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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이나 공연장, 혹은 경기장에 들어가려면 티켓을 사야 한다. 


요즘 ‘스펙터’란 007영화를 상영하는 일반 극장에선 시니어나 학생들에겐 할인가격을 적용하여 10불 미만이지만 LA 뮤직센터나 디즈니콘서트 홀은 가격이 훨씬 높다. 


더구나 오페라만 공연하는 할리웃의 팬테이지 시어터 같은 곳은 입장료가 비싸서 최저임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사실 그런 티켓 가격은 약과다. 디즈닐랜드 입장료는 무려 99달러다. 


어린이 놀이터 가는데 99달러면 4인 가구 한가정이 입장하려면 400달러 돈이 필요하다.

야구장으로 가보자. 


캔사스시티 로열스의 승리로 끝난 금년 월드시리즈 뉴욕 메츠와의 경기 3-5차전은 메츠의 홈구장 시티 필드에서 열렸다. 


티켓 평균가격은 1,667달러였다. 


물론 월드시리즈라고는 해도 야구장 한번 입장료가 1,600여 달러라면 이건 좀 미친 짓 아닌가?

미친 곳은 또 있다. 


미국사회 최대 명절은 크리스마스나 땡스기빙데이가 아니다. 

수퍼볼이 열리는 수퍼선데이가 바로 그들의 명절이다. 


미국 사람들은 풋볼에 환장한 사람들 같다. 


매년 1월말에서 2월 초에 열리는 수퍼볼 2015년 제49회 경기는 애라조나 피닉스대학교에서 열렸다. 

금년 수퍼볼 입장권은 얼마였을까? 


최저 2천800달러에서 최고 1만3천 달러였다. 


경기장 입장티켓 가격이 1만 달러가 넘어간다면 이게 정상일까?


사실 프로야구나 농구, 프로 골퍼들의 연봉은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다. 서민들이 악착같이 안쓰고 저축하며 살아봤자 프로선수들의 ‘껌 값’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이게 숨막히게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세상의 속성이려니 하고 그냥 넘어간다.


그러나 은근히 화가 날 때도 있다. 


도대체 1만 달러 입장료 내고 수퍼볼 구경 가는 사람들은 조상님들에게 얼마나 많은 공돈을 물려받은 사람들일까? 


자기가 땀 흘려 번 돈이라면 억울해서라도 겁 없이 그런 멘탈붕괴 입장료를 지불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류사회 스포츠나 문화가의 이런 입장료와는 달리 한인사회에도 입장티켓은 있다. 


대개 음악회 입장권이다. 


동문회 연주회를 비롯하여 한인사회에 음악회가 풍성해지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연주회의 입장티켓은 티켓매스터를 통해 에누리 없이 입장료를 받겠다는 일류 공연장과는 달리 초대권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티켓에는 Free Admission이라고 써 놓는다.


조수미 씨나 이미자 씨가 와서 여는 음악회라면 무료입장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 성악가들이 꾸미는 연주회에 공짜로 입장하겠다는 것도 도둑심보에 가깝다.


그런데 돈 주고 오래도 갈까 말까한 음악회도 사실은 많이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그런 음악회를 열어 놓고 꼬박꼬박 입장료 내놓으라고 하면 한인들을 무슨 봉인 줄 아는가?, 라고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더구나 20달러라고 인쇄된 입장권을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강매하러 다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교회나 무슨 단체에게 100장, 200장의 티켓을 강제로 떠맡기면서 나중에 200장 맡겼으니 4,000불 가져오라고 인보이스를 발부한다면 이건 시대착오적인 강도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선교 혹은 이웃돕기를 위해 기금모금음악회란 이름으로 연주회가 열리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라면 눈치 보이는 입장료보다는 연주회장 입구에 성금함을 준비하던지 공연 중에 헌금 순서를 넣어도 좋을 것이다. 


이미 그렇게들 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밑도 끝도 없이 대형 교회 예배당 빌려서 음악회 연다고 광고를 해 놓고는 입장 티켓은 우선 받아 놓고 보라는 식으로 살포하고 다닌 후 음악회에 가던 말던 나중에 돈이나 내라고 우긴다면 이건 힘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돈 뜯으러 다니는 깡패들의 행패와 다를 바 없는 짓이다.


세상을 꾸짖어야 할 교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세상이 교계를 꾸짖어도 할 말이 없다.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높여드리는 음악회가 자주, 여러 곳에서 열리는 일에는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자. 


그러나 그런 음악회를 가장하여 돈이나 챙기겠다는 가짜 음악회, 거룩으로 얼굴을 감춘 음악회 상업주의는 더 이상은 곤란하다.


야구장이나 수퍼볼 입장권에 돈을 물 쓰듯 하는 이 나라의 푼수 수준의 소비주의 병폐를 무엇으로 나무랄 수 있으랴. 


그러나 교회당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교회당다워야 한다.


교회당 음악회라고 모두 무료입장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입장권을 찍어서 강매하는 행위는 음악도 예배당도 오염시키는 행위요, 신성하고 투명해야 할 믿음공동체를 타락시키는 일이다. 


때가 어느 땐데 음악회 입장권 들고 강매하러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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