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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을 당했다면 강도만난 것처럼 우선 기분이 나빠진다. 


심심찮게 우리도 이메일을 해킹 당할 때가 많다.


오늘 어느 분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그 날 저녁 갑자기 이메일을 보내서 영국 여행 중 강도를 당해 지갑 등 모든 것을 잃었으니 호텔로 빨리 돈 좀 보내달라고SOS를 외치면 이건 해킹이 분명하다. 


이런 수준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사람은 이젠 하나도 없다. 


쌍팔년도 수준의 거짓말 수법인 것을 모두 알고 있으니까.


이메일이 우리의 소중한 생활수단으로 정착했으니 그 부작용으로 가끔은 해킹이 뒤따른다는 불편함은 어쩌면 감수해야 될 의무사항인지도 모르겠다.


핵(hack)이란 말은 마구 난도질한다는 뜻이지만 해킹하면 컴퓨터 조작을 즐긴다는 속어로 쓰이는 말이 되었다. 


법률적 의미로는 시스템의 관리자가 구축해 놓은 보안망을 어떤 목적을 갖고 무력화 시켰을 경우나 이에 따르는 모든 행동을 해킹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시스템 관리자의 권한을 불법으로 획득하거나 이를 악용하여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니까 남의 정보를 훔쳐가거나 남의 시스템을 난도질하는 인터넷상의 강도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말은 1960년대 히피세대 대학생들이 돈 안내고 몰래 공짜 전화를 건다는 ‘폰 프리커(phone phreaker)’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70년대 들어 컴퓨터의 보급이 확산되고 정보통신망이 발달되자 폰 프리커들이 컴퓨터 해커로 변신하면서 성장기를 맞이했다. 


수많은 개인용 컴퓨터(PC)가 가정, 학교, 사무실에 보급되자 컴퓨터 해커들의 활동은 전성기를 맞게 되었고 해커들이 사회적 비행을 저지르면서 사회 문제로 까지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다보니 ‘핵티비스트(hacktivist)’란 말까지 생겨났다. 해킹을 정치적 이념 투쟁 도구로 사용하는 행동주의자들을 말한다.


 아마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나 미 CIA 기밀정보를 폭로한 후 러시아로 숨어들었다고 전해졌지만 사실은 지금 어디 있는지 행방이 묘연한 국제미아 에드워드 스노든도 정치적 목적 추구란 측면에선 핵티비스트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노상이던 인터넷상이던 도둑은 도둑이다. 그러니 해킹이 없는 인터넷 문화가 정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주 이 해킹이란게 덮어놓고 나쁘지만은 않다는 일이 벌어졌다.

캐나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애실리매디슨닷컴’이란 웹사이트가 해킹을 당해서 지금 인터넷상에서 난리가 났다. 


무슨 웹사이트이길래? 


기혼남녀의 데이트를 알선하는 불륜사이트다. 


미혼 남녀라면 무슨 상관이랴! 


그런데 기혼 남녀의 데이트 사이트? 


우선 이 사이트의 슬로건을 보면 이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가 훤히 보인다. 

“인생은 짧다, 바람을 피워라(Life is short. Have an affai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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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뚜쟁이 짓을 하겠다고 인터넷으로 불륜의 판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회원수가 6,400만 명이라니 이것 또한 놀랠 노자다.


이 웹사이트가 해킹을 당했으니 우선 고객 3,700만 명의 정보가 만천하에 들어날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만약 이 사이트 회원이란 사실이 남편이나 아내에게 폭로되면 그 가정은 어찌될까?


창녀촌에 들이닥친 풍기단속 경찰들처럼 해커들은 이 사이트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고 폐쇄하지 않으면 고객의 정보를 천하에 공개하겠다고 협박장을 날렸다.


시원하다, 시원해!


사실 이런 불륜조장 웹사이트가 거기 뿐 이겠는가? 


인터넷은 하나님의 말씀이나 찬송가도 풍성하지만 불륜으로 말하면 홍등가도 있고 민망한 포르노 세상이 널려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이라면 인터넷의 거룩한 사용주권을 스스로에게 선언해야 한다.

따라서 인터넷이 선량한 문화의 이기가 될 수는 있지만 동시에 불륜이나 범죄의 도구로 악용될 수도 있다. 


사용자의 도덕과 영적 수준에 따라 이기도 되고 흉기도 된다.


해킹도 그렇다. 


도둑이라고 다 나쁜게 아니라 홍길동이나 로빈훗과 같은 의적도 존재하는 법이까 음란사이트나 불륜사이트를 폐쇄하라고 겁주는 ‘의로운 해킹’도 마침내 등장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있고,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뒤따른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란 사자성어가 여기에도 해당될 것 같다.


주님께서도 이런 말씀을 하셨다.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딸 수 없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딸 수 없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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