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때에 노아의 방주는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안팎으로 역청을 칠했다(창 6:14).
역청의 히브리원어는 ‘코페르’(kopher)이다.
성경에 ‘코페르’란 이름의 식물이 있다.
아가서 1:14에 “나의 사랑하는 엔게디 포도원이 고벨화 송이로구나”는 말씀에서 ‘고벨화’는 ‘코페르’를 그대로 음역한 것이다.
고벨화는 화장품의 재료로 쓰이는 꽃이다.
꽃잎을 말려 곱게 빻아 만든 것이 고벨화분인데 영어로 해너 파우다(Henna powder)라고 한다.
이것으로 매니큐어나 염색약을 만들기도 하고 손등에 아름다운 꽃무늬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도 고벨화로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화장품은 얼굴을 덮어 잡티나 주근깨 등을 가려 아름답게 꾸미는데 쓰인다.
역청이 방주의 나무를 덮는 것처럼, 화장품은 얼굴을 덮는 것으로 모두 ‘덮는다’(covering)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코페르’의 또 다른 뜻이 있는데 ‘속죄’(atonement)이다.
구약시대에 ‘속죄’란 “피로 죄를 덮는 것”을 의미한다.
성막과 성전에서는 속죄의 피로 죄악으로 인한 심판의 물결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였다면, 노의 방주는 역청을 발라 세상에 가득한 심판의 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런 점에서 법궤에 속죄의 피를 바르는 것과 방주에 역청을 바르는 것은 의미상 같은 뜻을 갖는다.
법궤와 방주가 영어로 똑같이 상자를 뜻하는 Ark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코페르’의 동사형 ‘카파르(kaphar)는 ’덮는다“(cover)는 뜻과 함께 ”죄를 가리다“(cover over the sin), "용서하다“(forgive), ”화해하다“(reconcile)는 뜻이 있다.
‘덮는다’는 것은 허물을 가려주고 감싸주는 용서의 뜻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구원의 방주라고 말한다.
노아의 방주 안팎을 역청으로 감싼 것처럼, 교회는 속죄의 피인 예수님의 보혈로 감싼 곳이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죄를 속죄피로 감싸주듯 서로 감싸주고 용납하는 사랑의 역청으로 하나가 된 믿음의 공동체다.
방주의 나무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역청이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교회의 구성원들이 아무리 능력 있고 믿음이 좋은 사람들로 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서로의 허물을 감싸주는 사랑으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온전한 구원의 공동체를 이루기 어렵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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