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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우리 시골집 뒤뜰에는 대나무 밭, 앞에는 삼나무 밭이 있었다. 


여름이면 시원하게 그늘을 제공해 주던 삼나무들이 물결처럼 출렁이곤 했다. 


그 삼나무 숲속으로 들어가면 나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었다. 


삼나무 넓은 잎이 출렁일 때마다 가끔 틈새로 보이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난 언젠가 새가 되어 저 하늘을 더 높이 날겠다는 상상의 나래를 펴곤 했다.


삼나무가 다 크면 어머니는 줄기를 잘라 뜨거운 물에 부풀리곤 하셨다. 


그리고 껍질을 찢어서 실을 만들고 그 실로 천을 만들고 그 천으로 옷을 만들면 그게 바로 삼베옷이었다. 


삼나무 밭은 혼자 놀기를 좋아하던 내 동심의 나라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추억 속의 풍경이었다.


삼나무가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대마초인 것을 나는 어른이 된 다음에야 알았다. 


그리고 그 삼나무 잎사귀를 말아 피우면 범죄자가 되어 감방에 끌려가는 유해물질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그 대마초와 벗하며 나는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이다.


시방 캘리포니아에선 금년부터 대마초 사용이 합법화되었다고 난리들이다. 


그런데 연방법무장관은 합법화는 안된다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지방정부를 막아서고 있다. 


난 세션스 법무장관이 잘하는 일이라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난 마리화나 합법화를 반대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송구영신 특별 생방송을 진행하던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각 지역의 송년풍경을 소개하기 위해 콜로라도 덴버의 한 카페를 불러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있던 중년의 남녀들이 모두 마리화나를 쭉쭉 빨아대며 낄낄대는 모습이 아닌가? 


방송을 보던 나는 “아니 저래도 되는 거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사실 콜로라도는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앞서 마리화나가 합법화되었으니 뭐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하고 넘어갔다.


물론 우리 어머니가 대마로 베적삼을 해 입으시던 그 모습대로 대마가 인류에게 유익한 것은 분명하다. 


수천년 동안 90% 이상 배의 돛과 밧줄은 대마로 만들어 졌고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 등 건국의 아버지들도 집에 대마를 키웠다고 한다. 


1820년 목화가 도입되기 직전까지 80% 이상의 모든 직물, 천, 옷, 침대 시트 등은 대마로 만들어 졌고 미국의 독립선언서와 헌법 초안도 대마로 만들어 졌다고 한다. 


미국의 모든 종이는 한때 대마로 생산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고 헨리 포드의 첫 번째 자동차 모델인 T-모델은 사실 대마 가솔린을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니까 대마는 인류에게 매우 유용한 식물임에 틀림없다. 


많은 유익을 주고 키우기에 바람직한 우수식물. 문제는 이 좋은 대마 잎사귀를 왜 입에 대고 빨아대기 시작했느냐에서 출발한다.


대마초는 대마의 꽃과 잎, 이삭을 말린 것을 말하는데 이걸 담배 피우듯 흡입하는 것이 문제다. 


왜냐하면 이 대마초에는 향정신성 화학작용, 즉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대마초를 흡연할 경우 보통 몇 분 내에 환각 효과가 나타나서 1~3시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용할 경우는 더 오래간다고 한다. 


그래서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입이 마르거나 갈증을 느끼고, 안구 충혈, 식욕 증가, 오한, 혈압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행복감이나 평온함, 스트레스 해소 등등 현실도피적 환각상태를 즐기기 위함이다. 


메스꺼움, 구토를 개선시키고 특히 안압을 내려줘서 녹내장 치료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의료용으로 사용하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그러나 환각상태를 즐기려는 위험한 마약류가 확실하다면 당연히 사용이 금지되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인체에 해를 끼치는 위험한 마약류인지, 아니면 일반 담배처럼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의 기호품인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그때까지 결과를 기다려 보지도 않고 마리화나 오락용 합법화를 외치고 나선 캘리포니아는 너무 앞서나가는 게 병이다.


취중 운전은 절대 안된다며 체크 포인트에서는 법적 혈중 알콜농도를 계속 낮추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대마초 흡연운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환각상태에 빠져 판단력은 흐려지고 눈알도 충혈되어 이리저리 들이받아 발생하는 대형교통사고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억울한 죽음은 또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도 정신병자처럼 정상에서 크게 벗어난 이 세상을 살아내기가 버겁다. 


그런데 마리화나까지 합법화되면 몽롱하게 취해버릴 이 세상을 어떻게 상대하며 살아야 할까?


캘리포니아 마리화나 합법화 주민발의안에 나의 반대 한 표로는 역부족, 결국은 이달부터 합법화의 닻을 올리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반대다. 


대마초가 합법화되다보면 야금야금 코케인이나 히로뽕도 합법화. . 


이러다간 야금야금 이 나라가 마약의 소굴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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