람들에겐 목사란 말이 부적합하다. 


지금도 데모꾼을 몰고 다니며 목사를 정치적 야심의 징검다리로 삼는다면 그가 목사인가?


 길거리에서 시위를 주도하는 목사가 목에는 웬 스톨(st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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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이란 목사 가운위에 두르는 영대(領帶) 혹은 ‘목에 두르는 띠’로서 희생과 봉사를 상징하는 예복이다. 


예배학에선 스톨은 예배시에나 착용하라고 가르친다. 데모하면서 구지 목사 티를 내고 싶다면 차라리 스톨대신 이마에 재를 발라 십자가를 그리고 나가시던지! 


이 참에 정치목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스톨 걸치신 채 설교나 잘 하세요!”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정치 때문에 시끄러워진 분열과 비난의 정치광장에서 이제는 각자 자신의 원위치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본다. 


가르치는 사람은 강단에서, 노래하던 사람은 무대에서, 연기하던 사람은 촬영장에서, 설교하던 사람은 풀핏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 증오와 반목의 광장을 빠져나갈 때가 되었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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