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 목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수상자는 젤렌스키와 '우크라이나의 투혼(The Spirit of Ukraine)'이라고 밝혔다.

금년 2월 푸틴이 우크라를 침공하기 전까지는 우크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 그리고 그 나라 대통령 이름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젤렌스키? 뭐하는 사람인데? 토스토엡스키 사촌인가? 그럴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젤렌스키를 모르면 지구촌 간첩 취급을 받는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러시아의 침공이 젤렌스키를 영웅으로 만든 셈이다. 

그래서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은 당연히 젤레스키일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래서 그를 두고 "우크라의 채플린이 21세기의 처칠이 되었다"고 말한다.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이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러시아와 맞서며 2차 대전에서 영국을 구해낸 21세기 처칠이란 별명을 얻은 것이다.

사실 젤렌스키가 러시아와 맞짱 뜨는 전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었다. 

그래서 푸틴은 전쟁은 일주일이면 끝장 날 것이라고 기고만장 했으나 그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전쟁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우크라의 드론이 러시아의 본토를 공격하는 전세로 뒤집혔다. 

젤렌스키의 돌 팔매질에 골리앗이 혼줄이 나고 있는 것이다. 

푸틴의 굴욕이다.

미군이 철수하는 순간 돈 가방을 챙겨 부랴부랴 나라를 도망쳐 나간 아프카니스탄 대통령을 비슷한 시기에 목격한 세계인들은 아마 젤렌스키도 그럴 거라고 믿었다. 

러시아 침공이 시작되자 암살 1순위는 젤렌스키였다. 

러시아 특수부대가 그를 찾아 수도 키이우에 쫙 깔리던 날,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항전을 선언했다. 

무섭다고 방탄쪼기나 헬멧을 쓰지도 않았다. 

그날부터 거무틱틱한 반팔 난닝구를 전투복인양 걸쳐입고 매일 유튜브·트위터를 통해 전황을 알리며 세계인들에게 지원을 호소했다. 

그리고 불안해 떨고 있는 우크라 백성들에게 "난 도망가지 않고 여기 있다"고 외쳤다. 

미국과 영국이 망명 길을 권유했건만 단칼에 거절하고 나섰다.

그의 불굴의 의지에 세계가 놀랐다. 

아니 감동이었다. 

얕잡아 보던 미국과 EU도 그의 용기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지난 4월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 준 사람에게 주는 케네디 용기상(Profile in Courage)이 그에게 수여되었다.

타임지는 "젤렌스키는 지난 수십 년간 전혀 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세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면서 "2022년 세계는 젤렌스키의 박자에 맞춰 행진했다"고 덧붙였다.

꺾이지 않는 불굴의 투혼이 젤렌스키만은 아니었다. 

카타르 월드컵에 흥분했던 지구촌의 코리언들도 그 투혼을 보고 감동하며 함께 울었다. 

8강 진출은 일찌감치 멀어진 꿈이었지만 16강에서 보여준 태극전사들의 투혼이 바로 그거였다. 

그 불굴의 모습이 우리의 가슴을 사정없이 뛰게 만들었다.

카타르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던 한국인들이 태극기에 써서 선수들을 응원했던 말이 바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었다. 

영어로도 썼다. 

Never Give Up 또는 Impossible is Nothing이란 말도 적었다. 

한국선수들이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포루투갈과의 경기를 끝낸 직후 이 말이 적힌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유명해진 말, "중꺾마."

불행하게도 16강에서 만난게 월드컵 우승 예상팀 브라질이었지만 그래도 꺾이지 않고 덤비는 투혼, 그 불굴의 정신을 우리는 얼마나 그리워 해 왔는가?

사실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따진다면 미국 사는 우리 한인 이민자들을 빼놓을 수 있는가? 

영어 때문에 수치를 당할 때마다 자존심이 박살나고 가진 돈이 없어 그냥 몸과 땀으로 비비고 도전해온 세월이 얼마인가? 

영주권 때문에 울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주저 앉기도 하고 내 맘대로 안되는 자식농사 때문에 아무도 모르게 흐느끼며 한 숨을 몰아 쉰 세월은 또 얼마였는가?

그러나 끝내 주저앉지 않는 우리들의 불굴의 정신, 고난과 역경 앞에 쉽게 무너질수 없다는 투혼 만큼은 이 나라 소수민족 중에 누가 우리를 앞서겠는가?

그래서인가? 

지난 중간선거에서 봇물처럼 미국 정계 진출에 성공하는 장한 코리언 아메리칸들을 보았는가? 

어디 정치 뿐인가? 

이게 모두 우리가 가슴에 묻고 살아온 좌우명 '중꺾마'의 산물인 셈이다.

영적 생활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거룩과 순결을 바라보며 거짓과 불의에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더러움과 야합하지 않고 불필요한 명예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밝아오는 새해, 마음을 굳세게 하자. 

거짓과 타협하지 말자. 

작은 이문 때문에 하나님의 눈길을 피해 가지 말자. 

사랑으로 불의를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포기하지 말자. 

젤렌스키가 보여준 투혼, 한국 축구선수들이 보여준 불굴의 정신, 그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새해를 열어가자.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금년에 가장 많이 읽은 성경구절은 이사야서 41장 10절 말씀이라고 조사되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무슨 험한 일이 다가설지라도 결코 꺾일 이유는 없다. 

하나님의 의로운 오른손이 나를 붙들고 계시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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