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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길 CBS 사장



췌장암 말기라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크게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이렇게 시작된 연택이와의 만남은 그가 세상을 떠난 4월 하순까지 하루의 쉼도 없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연택이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목사님이 전한 복음을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받아들였고, 목사님을 통한 성경공부와 기도로 두달 넘는 기간 동안에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연택이는 처음 방문한지 한달이 지날 즈음 세례를 받았고, 죽음을 초월한 영생에 대한 믿음을 깨달았다.


그러한 가운데 하나님께서 연택이를 기적적으로 살려주시기를 갈망하며, 우리는 함께 눈물이 마르지 않는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연택이를 살려주십시오. 연택이가 암말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난다면 KBS의 대표 앵커인 연택이의 소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돌아오겠습니까?"


나는 연택이를 살려달라고 매일매일 정말 통절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기도로 살릴수만 있다면...


우리의 기도는 숨 쉴수 없을 만큼 처절하고 절실하였다.


기도하는 나의 마음은 그 처절함이 극에 달할때가 많았다.


그토록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연택이의 병세는 급속히 나빠져 갔다.


얼굴이 까매지고 배가 복수로 꽉 차오르자 너무나 힘들어 했다.

그러나 그는 내가 심방 가는 날마다 매일매일 "형, 사랑해요, 고마워요!" 라고 하면서 오히려 나를 위로하였다.


얼마나 두려울까,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당시 연택이에게는 늦은 나이에 태어난 딸 봄이가 있었는데 이제 막 백일을 지난 갓난쟁이였다.

어린 딸아이와 아내를 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의 심정은 얼마나 처절했을까?


목사님을 통해 영생의 확신을 얻은 연택이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을 알게 되어 천국에 대한 소망으로, 평안을 얻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어느날 연택이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들이 자기를 찾아온다고 내게 말했고, 우리가 찬송하고 기도하는 동안에는 연택이의 얼굴이 다시 평안해 졌다.


연택이의 부모님은 오랜기간 절에 다니던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두달이 넘게 하루도 쉼없이 연택이를 방문하는 목사님과 나에게 무척 감사하다고 하였다.


우리와 함께 하나님께 기도하면 마음이 평안하다고도 했다.


연택이는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 그동안 보지않았던 CBS TV를 시청하였다.


죽음을 앞두고 꺼져가는 인생에게 세상 것이 얼마나 의미 있었을까?


그런 그에게 CBS TV 를 통하여 전해지는 복음은 사망의 오아시스 였을 것이다.


나는 오랜기간 CBS에 다니면서도 CBS가 죽어가는 영혼에게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지 제대로 실감하지 못했는데, 연택이를 통해 비로소 CBS의 소중함을 알고, CBS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엇다.


생명을 살리는 CBS 기독교 방송, 그곳의 사역자로 부름받은 나! 나는 연택이를 통해 오히려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것이다.


연택이가 암말기 선고를 받은지 얼추 3개월이 되어 갈 무렵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는데 '오늘, 연택이가 하나님 품에 안기겠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나님께서 전날밤의 꿈을 통해 연택이를 하늘나라로 데리고 가겠다는 사인을 내게 보여주셨다.


그날 아침에 연택이의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급박한 목소리로 남편이 일산병원의 응급실로 실렸갔다고 하자, 나는 직감적으로 연택이가 오늘 하늘나라로 갈거라는 예감을 할수 있었다.


 아내에게 검은 양복과 검은 넥타이를 달라고 했고, 회사가 아니라 일산병원으로 차를 돌렸다. 주행속도를 위반하면서 병원에 도착하자 가족들이 황망해서 혼비백산 정신이 없었다.


병원의 간호사들이 내개 응급처치를 도와달라고 했고, 나는 사랑하는 후배연택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육신이 고통에서 사그라지는 모습을 다지켜보게 되었다.


그날 밤 자정을 앞두고 연택이는 운명하였다. 


세상을 떠날때 그의 모습은 평온한 모습이었다.


"연택아 천국에서 만나자."


내가 이세상의 여정을 마치는 날 연택이가 천국에서 나를 기쁘게 맞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의 장례를 치렀다.


한영혼을 위한 간절한 기도는 이렇게 멈춰졌지만, 내 생애 이같은 경험은 다시 오지 않을 사건이었으며, 결국 이 일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님은 나를 통해 한 영혼을 위해 통절하게 기도를 하게 하셨고, 마침내 그를 향한 구원의 계획을 이루셨다.


뿐만아니라 그의 아내와 딸, 부모님과 장모님까지 구원에 이르도록 하셨다.

연택이의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그의 딸은 물론 장모님까지 현재 밀알교회 교인으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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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기 전에 기적같은 은혜로 하나님을 만나고, 또 자기의 가족을 구원의 길로 인도한 최연택과의 만남은 나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는 오랜기간 주님을 믿고 주님을 위해서 살겠다고 고백하면서도 영혼 구원에 대해선 무심했다.

하나님께서는 연택이의 죽음을 통해 잃어버린 영혼에 대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하셨다.

육체의 회복 너머에 우리의 영적인 회복을 바라시며 연합하길 원하신다는 것을 더 깊이 알게 하셨다.


또한 죽음에 이르기까지 연택이가 즐겨보던 CBS 방송에 대한 의미도 생각하게 하셨다.

훗날 천국에서 그가 나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형 덕분이야, 내가 천국에 올수 있었던 것은."


연택이는 떠나고 나는 세상에 남았다.그리고 그의 부모님을 나의 양 부모님으로 섬기며 가까이 지내고 있다.


하나님게서 나를 CBS에 보내신 이유는 분명하다.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통해 우리를 구원에 이르게 하신 그분의 뜻을 전하며 하나님의 사람들에 대한 구원 계획에 쓰임받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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