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마감하는 때가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은 불안하고 편치가 않다.
학수고대했던 백신주사가 시작되긴 했어도 일 년을 되돌아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짓눌려 살아온 암흑의 한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가라", "끔찍했다", "다신 만나지 말자 2020!" . . 그런 반응들이다.
한칸짜리 영어 만평엔 이런 말도 나왔다.
"금년은 내 나이에 보탤 수 없어요. 사용하질 않았으니까(I am not adding this year to my age, I didn’t use it)."
IT기업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망쳐버린 2020년을 한 단어로 풍자한 말들도 공감이 간다.
유튜브는 'Unsubscribe(구독 취소)',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는 'DELETE(삭제)', 샤오미는 'Reboot(재시작)'이란 말을 올렸다.
한결같이 2020년은 없던 셈치고 싶다는 심정이다.
2020년을 영화에 비유한 사람도 있다.
평가는 별점 1개, 한 줄 평은 "매우 나쁨,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번 주에 출간된 타임지 표지가 매우 선정적이다.
2020이란 까만 숫자위에 빨간색 X자가 그려진 상징적인 표지그림이었다.
선생님이 학생 답안지에 '틀렸다'고 표시하는 그 빨강색 X자.
그리고 표지그림의 제목은 '역사상 최악의 해(The Worst Year Ever)'였다.
그러면서 타임은 "금년 우리의 가장 두려운 위협은 바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helplessness)이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역사상 최악의 해를 살아온 2020년도에 우리 주님은 도대체 어디 계셨을까?
왜 이 참혹한 비극을 주님은 그냥 묵인하고만 계셨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임지 표지에 그려진 빨간색 X자를 약간 돌려서 쳐다보는 순간 거기 십자가(+)가 보이지 않는가?
아니 사실 X는 희랍어로 그리스도를 의미하는 '크리스토스'의 머리글자가 아니던가?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표기할 때 X-Mas로 쓰는 것처럼.
그러니까 2020년 위에 그려진 빨간색 X자는 알파벳 엑스가 아니고 바로 '그리스도'로 읽혀지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가 있었다.
바로 '모래위의 발자국(Footprints in the Sand)'이었다.
"어느 날 밤 난 꿈을 꾸었네/주와 함께 바닷가 거니는 꿈을 꾸었네/하늘을 가로질러 빛이 임한 그 바닷가 모래 위에/두 쌍의 발자국을 보았네/한 쌍은 내 것 또 한 쌍은 주님의 것/거기서 내 인생의 장면들을 보았네/마지막 내 발자국이 멈춘 그 곳에서/내 인생의 길을 돌이켜 보았을 때/자주 내 인생 길에는 오직 한 쌍의 발자국만 보였네/그 때는 내 인생이 가장 비참하고 슬펐던 계절이었네/나는 의아해서 주님께 물었네/"주님 제가 당신을 따르기로 했을 때 당신은 저와 항상 함께 하신다고 약속하셨잖아요?/그러나 보세요, 제가 주님을 가장 필요로 했던 그때 거기에는/한 쌍의 발자국 밖에 없었습니다/주님은 저를 떠나 계셨나요?"/주님께서 대답하셨다네/"나의 귀하고 소중한 소자여/나는 너를 사랑하였고 너를 조금도 떠나지 않았단다/너의 시련의 때, 고통의 때에 네가 본 오직 한 쌍의 발자국/그것은 너의 발자국이 아니라 나의 발자국이었느니라/그 때 내가 너를 등에 업고 걸었노라."
아! 그러고 보니 2020년은 코로나로 주저앉은 이 세상을 홀로 등에 업고 가신 주님의 모래밭이셨다.
그래서 금년 한해 동안 사람들은 이사야서의 말씀을 가장 많이 읽은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임마누엘 되시는 주님께서 우리를 업고 걸으신 2020년 ...
그렇다면 최악의 해가 아니라 사실은 눈물어린 은총의 한해가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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