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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어허, 교회 안에 조명이 웬 말입니까?"


당시 드럼도 '마귀 음악'이라고 하던 시절이었으니 조명탑으로 인한 논란이 일어날 만도 했다.

새로운 문화가 자리잡는 데는 그런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문화는 그렇게 발전하는 법이니 말이다.


만일 그런 문화가 옳지 않았다면 사라졌을 테지만 지금 한국교회를 보면 조명이 설치되어 있고 드럼도 자유롭게 연주하게 되었다.


CCM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녔던 나는 <CCM 캠프>를 개최 하기도 했다.


강원도 원주 문막에서 캠프장을 빌려 2박 3일 동안 CCM가수들의 공연을 보고 함께 찬양하며 뛰노는 축제를 만들었다.


이는 당시 미국의 <크리스천 아티스트 세미나>를 본떠서 만든 것이었다.


크리스천 아티스트 세미나는 미국에서 매년 여름에 1주일 동안 CCM 가수가 한 자리에 모여 다양한 기독교 대중음악 (CCM)을 선보이는 대축제인데, 한국에서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시도했다.


나는 CCM을 보급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활용했고, 그렇게 무브먼트를 해 나아갔다.


내가 CCM에 열심을 냈던 것은 사명이었고, 사명만큼 꿈의 파이를 늘려 갔다.


당시 미국 최고의 CCM 락밴드인 '페트라'를 초청해 내한 공연을 했으니, 꿈은 꾸는 만큼 이뤄진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페트라 공연은 워낙 연주를 잘하는 팀이다 보니 믿지 않는 이들도 많이 찾았고, 그들이 자연스럽게 복음을 들을 수 있는 매체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CCM, 특히 이러한 크리스천 락 음악을 보고 '사탄 음악'이니 '마귀 음악' 이니 하며 배척하며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과 대적할 생각은 없었다.


문화는 문화로 읽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도 주님이 주신 것이니 그 안에서 주님을 만나고 기뻐하며 즐거워하면 되는 거였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 (딤전 4:4~5)


돌아보니 CCM에 빠져 보낸 시간이 거의 10년 이었다.


나의 30대는 CCM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 PD로서 정점을 향해 가면서 CCM 보급에도 열정을 쏟았던 그때가 내 PD시절의 전성기였다.


나를 왜 CBS에 보내셨을까에 대한 의문이 조금씩  풀어졌고, 부르심에 대한 확신 또한 커져 간 시기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지금 CCM이 많이 쇠락했다.


이에 대해서는 CCM사역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떤 형식과 모습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 바로 서 있는 것이다.


형식보다 내용이 더 중요한데 요즘 CCM 음악은 너무 형식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CCM의 쇠락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CBS는 CCM뿐만 아니라 가요와 팝,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방송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문화적 선물이다.

이 선물을 어떤 마음으로 잘 만들고 전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소금이 녹지 않으면 짠 맛을 낼 수 없듯이, 하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에 녹아들어가서 공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CCM의 역할이고 CBS의 역할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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