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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죠이를 창업한 이후, 마음이 조급했다.


무슨일이든 성공적으로 해내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보란듯이 눈에 보이는 성과가 드러나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제 공연기획사 대표인데 누가 보아도 인정할 만한 공연 기획을 통해 나다운 존재감을 입증하고 싶었다.


한 여름의 무더위가 고개를 숙일 무렵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반년이 지나고 있었고, 이대로 한 해를 넘긴다면 패배자로 전락할 것만 같았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포크페스티벌을 죠이커뮤니케이션의 첫 공연 사업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PD시절에 CBS 음악 FM 개국 축하 공연으로 포크페스티벌을 개최한 적이 있었고, 공연기획팀장 시절에도 수년간 포크페스티벌을 열어왔었다.


매번 성황리에 행사를 치루어서, 그 결과는 항상 좋았었다.

그러나 공연을 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얼마 남지 않은 퇴직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던 내게는 큰 부담이었다.


대관료는 물론 가수들의 출연료, 무대 장치와 조명, 음향 세팅, 홍보비에 이르기까지, 내 형편으로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큰 비용이었다.


"주님, 이 공연을 해도 될까요?"


나는 절박한 심정으로 하나님께 아뢰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님이 이일을 허락하신다는 믿음이 생겼지만, 포크페스티벌에 대한 나의 질문은 밥을 먹을 때에도 길을 걸을 때에도 계속 되었다.


주님께서 허락하신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목사님과 함께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이 공연에 함께하실 것이라는 사인을 받았다.


"이제 공연을 준비하겠습니다."


나는 공연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일하는데 미리 겁을 먹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얼마 남지 않았을 퇴직금 잔고를 헤아려 보았다.

부족한 재정이었지만 이모저모 따져보면서 공연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우선 공연 기획을 위해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포크 가수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은 삶이 노래이고 노래가 삶인 진정한 뮤지션들이었다.


지난 시간 함께 하면서 그 어떤 무대보다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 온 그들이기에 내가 준비하는 공연에 초대하기로 한것이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기꺼이 허락했고 나를 응원하기로 했다.

나의 재정적 어려움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첫 공연에 참가할 출연진은 한동준, 박학기, 유리상자, 자전거탄풍경, 동물원 봄여름가을겨울 등 이었다.


공연 날짜를 9월 5일과 6일, 이틀로 정하고 보니 제대로 된 공연을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하필 그 무렵에 전국적으로 신종플루가 유행하였고 정부에서는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삼가고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피하라고 경계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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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4월에 북미에서 시작된 신종플루가 한국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연일 TV뉴스에서는 신종플루가 위험하니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 가는 것을 자제하라고 방송하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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