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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수상이 타계했다.


금년 87세. 저물어가는 영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 그리고 로날드 레이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함께 냉전시대를 종식시킨 위대한 자유주의자란 칭송으로 세계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번 주 또 한사람이 죽었다.


이번엔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자살이다. 아버지 때문에 그의 죽음은 유명해 졌다.
새들백 교회 릭 워렌 목사님의 아들 매튜 워렌이다.


금년 27세다.


새들백 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워렌 목사님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매튜는 정신병에 시달리다 결국은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나 이민교회 같으면 목사 아들이 자살했다면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게 되어 있다.


위로의 마음보다는 목사 집안이 뭐가 잘못되어 아들이 자살했냐고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런 담임목사를 수치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살하면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지옥에 떨어지는 엄청난 죄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처 수상은 위대한 족적을 남겼으니 덮어놓고 천당행, 워렌 목사님의 아들은 자살했으니 지옥행, 그런 식으로 이 세상을 떠난이들에게 우리 입맛대로 천당과 지옥 입장을 교통 정리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 것일까?


그보다 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정말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떨어지는가?


미국은 자살보다는 총 때문에 떼죽음을 당하는 집단 사살이란게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한국은 총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한국은 미국의 자살율 보다 2.5배나 높고 자살문화가 생활 깊숙이 스며있는 일본이나 우울한 민족 세계 1위인 헝가리보다도 자살율이 높다고 조사되었다.


그러니까 OECD 국가중 자살 1등 국가 . . 그래서 매일 35명이 자살한다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도 자살하는 나라고 유명 영화배우들이 줄줄이 자살하는 나라다.


유명했던 배우 이은주, 최진실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모두 크리스천들이었다.


대통령이든 유명배우이든 자살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정치적 환경과 책임 따위는 전혀 따질 필요도 없이 자살한 사람은 무조건 지옥으로 가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 우리 기독교인들의 보편적인 자살 이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성경은 정말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가르치고 있는가?


구약의 사울왕도 자살했고 천하장사 삼손도 자살했다.


 예수님을 배반한 가롯 유다도 자살했다.


그들이 지옥에 갔다는 성경의 기록은 결코 없다.


자살문제를 놓고 성경을 연구해 온 학자들에 따르면 성경은 오히려 자살을 지옥행이라고 가르치기 보다는 이 문제에 있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나님의 최측근이던 모세조차도 자살 충동을 느꼈을 정도라면 왜 우리에게도 자살 충동이 없겠는가?


그러나 자살이란 우리 생명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니고 마치 내가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내 소유라고 생각하는 고약한 교만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살밖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생각하는 넉넉하신 하나님 은혜에 대한 불신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 은혜와 자비가 덮지 못할 우리들의 위기와 불행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자살한 사람을 놓고 천국 갔네, 지옥 갔네, 왈가왈부 떠들기 전에 조용히 인간적인 판단을 유예하고 하나님의 주권에 맡겨드리는 겸손한 순종의 미덕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자살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장례식을 집례 하는 목사가 죽은 이를 두고 계속 자살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자기가 잘못 가르쳤다느니, 자살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죄악이라느니 이미 자살하여 우리 곁을 떠난 이에게 엄청 겁을 주고 있었다.


자살하기 전에는 못 본 척 게으름을 피우다가 뒷북을 치고 있었다. 장례식 설교가 아니라 자살예방 담화문 같이 느껴졌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유족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프고 참담했을까?


장례식 설교라는게 유족들을 위로하는 것이 주 목적이거늘 아무리 자살한 이의 장례식이라 한들 그렇게 혼내키는 설교를 듣고 나니 조객으로 참석한 나의 기분도 영 꿀꿀했다.


하물며 유족들의 기분은 어땠을까 상상해보시라.


예수님이 그 장례식에 오셨다면 모든 순서를 생략하시고 우선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서러워하는 유족들의 눈물부터 닦아 주셨으리라.


교회는 자살 예방을 위해 갖은 방법으로 노력해야 마땅하다. 자살은 하나님의 주권을 침해하는 분명한 죄악임에 틀림없다.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하나님 소유의 내 목숨을 끊는 것도 살인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살한 사람이라면 무조건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고 덤벼드는 완고한 율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그건 하나님께 맡겨 드릴 일이니까.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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