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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그런데 연택이가 죽음 직전까지 보고 있던 CBS TV 설교방송을 떠올리면서 목사님의 말씀이 되새겨지고 있었다.


'그래, 내가 하나님의 특별한 뜻을 이루어야 할 독수리일지도 몰라.'


CBS 방송이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잘 감당할 때 한국교회에 변혁이 일어날 것이고, 이 일을 위해 나를 부르셨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만일 독수리라면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목사님의 말씀이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수 없었다.

목사님은 내가 장차 CBS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였다.


평생 음악PD로 사는 것이 아니라 CBS 사장이 되어, 한국교회의 선교적 사명과 CBS가 우리 사회의 공의와 정의를 위한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라는 것이다.


그런 엄청난 사명이 내게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지만, 나의 멘토이자 영적 지도자인 목사님의 말씀을 수용하기로 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2004년부터 2006년까지 CBS 창사 50주년 기념사업팀장과 공연기획단장으로 일하는 동안, 정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자 애썼다.


첫 공연이었던 <박종호 콘서트>를 시작으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3대 소프라노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과 세계 정상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그리고 인순이, 윤항기, 윤복희 공연등을 기획하고, 성황리에 마쳤다.


출연 섭외부터 만만치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었고, 공연이 있을 때마다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큰 수익을 얻는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었다.


특히 박종호 콘서트는 최연택 기자의 투병과 맞물려 분주하기도 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는데, '전석 매진' 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루기도  하였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니 하나님이 나의 일을 책임지시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계속되는 공연마다 매진 행렬이 이어져서 성황리에 끝났고, 나는 그렇게 2006년 가을을 맞이하게 되었다.


2006년 10월에는 CBS 편성국장 선거가 있었다.


CBS는 편성국장과 보도국장을 '선거'라는 형식을 통하여 선출한다.


노동조합에서 공정방송협회를 통하여 투표로 편성·보도국장 후보를 2~3명 추천하면, 사장이 그중에서 편성국장과 보도국장을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CBS는 창사 이래로 민주적인 절차와 제도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목사님이 내게 주신 비전인 'CBS 사장' 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음악방송 PD, 공연기획팀장을 뛰어 넘어 CBS의 모든 라디오 PD와 아나운서를 대표하는 편성국장이 되어야 했다.


방송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수장이 되어 방송을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이 바로 편성국장이다.


CBS는 뉴스와 시사·교양프로그램, 그리고 선교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표준 FM과 음악 FM, 이렇게 두개의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고 있다.


편성국장이 이 두 라디오 방송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오랜기간 음악방송 PD로 특화되어 일해 온 나는 시사·교양 PD들과의 교류도 부족했고, 통상 음악방송 PD가 편성국장이 되는 일이 거의 없어서 선거에서 이기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편성국장이 되어야 겠다고 결단했다.


편성국장 선거에 후보로 나서기로 했지만, 평생 음악 프로그램만 제작해 온 내가,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가던 내가 CBS의 시사·교양, 선교·음악을 총괄하는 국장이 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여건이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에 순종하고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편성국장 선거에 뛰어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다.


강력한 후보들을 제치고 내가 노조 투표에서 일등을 하였고, 아무도 기대한 일이 아니어서 모두들 놀라는 기색이었다.


노조 투표 이후, 사장은 나를 편성국장으로 임명하였다.

2006년 가을, 나는 편성국장이 된 것이다.


지금 와서야 알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 자리는 독수리가 되기 위해 꼭 거쳐야 할 단계였다.

그동안 시사·뉴스 파트 출신들이 편성국장으로는 우세했는데 음악 PD가 편성국장이 된것은 보기 드문 사례라고 모두를 얘기하였다.


편성국에는 제작부, 편성부, 음악FM부, 아나운서부가 있었는데, 이 모든 부서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게 된 것이다.


주님께서 일하시지 않았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 나의 독수리로서의 첫 여정이 시작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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