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금년에도 어김없이 타임지가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100 Most Influential People)을 특집으로 소개했다.


100인 명단에는 버락 오바마, 푸틴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세계 정상들이 포함되어 있고 공화당 대선주자로 워밍업을 하고 있는 전 플로리다 주지사 젭 부시, 미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은행 자넷 옐렌 총재도 포함되어 있다. 


애플 최고 경영자 팀 쿡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21세기 자본'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토마 피케티 파리 경제대 교수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인도는 있는데 어디 한국 사람은 없을까 찬찬히 살펴보니 아니 이게 웬일? 

김정은이가 떡하고 명단에 올라 있는 게 아닌가? 


세계 100대 영향력 있는 인물가운데 한국 사람은 유일하게 김정은 하나라는 것이다. 

꼼꼼히 찾아보면 왜 없을까? 


당장 뉴욕의 유엔본부를 지키고 있는 반기문 사무총장도 있지 않은가?


이 100인 명단은 온라인 독자들을 상대로 한 투표결과에다 자체심사를 거쳐 선정했다고 한다. 


조명환.jpg


14억 인구를 대표하는 중국의 시진핑, 인구부자니까 우선 투표에서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 


13억 인구의 인도수상 나렌드라 모디, 3억2천만 인구를 가진 버락 오바마, 1억4천만 인구의 러시아의 푸틴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의 리더들이 영향력이 있다는 건 이해가 간다.


또 연예계에서는 가수 카니에 웨스트와 부인 킴 카다시안이 무슨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는지는 몰라도 좌우지간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팝의 요정’이라 불리며 요즘 무대를 독차지하고 있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그래미상 수상후보 22회, 배우 엠마 왓슨은 페이스북에서 2천9백만명, 브래들리 쿠퍼는 5백8천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는 천문학적 숫자 때문에 영향력이 있다고 하자.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장 영향력있는 세계 여성 50인 가운데 1등이라고 치켜 올린 배우 안젤리아 졸리는 어디로 숨었고 또 오프라 윈프리는 어디로 갔는가?


김정은이 툭하면 엉뚱한 짓으로 세계인들의 뉴스메이커로 등장하는 점은 이해한다고 해도 그걸 영향력으로 계산해도 된다는 말인가? 


물론 타임지가 정한 선발기준에 합격해서 이름을 올린 것이려니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미국 본토를 향해 핵탄두를 쏘아 올릴 대륙간 탄도미사일, 절대로 인류역사에 쓰여서는 안될 병기 개발에 정신을 팔고 있는 어린 독재자가 영향력 100인에 포함되어 있다면 영향력?


 “아이고! 그 영향력 잘 먹고 잘 사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한국 사람은 그렇다 치고 기독교를 대표하는 인물을 찾아봐도 프란치스코 교황 딱 한명이다. 

아마 그는 전 세계 11억 캐톨릭 인구의 수장이란 점을 크게 감안했을 것이다. 


캐톨릭은 그렇고 그럼 캐톨릭과 개신교를 합친 기독교 인구가 얼마인지 계산 뽑기가 힘들었단 말인가?


 지구상의 기독교 인구가 얼마인데 교황 한명 딸랑인가?


그러나 사실 흥분할 일은 아니다. 


영향력이란 푸틴이나 김정은이 독재의 방망이를 휘둘러 발생되는 가슴 아픈 영향력도 있겠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가르쳐주신 영향력은 사실 그런 ‘폭력의 영향력’ ‘수천만의 팔로워’ ‘14억 인구를 대표하는 얼굴마담’으로서의 영향력이 아니라 수면아래 영향력, 감춰진 영향력이었다. 


그러니까 기독교의 영향력이란 소금과 같이 ‘스며드는’ 영향력, 밀알과 같이 ‘썩어지는’ 영향력이라고 가름침을 받았다.


우리는 세속적으로 눈에 띄기를 좋아하고 박수갈채를 받으며 군림하는 영향력 따위와는 근본이 다른 영향력의 생산자들이다. 


누룩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며 살아야 옳다.


따지고 보면 영향력의 원조는 사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이시다. 


나사렛 깡촌에서 태어나 생애를 통틀어 겨우 갈릴리, 가버나움, 예루살렘 정도의 도보 여행이 고작이었고 ‘문교부 가방끈’은 제로였던 그 분이 30여년의 생애를 마감한 후에 세상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BC와 AD로 인류역사의 분기점이 되신 그 분을 두고 감히 영향력 따위를 말하는 게 언어도단이다. 

우리는 시방 그 분의 영향력 때문에 살고 그 분의 영향력을 위해 살기로 나선 사람들, 그리스도인이다.


그러므로 그까짓 타임지의 영향력 100인 가운데 이름이 빠졌다고 우리의 영향력이 어디 증발이라도 되겠는가?


문제는 그 분의 영향력을 위해 나는 죽고 그 분만 드러나는 스며드는 영향력을 발휘할 생각은 아예 접어버리고 죽고 살기 식으로 내 영향력 과시풍조에 빠진 우리 시대의 교회 리더십 때문에 주님의 영향력이 비참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