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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한창 주가를 끌어 올리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는 자신을 미국개혁교회 소속의 장로교인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성실하게 성경을 읽고 있다는 보도를 읽었다.


그런데 그건 구라에 틀림없다. 


성경을 매일 읽고 QT를 하며 말씀에 붙잡혀 살아가려는 신실한 우리 한인크리스천들은 아닐지라도 적당히 교회를 다니면서 어깨너머로 성경말씀을 배우는 나이롱 신자 수준이라도 이 말씀은 모를 리 없다.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는 말씀이다.이 말씀은 야고보서에 나온다. 


하나님은 사무엘에게 또 이런 말씀도 하셨다. 


“나의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그래서 인간의 중심을 보고 그 외모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기독교의 외모관이 아니던가?


그런데 트럼프가 같은 공화당 여성 후보에게 무슨 말을 날렸는가? 


“누가 저 얼굴에 투표하고 싶겠나?”라는 외모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 뱉았으니 이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말인가? 이런 말을 듣고도 그의 지지도가 크게 추락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다른 혹성에서 떨어진 이방인이거나 외계인이 아닐까?


그런데 지난 9월 16일 우리 집에서 10여분 떨어진 시미밸리의 레이건기념도서관에서 CNN주최 제2차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가 열린 마당에서 그는 한방 먹고 말았다.


사회자가 그 화제의 주인공인 휴렛 팩커드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 후보에게 “그렇게 (모욕적인)말을 한 트럼프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 나라의 모든 여성들은 트럼프의 그 말을 들었다”고 간단명료하게 쏘아붙였다. 


미국의 모든 여성들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순간이었다.


결과는 피오리나의 승리로 끝났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이요, 피오리나의 지지율은 수직상승. 


토론회가 끝난 후 CNN 조사결과 피오리나는 12% 상승했고 8%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트럼프를 바짝 뒤쫓는 2위 주자로 성큼 올라섰다.


미 주요 언론들은 1차 토론이 끝나고 ‘트럼프의 굉음’, ‘확실한 승자’란 표현에서 ‘약점 노출 트럼프’, ‘트럼프의 여름은 끝나는가’란 말로 2차 토론회를 평가했다. 포브스는 아예 피오리나를 승자로, 트럼프를 패자로 규정하기도 했다.


우리는 흔히 잘 생긴 사람은 성공가능성이 크고 못생긴 사람은 심리적 열등감이 많아서 인생이 순탄치 않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못생긴 사람들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못생긴 외모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당연히 여러 방면에서 더욱 뛰어난 면모를 발휘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전형적인 예가 바로 처칠 영국 전 수상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처칠은 위대한 지도자이긴 하나 그의 외모는 못생긴 편이었다. 


이처럼 못생긴 사람들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결국 조직력과 지도력에서 남들보다 뛰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름다움이 곧 미덕’이라는 오랜 진리는 그럼 유효기한이 지났단 말인가?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그 진리가 비실비실 약효를 잃은 지는 오래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오프라 윈프리는 뚱뚱하고 별로 잘 생긴게 없는 유명 엔터테이너였다. 


그러나 자신의 ‘오프라 윈프리 쇼’를 성공시켜 ‘세상을 움직이는 세계 여성 50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존경받는 인물로 올라섰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앨 고어는 누가 뭐래도 미국 최고 미남이었다. 

배우 못지않게 잘 생겼다. 


잘 생긴 얼굴 순서로 대통령을 뽑는 다면 그는 당연히 대통령 감이다. 


그러나 너무 과분하게 잘 생긴 깔끔한 이미지 때문에 결국 대중에게서 멀어지고 말았다. 


잘 생겨야 성공한다고? 


그건 고리타분한 옛말이 되고 말았다.


한국은 ‘성형천국’이라고 한다. 그건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나라란 말이다. ‘청년백수 100만 시대’라고 하는데 그 청년들이 대부분 BB크림이나 바르며 얼굴화장과 성형수술에 정신이 팔려있다고 하니 백수치고는 참으로 한심지사가 아닌가?


피오리나에 대한 외모 비하 발언으로 지지율 저하란 부메랑을 맞고 있는 트럼프의 경거망동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우리도 틈만 있으면 외모지상주의 패거리 심리에 빠져들 위험성은 얼마든지 많다. 


교회에 처음 나온 사람의 외모가 처칠같이 뚱뚱하고 못생겼다고 우습게보지는 않았는가? 


얼굴 좀 뜯어 고치겠다고 한국으로 가는 긴 성형수술 방문자 행렬에 편승한 적은 없는가? 


아름답게 얼굴을 고쳐보겠다고 모아 놓은 돈이 있으면 늘어나는 LA다운타운 노숙자들에게나 나눠주시라. 


얼굴의 미모보다 마음의 미모를 가꿔가는 게 진짜 미인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마음의 미모를 읽어주는 마음의 안목을 길러가야 한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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