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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그’란 커피머신에 커피가루가 담긴 캡슐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면 나의 모닝커피가 탄생된다. 


얼마 전까지 나는 원두커피를 갈아서 그걸 내려마시곤 했다. 


그런데 커피 한잔용 이 큐리그를 사용하면서 커피카루를 흘릴 필요도 없고 많이 내렸다가 그냥 버리는 일도 없어지게 되었다. 


출근하면 또 커피를 마신다. 


하루에 네댓 잔은 마신다. 옛날엔 저녁에 마셔도 끄떡없이 잠이 들곤 했는데 요즘엔 어림없다. 

오후에 많이 마시면 잠이 오질 않는다. 확실히 늙었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이 하루 3-4 잔의 커피를 마시면 평균 3-7년은 더 산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살이 빠지니 1잔, 약이 되니 1잔, 치매예방위해 1잔. . 


그래서 보통은 하루 3잔 정도는 마신다는 커피…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도 줄여준다니 이런 보약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커피의 부작용도 만만치가 않다. 


‘커피홀릭’이 아니더라도 직장인의 반 이상은 커피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부작용으로는 속쓰림, 불면증, 신경과민 등이라고 한다. 


치매예방이 커피의 작용이라면 불면증은 커피의 부작용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트럼프의 플로리다 별장을 찾아간 날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을 혼내준다며 50여발 이상의 미사일을 쏘아 올린 덕분에 지지율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나 사이엔 통하는 것 딱 한 가지가 있다.

똑같은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주치의가 밝힌 트럼프의 4가지 복용약은 아스피린, 탈모제, 피부약, 그리고 콜레스트롤 저하제다.


이 4종 세트 가운데 피부약만 빼고 나도 똑같은 약을 먹는다.  콜레스테롤 저하제 로바스타틴, 심장병 예방을 위한 베이비 아스피린, 그리고 탈모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그런데 피나스테리드는 본래 전립선 비대증에 먹는 약이다. 50이 넘은 사람들은 대개 복용하는 약. 


그런데 이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하다 보니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빠져야 할 머리가 안빠지는 신통한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탈모효과가 탁월하다고 입증된 것이다. 


그래서 작용보다는 부작용 때문에 더 유명해진 약이 바로 피나스테리드다. 


따라서 탈모예방을 위한 약으로 더 각광을 받게 되었고 대머리를 두려워한 트럼프도 드디어 그 부작용의 덕을 보자는 속셈이었을 것이다. 


전립선을 위한 작용도 뛰어났지만 부작용은 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바람에 피나스테리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이 되었다.


현대 약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물은 바로 독물이며 다만 용량이 문제일 뿐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사이드 이펙트가 없는 약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부작용이 작용을 능가할 수 있는 약이라면 이건 분명 플러스 알파에 속한다.


 ‘비공식적인 무언가가 더 있음’을 의미하는 플러스 알파란 말은 한국에서나 사용되는 영어와 희랍의 괴상한 합성어다.


지금 세상은 ‘한반도 4월 전쟁설’로 온통 어수선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폭탄의 어머니’를 투하했다고 방송들

이 브레이킹뉴스로 숨 가쁘게 보도했다.

폭탄에도 무슨 어머니가 있다고? 

좌우지간 전투기로는 들고 가는게 불가능하여 수송기를 끌어다가 떨어트렸다니 얼마나 무거웠을까 짐작이 간다. 


물론 그 폭탄을 맞은 사람들이 들짐승 수준의 이슬람 국가(IS) 일당들이라 해도 그 인간들은 또 얼마나 참혹하게 죽어갔을까?


핵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추진 항공모함,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 화학무기, 핵 잠수함, 거기다가 폭탄의 어머니까지. . . 


이런 말만 합치면 지금 세상은 완전 전쟁터다. 


방아쇠만 당기지 못하고 있을 뿐 여차하면 쑥대밭이 될 운명에 처해 있다. 


더 이상 세계대전은 피해야 한다며 창립된 UN이란 국제사회 ‘큰 어른’도 약발을 잃어 가는지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을 골백번 결의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제재는 안되고 오히려 동해상을 향해 미사일만 빵빵 터트리고 있지 않는가? 


‘중동의 살인자’란 섬뜩한 별명을 가진 알 아사드에 대한 유엔 결의안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그가 뿜어낸 화학무기로 반군지역의 꽃 같은 어린아이들이 그토록 가련하게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핵폭탄 하나가 터지면 그 부작용으로 이 세상 핵보유국이 갖고 있는 모든 핵무기들이 녹아내려 평화의 나팔로 변해버리고, 화학무기는 지구촌의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전염병 치료제로, 바다에 숨어있는 핵 잠수함은 지중해 난민을 실어 나르는 구조함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빈곤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식수와 구호식량을 퍼 나르는 미사일로 변해버리는, 그래서 무시무시한 전쟁무기가 오직 작용인양 숨죽이고 있는 이 세상에 작용보다 더 좋은 부작용이 나타나서 작금의 전쟁 야욕과 오만한 광기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랴!  


4월 전쟁설의 부작용이 5월 평화의 메아리로 울려 퍼지는 플러스 알파를 기대할 수는 없을까?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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