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인 호주의 제이슨 데이(사진)가 지난 3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테크놀로지스 매치플레이에서 첫날 중도포기 하는 일이 일어났다.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한 채 기자회견을 했다. 


어머니 생각이 나서 도무지 골프를 칠 수가 없다고 했다. 


제이슨데이.JPG


금년 초 폐암진단을 받고 잘해야 12개월 살수 있다는 어머니가 경기하는 기간 동안 수술을 받게 되는데 그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의 얼굴이 어른거려 도무지 공을 칠 수 없다는 게 기권 이유였다. 


그의 흐느끼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보는 많은 사람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제이슨 데이는 아일랜드계 호주인 아버지와 필리핀 이민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한 그는 째지게 가난한 가정형편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려진 골프채를 주워 다 연습을 하곤 했다. 


구세군 센터에서 헐값에 옷을 사다 입기도 했다. 그러다가 12세 때 아버지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생활은 더욱 가난해졌다.


그러나 어머니는 살던 집까지 팔아 유명한 국제학교에 보내 제이슨의 골프 뒷바라지를 했다. 


더운 물탱크가 없는 집에 살면서 어머니는 주전자 3~4개에 물을 끓여 아들이 샤워를 하도록 했다. 


코치의 권유로 집에서 차로 7시간 거리의 골프 아카데미에 들어간 그는 룸메이트로부터 타이거 우즈의 책을 빌려 봐야 했고, 거기서 골프에 대한 영감을 얻기 시작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성장한 그는 흔히 말하는 ‘흙수저’였다. 


방황할 수 있었고 탈선할 수 있었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그를 지켜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은 했으나 메이저 대회 우승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드디어 2015년 위스컨신에서 열린 제97회 PGA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딩에서 조던 스피스를 누르고 마침내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날도 제이슨은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퍼팅을 끝내고 갤러리들의 환호속에 그린위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은 아마도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월드스타로 자신을 키워낸 어머니에게 바치는 눈물이었을 것이다.


가난을 딛고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월드스타가 된 프로선수들이 제이슨 데이 말고도 여럿 있다.

NBA에서 떠오른 스타 케빈 듀란트도 마찬가지다.


케빈 듀란트는 지금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했지만 지난해 시즌까지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의 포인트 가드로 2014년 미 프로농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시상식장에서 케빈은 "우리를 배불리 먹이시고 어머니는 굶은 채 잠드셨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신 저희 어머니가 진정한 MVP"라고 말했다. 


우체국 말단직원으로 일하면서 싱글맘의 역경을 딛고 NBA최고 선수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는 자신을 MVP라고 말해주는 고마운 아들 때문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아들도 울고 어머니도 울고 보는 이들도 울어야 했다.


배고픔과 가난, 그릇된 길로의 유혹은 그림자처럼 케빈을 따라다녔지만 어머니의 사랑만큼 크지는 못했다. 


홀어머니와 살던 그 어려운 때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그는 농구스타로서 뿐만 아니라 광고모델로 여기저기 팔려 다니면서 ‘부자’가 되자 오클라호마 지역의 토네이도 희생자들을 위해 1백만 달러를 쾌척하는 등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금년 ‘어머니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 모두가 월드스타로 출세하진 못했지만 월드스타인양 우리에게 사랑을 쏟아 부어 키워주신 어머니 때문에 오늘 우리는 이렇게 존재하는 것 아닌가?


제이슨 데이나 케빈 듀란트의 어머니들 못지않게 더운 물탱크가 없으면 여러 개의 주전자에 물을 덥혀 우리 몸을 녹여 주신 그분들의 은혜로 우리는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머니들은 자식들의 MVP다.


평생 불러도 늘 아쉬움으로 남는 그리운 이름, 

어머니 … 당신을 사랑합니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