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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는 미국의 ‘바이블 벨트’ 중에서도 가장 종교적인 주로 알려진 곳이다. 


USA투데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민의 82%가 종교는 자신의 삶에 아주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전통적인 공화당지지 지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적이 없다. 

오직 같은 남부출신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왔을 때 그때 한번 민주당 편을 들었다. 


주도인 ‘잭슨’은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에게서 유래된 이름이다. 

흑인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주이기도 하다. 


영국, 아일랜드, 독일계도 많지만 흑인 비율은 37%로 미국최고다.

미시시피는 블루스, 로큰롤, 컨트리 뮤직 등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탄생한 곳이다. 컨트리 뮤직의 아버지라 불리는 지미 로저스도 여기서 태어났다.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쓴 작가 테네시 윌리암스도 여기 사람이고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미시시피가 고향이다. 


미시시피란 인디언 말로 ‘큰 강’이란 뜻이다.


뜬금없이 미시시피를 들고 나오는 이유는 미시시피에서 지난주 다른 주에서는 해내지 못하는 ‘종교자유법’을 통과시켰고 주지사는 보란 듯이 이 법안에 서명하여 주법으로 발효됨으로 ‘큰 강’에다 배짱까지 끝내 준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미시시피 주는 지난주 종교자유법, 더 정확하게 말하면 종교자유회복법(Religious Freedom Restoration Act)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후 필 브라이언트 주지사가 서명함으로 주 법으로 발효되었다. 


골자는 이것이다. 


“비지니스 업주는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고객에게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동성애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배웠는데 동성커플이 웨딩케익을 주문하러 오면 이를 ‘법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이후 동성커플들은 웨딩케익, 웨딩드레스, 결혼 꽃을 주문하려다 거절당할 경우 이를 법정으로 끌고 가기가 일쑤였다.


그 바람에 빵집이나 꽃집이 거덜나고 마침내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비즈니스 업주들이 동성커플의 주문을 외면하면서 막대한 정신, 물질적 피해를 입게 되자 신앙양심에 따라 살아보려는 이런 신실한 크리스천 업주들은 당연히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어 왔다.


이렇게 미시시피 주가 종교자유법을 강행하고 나오자 갑자기 뉴욕이 발끈하고 나섰다. 


다름아니라 뉴욕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가 미시시피 주에 대한 비본질적 여행 금지를 골자로 하는 행정명령을 이번 주 발동시킨 것이다. 


필 브라이언트 주지사의 종교자유법안 서명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민들의 평등과 복지를 증진하고 차별에 맞서는 것이 뉴욕 주의 정책이라며

뉴욕 주의 기금을 받아 미시시피를 여행하는 모든 기관들의 여행요청을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시시피에서 발효된 법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대한 분명한 차별이며 그런 차별은 뉴욕 주가 추구하는 가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 불공정한 미시시피 법이 취소되기 전에는 비본질적 공무여행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은 조지아 주에서도 이 종교자유법이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미국의 대기업 ‘큰 손’들이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애플, 트위터, 옐프, 나이키, 제네럴 일렉트릭 같은 기업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한 것이다. 

결국 돈 앞에 무릎 꿇는 격이었다.


그런데 미시시피는 좀 더 세게 나갔다. 


주지사가 밀어 붙인 것이다.


미시시피 법을 두고 동성애 지지그룹들은 “호모포비아들의 발악에서 나온 법”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이 법으로 인해 일반 사업자뿐만 아니라 교사, 경찰, 소방관, 의사들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성소수자는 물론이고 이혼이나 재혼자, 혹은 싱글맘이나 타인종들에게 합법적으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실 이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종교적 신념이 차별을 불러 올수 있다는 주장은 곱씹어 볼 이유가 있다.


인종을 보고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루어져 있는 상태다. 

인종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성애는 선택적인지라 차별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은 어떻게 조율해야 하는가?


동성애 합법화와 종교자유법안에 때문에 이 나라 갈등의 골은 더 노골화되고 있다. 


뉴욕은 진보의 심볼이다. 


뭐든지 앞서 달려가는 진보적 시대정신의 전진기지다. 미시시피는 보수의 심볼이다.

공화당을 부등켜 안고 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남북전쟁 용어를 빌리자면 뉴욕은 북군이고 미시시피는 남군이다.


남북전쟁은 노예해방 문제였지만 시방 뉴욕과 미시시피의 반목은 동성애가 문제다. 


중국이나 중동권으로 다시 이민 가기 전에는 ‘운명적’으로 우리는 이 문제에 직면하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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