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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설교자의 입장에선 자신의 설교 한마디가 끝날 때마다

 ‘아멘’을 외쳐주는 성도가 있다면 신나는 일이다.


 메시지 전달이 잘 되고 있다는 확신이 있어 좋고 자신의 설교에 은혜가 충만하다는 증거로 여겨질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지난밤 밤새워 설교를 준비한 보람이 있다고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사실 설교시간에 입을 딱 벌리고 졸고 있는 사람들, 하염없이 창문 밖을 응시하며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사람들, 교인들 식사 준비해야 한다고 설교가 시작되는 순간 예배당 뒷문을 열고 유유히 빠져나가는 사람들, 신세대 흉내를 낸답시고 성경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목사 눈이 머물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카카오톡’을 주고받는 사람들, 그런 맹랑한 성도들보다는 설교시간에 “아멘, 아멘”으로 힘차게 화답해주는 성도들이야말로 한없이 이쁘고 고마운 성도들이다.


어느 때의 아멘은 “옳소! 옳소!”란 절대 동의발언으로 해석 될 수도 있다.


예컨대 교회 내에 목사 반대파가 존재하고 있을지라도 ‘아멘부대’가 있으면 그 아멘의 함성으로 목사의 지지세와 존재감을 과시하는 묵시적 수단으로 활용된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멘이란 말은 본래의 뜻과는 동떨어진 채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교회 주일 예배시간. 제일 앞자리 강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명당자리에 한 집사님이 앉아있다.


묵도와 축도 시간을 뺀 예배 시간 모든 순서에서 목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멘을 연발한다.
과장하면 수백 번의 아멘이 터져 나왔고 그것은 고함소리에 가까웠다.


옆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거룩한 임재를 경험하기는커녕 그 집사님의 아멘 소리만 귀에 들어왔다.
목사님의 설교도 그 아멘소리에 침몰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설교고 나발이고 아멘소리만 듣다가 끝났다고 투덜댔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예배하러 온 것이 아니라 고함치는 아멘소리만 듣고 흩어지는 꼴이 된 것이다.

예배가 끝나고 옆에 앉아 있던 한 여자 성도가 말했다. “집사님, 집사님이 아멘을 그만하실래요? 제가 이 교회를 그만둘까요?” 그랬더니 그 옆에 앉아있던 또 한명의 여자 집사도 “저두요!”라고 동의했다.
머쓱해진 그 집사님이 다음주일에 어찌 행동했는지는 더 이상 전해 듣질 못했다.


아멘(Amen)이란 히브리어로 긍정을 나타내거나 ‘그렇게 될 지어다’라고 동의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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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도나 찬송의 마지막을 맺는 구절로 자주 사용되며 예배드릴 때, 또는 기도할 때 동감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고대 유대교에서 랍비가 성경의 한 구절 한 구절을 읽을 때 성도들이 그 구절을 따라 말하게 함으로 성경교육을 실시했는데 구절을 되풀이하여 따라 하는 것이 점점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듣는 사람들이 그냥 아멘만 말하면 되는 생략어법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유대교 전통에서 비롯된 아멘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많이 보편화된 히브리어가 되었고 만국 통용어라 할 만큼 타종교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말이 되었다.


이 흔하게 사용되는 아멘이 진실되게 사용되느냐가 문제다.


그냥 의미없게 습관적으로 입에 오르내리다보면 기독교를 비웃는

장난감처럼 저평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일부러 입에서 터져나오는 아멘을 틀어막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정말 그렇게 되기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흘러나오는 한마디의 아멘은 지루하고 길게 늘어진 기도보다 더 깊고 신실하게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압축 기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아멘이 거룩한 성도들의 거룩한 예배를 막아서는 방해꾼으로 둔갑한다면 아아, 이 아멘을 어찌할꼬?


예배는 정숙하고 경건해야 한다.


그렇다고 죽은 막대기가 모여 있는 것처럼 생명력이 실종된 예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홀리 노이스(Holy Noise)'란 말이 있긴 하지만 홀리와 노이스는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이다.


절대로 아멘이란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는 ‘아멘 사용불가 크리스천’도 문제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예배까지 망쳐놓는 실속 없는 ‘아멘 중독 크리스천’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그럼 예배당 정문에 이런 말을 써 붙여 놓는 아이디어는 너무 오버하는 것일까?


 아멘-속삭이듯 말해주세요.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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