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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이가 시골길을 가다가 작은 집 문에 붙은 多不有時란 글씨를 보았다. 


저게 무슨 뜻일까? 


시간은 있는데 많지는 않다? 


저 근사한 사자성어를 붙여 놓고 사는 고매한 인격자는 누구일까? 


생각이 들어 문을 두들겼으나 노 응답. 


그런데 옆집에서 러닝셔츠 차림의 할아버지가 걸어오다가 물었다. 


“젊은이, 거기서 뭐하는 거야?” “아, 이 사자성어 뜻을 좀 알고 싶어서. . . ” “다불유시, 젊은 사람이 WC도 모른다구? 뒷간이야, 뒷간”


아주 먼 옛날에는 그 시골의 WC를 뒷간, 혹은 측간으로 불렀다. 


우리는 크면서 변소란 말에 익숙해지곤 했지만 요즘엔 모두 화장실이란 말로 통한다. 


그런데 절에 가면 그곳을 해우소(解憂所), 그러니까 근심을 해결하는 장소라고 불렸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토일렛이나 배스룸이란 말도 있으나 restroom이란 말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해우소처럼 ‘쉬는 방’이란 의미가 가장 적합할 것 같다. 


그런데 작금의 미국 화장실은 해우소도 아니고 restroom도 아닌 전쟁터요, 언레스트룸, 즉 불안한 방으로 변해가고 있으니 큰일이다.


발단은 지난 4월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주가 성전환자, 그러니까 트랜스젠더의 공중화장실 이용과 관련해 태어날 때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정하면서 불거졌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성 소수자 차별금지 조례 제정을 금지하고, 인종·성차별과 관련한 소송도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인권단체와 대기업, 스포츠 단체, 유명 스타들이 들고 일어났다. 


성 소수자의 편에 서서 ‘노스캐롤라이나 보이콧 캠페인’에 나섰다. ''화장실 전쟁''이 본격화 된 것이다.


비틀스의 멤버 링고스타는 노스캐롤라이나 6월 공연을 전격 취소했고 내년 2월 샬럿에서 열릴 예정인 NBA 올스타전 개최지를 변경하라는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성 소수자 차별법을 시행하는 노스캐롤라이나와 미시시피 주에 공무원의 출장을 금지시키는 주정부, 시 정부가 벌떼같이 늘어나고 있다. 


고립작전인 셈이다. 


코네티컷, 미네소타, 뉴욕, 버몬트, 워싱턴 등 5개 주가 공무원 출장금지, 워싱턴 D.C와 신시내티, 호놀룰루,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뉴욕, 솔트레이크시티 등 16개 도시가 보조를 맞춰 같이 호들갑을 떨면서 화장실 전쟁에 가세했다.


이 문제는 여기서 수그러들지 않고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는 중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연방 법무부가 노스캐롤라이나의 ‘성소수자 차별법’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월권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무부는 이에 질세라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맞고소에 나섰다.


 판사들만 바빠지게 됐다.


대통령도 편을 들고 나왔다. 


당연히 트랜스젠더 편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노스캐롤라이나 화장실법은 어느 정도 정치적 요구에 의해, 성소수자 반대 감정에 의해 결의된 측면이 있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그 법은 잘못된 것이며 잘못된 법은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이 화장실 전쟁의 유탄이 지난주 타겟(Target)으로 향했다. 


대형 리테일 스토어 타겟은 성전환자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성별에 따라서 화장실과 피팅룸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선언하면서 트랜스젠더 편을 들었다. 


그러자 아메리칸가정협회(AFA)등이 타겟 보이콧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삽시간에 120만 명이나 참여하자 타겟의 주가는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타겟 보이콧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은 성적 소수자 차별문제가 아니라 결국 남자의 여자 화장실 출입을 허용하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그럼 화장실은 레스트룸이 아니라 성범죄에 노출되는 여성들과 어린이들의 희생의 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성전환으로 지난해 가장 많이 미디어에 출연하여 마치 영웅(?)처럼 대접을 받은 이가 바로 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인 금년 66세의 부르스 제너였다. 


그는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후 ‘케이틀린이라고 불러주세요’라며 유명 매거진 배니티 페어의 표지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여성 속 옥을 입고 표지에 등장했던 그가 만약 노스캐롤라이나에 갔을 때 남자 화장실에 가면 합법, 여자 화장실에 가면 불법이다. 


그가 남자화장실에 갔을 때 난데없는 여성침입자 때문에 남자들은 또 얼마나 기겁을 하고 도망칠지 상상이 간다.


이런 화장실 전쟁 통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게 성중립화장실, 즉 Gender Neutral Restroom이다. 

남녀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옛날처럼 多不有時 하나로 통일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는 여전히 그런 중립 화장실조차도 여성과 어린이들이 성범죄에 희생될 것이라고 못 박고 있다.


이 화장실 전쟁을 지켜보며 도대체 성전환은 왜 해야 하는지가 의문이 간다. 

그냥 생긴 대로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즉 하나님이 주신 이 모습 이대로 살다 가면 되는 것이지 성형수술이라면 몰라도 근본을 뜯어 고친다? 창조주에 대한 불경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도 영낙 없는 보수꼴통인가보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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