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gif

<조명환 목사>

 

지난 13일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70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아카데미 시상식 ‘맛배기’로 열린다고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명성을 지닌 명품 시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금년엔 ‘레미제라블’이 작품상을 비롯해서 장발장으로 나온 휴 잭맨이 코미디 뮤지칼 부문 남우 주연상, 판틴 역으로 나온 앤 해서웨이가 여우 조연상을 받으므로 3관왕에 올랐다.


지난주 감명 깊게 본 ‘실버라이닝 플레이 북’의 제니퍼 로렌스도 코미디 뮤지칼 부문의 여우 주연상을 받았고 ‘제로 다크 서티’의 여자 주인공 제시카 차스테인은 드라마 부문 여우 주연상, 남우 주연상엔 ‘링컨’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받았다.


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시상자 자격으로 참석했다느니 ‘빨강머리 소녀’의 용감한 이야기를 다룬 ‘브레이브’가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상을 받았다느니 이런저런 재미있는 화제에도 불구하고 시상식이 끝난 다음날 화제는 누가 상을 받고 어느 작품이 예상외로 물 먹었다는 등의 가십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화제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배우 겸 영화 감독인 조디 포스터였다.
 왜 일까? 전 세계가 지켜보는 그 넓고 화려한 무대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조디 포스터, 마침내 커밍아웃!” 그것이 금년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최대 뉴스 였다고 할까?


조디 포스터는 누구인가?

 

조디포스터_커밍아웃.png

 

옛날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존 힝클리를 기억하시는가?

 

다행이 레이건 대통령은 목숨을 건졌지만 그 황당한 젊은이가 짝사랑한 배우가 바로 조디 포스터였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대통령에게 총을 쏘았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배우가 조디 포스터였다.


그의 나이 금년 50세. 이번 골든 그로브 시상식에선 영화인으로서 그의 공헌을 기리기 위해 평생 공로상인 ‘세실 드밀 상’을 수여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보이는 그녀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 . . . “나는 공개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이 말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고 “나는 싱글이다 . . 나는 오래전에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지인이나 가족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나는 이미 커밍아웃을 몇 천년 전 석기시대에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의 커밍아웃 선언문이 계속되는 순간 좌석에서는 간간히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온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톱스타들은 흥분이 된다는 듯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었다. “


그래, 저기는 할리웃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의 시상식 구경은 종료되고 말았다. 조디 포스터의 이날 커밍아웃으로 동성애 지지그룹은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 된 것이다.


커밍아웃이란 무슨 말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성적 소수자가 스스로 자신의 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타인에 의해 강제로 정체성이 밝혀지는 것을 ‘아웃팅’이라고 한다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된 골든 그로브 시상식 자리 같은데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 커밍아웃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미국의 동성애 지지 세력들이 줄기차게 확대되면서 기독교 국가라고 계속 부르짖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연출 가능한 커밍아웃 드라마는 아마도 줄줄이 사탕처럼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주의로 활짝 열려 있는 할리웃 톱스타들의 커밍아웃, 그런데 커밍아웃이 어디 거기 뿐이랴!


이러다 보면 누군가는 목사 안수 받는 자리에서 커밍아웃할지도 모른다.
아니다. 대통령 선서를 하러 나선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누구 하나가 성경에 손을 얹고 선서를 끝낸 뒤 취임연설을 통해 커밍아웃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이런 커밍아웃의 높은 파도에 밀려 기독교 복음주의가 외치는 ‘동성애 절대 반대’는 어느 날 희망 없고 가련한 일엽편주로 변해서 어느 무인도에 영구 폐기처분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염려 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지금으로서는 어림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런 때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제 우리들의 교회는 젊은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동성애 반대 매뉴얼을 조금은 업그레이드 할 때가 되었다.


 단순 무식 꼴통 스타일만 고집하다가는 더 크게 밀릴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정말 '예수님은 이런 때 어찌 하셨을까?(WWJD)' 라는 좀 더 깊은 고민을 요하는 때가 된 것이다.


괜히 골든 글로브 시상식 즐기다가 조디 포스터에게 뺨 맞은 것 같은 기분 나쁜 추억에서 벗어나 동성애 문제를 술술 풀어가는 우리들의 ‘솔로몬의 지혜’는 어디 없을까?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