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이제는 책으로 된 성경보다는 스마트폰에 다운받아 놓은 성경 어플리케이션이 대세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흔히 “앱, 앱” 하고 다니는 말은 어플리케이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스마트폰을 한번이라도 만져본 사람이라면 앱이란 무슨 말인지 알고 있다.

한국의 문화사역단체인 팻머스 문화선교회가 한국 기독교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73%가 예배시간에 성경책 대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71%는 평상시에도 성경책을 대신해 스마트폰의 성경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두꺼운 성경을 “낑낑”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요즘 성경책들은 버전도 다양하고 거기다 찬송가는 물론이고 이것저것 부록을 붙여 차별화를 시도하는 출판사들의 잇속 경쟁 때문에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이 돈벌이 수단으로 타락하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구석이 숱하긴 하다.
이런 판국이니 ‘성경앱’이 두꺼운 성경책을 밀어내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그럼 들고 다니기 쉽다는 그 알량한 ‘휴대성’ 때문에 특히 젊은이들에겐 책으로 된 성경이 밀리는 추세라고 하지만 휴대성 때문에 과연 성경을 더 많이 읽게 될 것이란 가정은 진실일까? 
정답은 ‘아니올시다’였다. 
스마트폰 사용 이후 성경을 더 많이 읽게 됐다는 응답자는 겨우 35%에 불과했다. 

예배시간에도 성경앱을 열다가 다른 기능을 사용했다는 응답자가 절반에 가까운 47%로 조사되었다. 

스마트폰이 오히려 예배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적색경보인 셈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조명환.JPG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성경을 열어보는 척 하다가 금방 날라 온 이메일도 열게 되고 누군가가 보낸 카톡을 열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도 있다. 

거래은행에서 잔고부족이란 경고 메시지를 받을 수도 있다. 

때로는 CNN에서 보내는 브레이킹 뉴스가 문자로 뜨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예배에 집중하기는커녕 은행 잔고 때문에 금방 근심에 빠지게 된다. 

무심코 열어본 카카오톡에서 누군가 장난삼아 보낸 음란사진이 벌컥 튀어 나올 수도 있다. 

하나님께 주목해야 할 예배시간에 CNN의 세상뉴스가 하나님 나라 뉴스를 방해하고 은행잔고가 마음을 빼앗아 하나님은커녕 돈 걱정에 빠져들게 한다면 이런 성경앱은 말이 좋아 성경이지 영낙없는 예배방해꾼이다.

예배시간에 스마트폰을 끄지 않고 여유 있게 예배당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 

디즈니 콘서트 홀이나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온에 들어갈 때면 미리미리 스마트폰을 꺼서 문화인의 당연 매너인 것처럼 설설 기면서 행동하다가도 성경앱을 핑계로 전화기를 당당하게 켜고 예배당에 입장한다면 그건 경건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 성경앱이 실제 성경책을 대체할 수 있을까란 설문에 응답자의 63%가 대체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대체 가능하다는 응답자보다 무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된 것은 다행스런 반응이다.

특히 예배시간에 성경책 대신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묻자 75%가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스마트폰의 실용성은 인정을 해도 그것이 성경책으로 대체할 수는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는 종이 성경책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신뢰와 애정이 있다. 

성경책은 희망과 절망, 눈물과 고백이 깃들어 있는 우리 인생의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인생의 긴 여정을 거치면서 때로는 밑줄을 긋기도 하고 여백에 메모도 남긴다.

눈물자국도 있다. 
세례 받을 때 주신 말씀에 특별한 표시를 해 두기도 하고 목사 안수 받을 때 주신 말씀엔 색연필로 표시를 해 두기도 한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말씀도 거기 있고 중생체험을 하며 가슴이 뜨거워 졌을 때 읽은 말씀도 거기에 있다.

어느 장례식에서 내가 사회를 볼 때 설교자로 오신 임동선 목사님의 성경을 가까이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성경의 겉가죽이 윤기는 고사하고 털면 먼지가 올라올 정도였다. 

닳고 단 페이지마다 밑줄 투성이였다. 

헌 책방에서 책을 고를 때 느껴지는 그 누습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골동품 수준의 그 성경을 바라보며 나는 한 목회자의 헌신적인 생애와 말씀에 붙들려 순종의 삶을 살고자 했던 순결하고 고귀한 믿음을 읽는 듯 했다. 

하나님 말씀에 인생을 걸고 살아 온 자의 위대한 전투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성경앱? 

내게는 아직도 성경책에서 느껴지는 영적 중량감은 실종되고 값싼 실용주의 냄새만 나는 것 같아 거부감이 앞선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하나를 엉덩이 호주머니에 넣고 빈손을 흔들어대며 예배당에 들어서는 이들을 무례한 성도라고 눈치 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성경책을 들고 가는 것이 예배당 입장수칙으로 알고 평생을 살아온 7080세대 이상의 사람들은 그게 우리들의 아름다운 전통이려니 믿고 ‘나의 사랑하는 책’을 들고 다니는 버릇을 즐거운 불편함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