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준틴스데이(Juneteenth Day)'란 생소한 연방공휴일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지난 6월 20일이 그날이었다. 

우체부도 오지 않았고 쓰레기 차도 오지 않았다. 

은행이나 학교도 문을 닫았다. 

연방공휴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 

"그냥 쉬는 날"이려니 하고 넘어가기 전에 이 나라에 살 만큼 살았으니 왜 쉬는지 정도는 알고 지나가자.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새롭게 제정된 연방공휴일이니 사실 생소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11번째 공휴일이다. 

발음하기도 까다로운 준틴스란 무슨 뜻인가? 

미국에서 마지막 노예가 자유인이 된 1865년 6월 19일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러니까 6월의 June과 19일이란 Nineteenth을 뭉쳐놓은 합성어다.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생일을 연방공휴일로 선포한 이후 지난해 제정된 이 날은 유색인종 관련 두번째 연방공휴일인 된 셈이다.

링컨 대통령이 남북 전쟁 중인 1863년 1월 1일 노예해방을 선언했고 노예제도 때문에 발발한 남북전쟁은 2년 후인 1865년 종료되었다. 

그러자 노예해방을 반대하던 남부 지주들은 패색이 짙어지자 노예들을 이끌고 대거 텍사스로 이주했다. 

남군 잔병들은 끝까지 북군에 저항하는 모양새였다.

이러자 북부연합군의 고든 그랜저 장군이 텍사스 갈베스턴으로 군사 2000명을 이끌고 쳐들어 갔다. 

그리고 갤버스톤 중심가 건물 발코니에서 노예해방령을 선포했다. 

"동부지역 노예들처럼 서부지역 노예들도 완전 자유인이 됐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날이 바로 1865년 6월 19일. 

아쉽게도 링컨 대통령은 이 날이 오기전 두달 전에 이미 암살된 상태였다.

텍사스 흑인들은 그 이듬해부터 준틴스데이 축하행사를 시작했다. 

흑인독립기념일(Black Independence Day), 준틴스 국가자유의 날(Juneteenth National Freedom Day)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날을 텍사스 주에서는 1980년 공식 휴일로 지정했고 그로부터 41년의 세월이 흐른 뒤 지난해 연방공휴일로 격상된 것이다.

그런데 미국인 절반 이상은 이 '노예제도 종말의 날'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갤럽 여론조사가 발표되었다. 

특히 백인들은 더욱 깜깜이 수준이었다. 

그러니 아시안인 우리들도 생소하고 무식할 수밖에 없었던 쥰틴스데이. 

연방공휴일이라 하루 놀게 해 주는 것은 그 경축의 의미를 되새길 때 비로서 놀만한 자격이 생기는게 아닐까?

사실 이게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연방 공휴일도 많다. 

베테랑스데이와 메모리얼데이를 헤깔리는 때도 있다. 

노동절은 그렇다치고 '대통령의 날(Presidents' Day)'은 또 무슨 날이가?

미국의 연방공휴일은 날짜로 고정된 날과 요일로 고정된 두 종류가 있다. 

날짜로 고정된 날은 1월 1일 새해, 4년에 한번씩 찾아오는 대통령 취임식은 1월 20일, 6월 19일 준틴스데이, 7월 4일 독립기념일, 11월 11일 베테랑스 데이,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이날이 주말이면 대개 하루 전, 혹은 하루 후에 쉬는 대체휴일로 지킨다. 

그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대말뚝이 박혀 있는 고정일이다.

요일로 정해진 공휴일은 매년 날짜가 바뀌지만 보통 월요일인 경우가 많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날은 1월 세 번째 월요일, 대통령의 날은 2월 세 번째 월요일, 메모리얼 데이는 5월 마지막 월요일, 9월 첫 번째 월요일은 노동절, 10월 두 번째 월요일은 컬럼버스데이, 11월 네 번째 목요일은 추수감사절이다.

베테랑스데이와 메모리얼데이가 아리까리한데 베테랑스데이는 11월 11일 세계 1차 대전의 종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이날을 베테랑스데이로 정해 미국을 지키기 위해 복무했던 재향군인들을 기리는 날이라면 메모리얼데이는 군 복무중 생명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날이다. 

대통령의 날로 지키는 연방공휴일은 원래 국부인 조오지 워싱턴의 생일인 1732년 2월 22일을 기념하다가 마침 링컨 대통령의 생일도 2월에 몰려 있으니 에라, 그날을 아주 '대통령의 날'로 못박고 다른 대통령들도 기리는 날로 정해 버렸다.

아직도 논란의 대상은 컬럼버스의 날이다. 

컬럼버스의 위대한 개척정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지만 하와이나 사우스다코다 같은 주에서는 이날을 거부하고 있다. 

컬럼버스는 나쁜 놈이라는 것이다. 

순박한 아메리카 원주민을 학살하고 기독교 개종을 강요하며 노예무역을 시작하게 한 백인 우월주의의 원흉이라고 본다. 

유럽·백인 주도의 침략사를 인정하지 말자는 진보수정주의 역사관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한다.

사실 컬럼버스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유럽인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은 발견되었을 것이고 대거 유럽인들이 이주하는 역사는 자명하게 일어났을 일이다. 

그의 모험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읽어야지 덮어놓고 약탈자로 부정해 버리고 그의 공헌과 성취를 침략으로 바꿔치기한다면 그건 극단주의자들의 삐딱한 시선에 불과할 뿐이다.

컬럼버스 편들어 주는 것보다 더 다행인 것 한가지가 있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미국인들이 하나님을 믿는다는 숫자가 역사상 최저점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하나님을 떠나서 제멋대로 살겠다는 아메리카 합중국. 

미국이 이런 세속주의에 가파르게 편승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는 이 나라의 연방공휴일로 엄연하게 버티고 있다.

국가 공휴일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와 골격이 대충 읽혀진다. 

예수님 탄생을 국가적으로 기뻐하고 일년에 한번은 공휴일로 정해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된다는 게 미국의 역사와 문화의 기본 골격인 셈이다.

영적으로 한창 궤도 이탈 중이라 할지라도 이 나라의 기본은 아직도 '기독교국가'란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