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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란 나라는 알고 보면 콩가루 집안이다. 

옛날 옛적엔 로마의 지배를 받다가 로마가 망하면서 유럽 게르만 민족의 일부인 앵글로 족의 침략을 받게 되었다. 

그때까지는 영국 본토에는 켈트족 가운데 하나인 브리츠(Brits)란 족속들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섬 이름도 브리튼(Britain)이었다. 후에 정착한 색슨족과 함께 앵글로 색슨 족이 브리튼을 호령하면서 켈트족들은 지금의 스코틀랜드나 웨일즈 지역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여러 혈통이 엎치고 덮치며 살다보니 역사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나라였다. 지금의 영국 국기를 유니온 잭이라고 부른다. 그 국기엔 3개의 십자가가 합성되어 있다.

첫째는 잉글랜드를 상징하는 하얀 바탕의 빨강 십자가다. 이를 세인트 조오지 십자가라고 부른다. 
또 하나는 파란색 바탕에 하얀 십자가가 X자로 그려있다. 성 안드레 십자가라고 부른다. 스코틀랜드 국기다. 

또 하나는 하얀 바탕의 빨간색 대각선 십자가(X)가 있는데 아일랜드의 수호성인 세인트 패트릭스 십자가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자세히 뜯어보면 3개의 십자가가 숨어 있다. 

즉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노던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십자가다. 여기에 웨일즈가 합쳐서 4개의 왕국이 연합을 이루었으니 국가의 이름을 ‘그레잇 브리튼과 노던 아일랜드의 연합왕국,’ 즉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란 긴 이름을 갖고 있는 게 영국이다. 흔히 UK라고 부른다.

세계에서 국기에 십자가를 하나도 아니고 세 개씩 붙이고 있는 나라는 영국 밖에 없다. 그만큼 기독교 신앙이 돈독한 나라다. 

튜더 왕조의 헨리 8세가 이혼을 하기 위해 카톨릭에 배반의 칼을 빼들고 탄생시킨 성공회, 지금은 세계 종교가 되어 있다. 칼빈의 신학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잔 녹스가 장로중심의 개혁교회를 탄생시킨 곳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였다. 

그래서 장로교의 고향도 영국이다. 요한 웨슬리가 도덕적 암흑시대였던 18세기 영국을 구원하기 위해 시작한 경건운동으로 태동된 감리교회도 ‘메이드 인 영국’ 산이다. 성결교, 구세군, 나사렛 교회들이 모두 웨슬리의 신학적 후예들이다. 

이 영국이 빅토리아 여왕시대를 거치면서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번영을 누리자 영국 배를 타고 전 세계로 흩어진 수많은 선교사들이 뿌린 선교의 역사가 바로 세계의 개신교 역사가 된 것이다. 
그 머나먼 조선 땅 대동강에 까지 와서 순교의 발자치를 남기지 않았는가? 

콩가루 집안처럼 국내 사정은 복잡했어도 하나님은 이 영국이란 나라를 사용하셔서 개신교의 세계화 마스터 플랜을 실현해 가셨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국을 두고 우리가 ‘개신교의 종주국’이란 말을 써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런 영국이 드디어 유럽연합(EU)에 이혼장을 찍겠다고 작심을 하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더니 예상을 깨고 덜컥 찬성 쪽으로 결론을 내고 말았다. 

통합과 개방의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EU 창립 회원국이 되었고 이 나라의 정치적 영웅이라 할 수 있는 윈스턴 처칠의 이상이기도 했던 ‘하나의 유럽’이 싫다고 브렉시트(Brexit)를 결의한 것이다.

사실 개신교 종주국 소리를 듣는 영국인들의 쌓여가는 시름을 이해할 수는 있다. 

런던 하이드팍에 나가보면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기 위해 공원에 나와 있다.

한둘이면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공원의 반 정도가 검은 두건을 두른 여성들로 넘쳐나고 있으니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무슬림들이 이렇게나 많이 영국에 살고 있다고? 현재 런던 시장은 파키스탄 계 무슬림이다. 과연 이 도시에 얼마나 많은 이슬람계 이주민이 살고 있나를 짐작케 해 준다.

밀려오는 중동,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이들의 복지정책 때문에 자신들의 노후 연금이 바닥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중산층 이하의 영국민들은 멕시컨들 때문에 자신들의 생활이 궁핍해 지고 있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 설치고 다니는 도날드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미국의 백인 노동자 및 중산층 심리와 닮은꼴이다. 

그래서 밀려오는 이주민들에게 빗장을 걸어 잠그고 쓸데없이 퍼붓는 EU 분담금을 내국인 복지비용으로 활용하자는 달콤한 공약에 말려들어 찬성표를 던지긴 했지만 막상 결의를 해 놓고 보니 후회막심, EU 탈퇴결의를 번복하기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들었다.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탈퇴를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t+Brexit)’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 복음주의 진영은 오히려 브렉시트가 영국을 위해 잘된 일이라고 찬성하고 나왔다. 

대표주자는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등이다. EU는 너무 세속화 되었기에 영국이 개신교 종주국으로서 쥬데오 크리스천 전통의 순혈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선 EU 탈퇴결의는 잘한 일이라며 거들고 나왔다. 

예컨대 EU헌법에는 하나님이란 말 한마디조차 없으니 개인이나 사회의 도덕성과 영성이 후퇴할 수 밖에 없다고 본 것이다.

브렉시트를 통해 확실해 진 것은 우리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점이다. 

이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가는 길은 역사의 주인되시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리고 그분이 주신 약속의 말씀가운데 화평을 구하는 지혜뿐이다. 

주님을 바라보며 마음의 부산함을 가라앉히자.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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