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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촛불’이 우상으로 군림한 것처럼 보인다. 


한국에서 LA를 방문한 친구에게 비아냥 조로 “촛불도 미쳤고 언론도 미쳤고 여자 대통령 누드화를 국회의사당에 예술이랍시고 전시하는 국회의원들은 더 미쳤고 시방 대한민국은 온통 또라이 세상 아냐?”라고 질러 봤더니 정색을 하면서 그런 소리 하면 큰 일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잘못하다가는 광화문 바닥에서 맞아 죽는다며 얼굴이 굳어지는 게 아닌가?


내가 광화문엔 스쳐 지나 갈 일도 없으니 맞아 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손사래를 치는 대한민국 국민 한사람으로 살아가는 내 친구가 한없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어쩌자고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되었는고?


광화문 촛불이 지금도 피어오르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언론들은 촛불을 보도하면서 바들바들 떠는 게 느껴진다. 


마치 신성불가침을 취재라도 하는 것처럼 찬사와 경외, 흠모와 충성으로 가득하다. 


기자가 수습기간동안 익혀 뒀을 팩트가 어쩌고 객관성이 어쩌고 그런 것도 없다. 


촛불에 세뇌되었는지 촛불 중화상을 입었는지 한국 언론은 모두 촛불 숭배주의자들이다. 


촛불의 이면을 파헤쳐서 어쩌면 누구하나 촛불은 허구요 음모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한데 그런 말을 했다가는 정말 맞아죽는 촛불파쇼시대로 변한 모양이다.


언론을 또라이라고 겁 없이 질러보는 이유는 우선 툭하면 ‘광화문 100만 촛불인파’란 말을 선동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아주 자연스러워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현장에 나가보지 못했으니 잘은 모르겠으나 습관적으로 숫자를 부풀리고 싶은 심리는 그렇다 쳐도 집회인원을 집계하는 경찰 추산을 무려 4-5배 정도 부풀리면 콕콕 찔리는 기자 양심도 내 버렸다는 말인가?

난 천안문 광장에도 가 보고 광화문에도 가 봤다. 


천안문은 우선 그 넓이가 44만 평방미터, 그래서 세계 최대의 광장이다. 

파리의 콩코드 광장이나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도 가봤다.


 천안문과는 잽이 안된다. 그럼 광화문 광장의 넓이는? 


폭 34m, 길이 740m, 대규모 행사시 활용되는 예비광장까지를 합쳐도 천안문 광장의 1/5수준이다. 

1976년 천안문 사태 때 광장을 꽉 메운 인파가 100만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그럼 광화문 광장을 꽉 메운 인파는 얼마쯤 될까? 


고등교육을 받지 않고 초등학교 상급반 수준이어도 금방 답은 나온다. 


그런데 언론은 100만 촛불 인파가 어쩌고 심지어 아예 집회 예상인원이 100만이 될 거라고 소설까지 쓴다.


어느 신문의 토론마당에 들어가서 얻은 정본데 미국 인공위성이 촛불집회를 촬영한 후 계산해 본 결과 그 백만 인파가 모였다는 그날 사실은 11만 명 정도의 인파가 참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그럼 구경꾼이나 지나가는 사람들 빼면 대충 10만 명 정도라는 것.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삼는다는 언론들이 이처럼 체면이고 뭐고 다 내던지고 10만을 100만으로 뻥튀기한 의도가 특정집단과의 밀거래 때문도 아닐 테고 도대체 그 이유가 궁금하다.

뻥튀기는 미국에도 있다. 


지난 20일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인원을 놓고 지금 백악관과 언론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쟁은 백악관 기자실에서 촉발되었다.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취임식 날 참가 인파가 역대 대통령 취임식가운데 최다 인파였다고 거침없이 주장했다. 


겨우 25만 명이라고 보도했던 언론들을 질타하는 분위기였다. 


같은 날 중앙정보국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한 술 더 떴다. 


자기가 보기엔 100만에서 150만 명이 참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발끈한 언론들이 오바마 취임당시와 트럼프 취임당시 워싱턴 몰 참가인파를 촬영한 사진을 비교 공개하자 결과는 뻔할 뻔자가 되었다. 


더구나 같은 날 반 트럼프를 외치는 ‘여성행진’ 시위참가자가 취임식 인파보다 3배나 많다고 알려지자 백악관 열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트럼프 진영은 뿔이 난 모양새였다.


실제로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 소속 학자들이 항공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것을 판독한 결과 취임식 당일 피크 시간대의 군중 규모는 16만 명, 여성대회 하일라이트에 운집한 인파는 최소 47만 명으로 추산되었다.


정부가 100만 명 운운하며 뻥튀기 작전으로 나오자 언론들은 팩트를 들이대며 트럼프 행정부를 거짓투성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 바람에 반 트럼프 시위인파가 취임식 인파에 판정승을 거둔 꼴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뻥튀기의 저주라고나 할까?


숫자 뻥튀기 이면에 숨어 있는 정치나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허영심의 민낯은 얼마나 가련하고 서글픈가? 


더구나 박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장렬하게 뻥튀기를 고발하고 나서야 할 언론이 오히려 뻥튀기를 즐기고 있는 시국이라면 얼마나 암울한 시대가 다가설지 앞날이 캄캄해 진다.

그런데 숫자 뻥튀기? 


그게 어디 정치 광장에만 있는가? 


숫자에 목말라하는 기독교 광장에도 뻥튀기는 이미 고질병이 아니던가?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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