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JPG


최근 '한국인의 마지막 10년'이란 조선일보 특집기사를 읽으면서 왠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속일 수 없었다.

세상은 자꾸 고령화되어 가는데 노인들의 마지막 황혼길은 점점 평탄치 않다는 우울한 보도였다.
물론 여기 미국 사는 한인들이야 '미국'에 소속되어 딴 나라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문화적 처지에서는 적지 않은 공감대를 느낀다.

'죽음의 질'을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얼마나 아프지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나느냐'라고 한다.

예를 들면 죽음을 앞둔 이들을 돌보는 호스피스는 '편안한 죽음'을 맞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하는 영국은 인구 6,300만명에 호스피스 병상이 3,175개인 반면 한국은 인구가 5,000만 명인데 호스피스 병상은 880개 뿐이라고 한다.

2010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연구소(EIU)가 전세계 4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죽음의 질지수 (Quality of Death Index)' 조사에 따르면 영국이 1등, 미국과 캐나다는 공동 9등, 한국은 32등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꼴지 수준은 아니어도 바닥권이다.

전반적인 의료시스템, 말기치료비용, 말기치료의 질, 말기치료 이용편의성 등을 따져봤을때 그렇다는 것이다.

조명환목사.jpg

요즘 얼굴의 점을 빼거나 잡티를 없애고 쌍까풀 수술하겠다는 사람들이 한국으로 튀어 나가는게 LA의 풍속이 되어버린 이유는 한국이 '성형천국'에다가 시술비가 미국에 비해 엄청 싸기 때문이라고 들었다.

그런데 막상 말기 환자들, 노인들이 아파서 의지해야 할 의료복지 시설은 미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한국에서도 돈 많은 노인들은 4성급 호텔같은 양로원에서 으리으리하게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어도 그게 재벌이나 특권층에게나 해당되는 꿈같은 환상 아니겠나?

이 신문의 특집보도 작은 제목들만 읽어도 현실이 짐작이 간다.

"마지막까지 항암치료로 고통만 연장...'존엄한 죽음'과 거리 멀어" "오래살고 오래 앓는 시대..." "노인91%, 인공호흡기 원치 않지만...암환자 되면 절반이 연명치료" "마지막 10년의 빈곤, 젊은 세대로 갈수록 심해진다" "마지막 10년 의료비 폭탄이 '처량한 노후'를 부른다" "10년 새수명 3년 들었지만..그중에 2년은 질병 안고 사는 기가" "상주(喪主)보다 더 많은 고인(故人)...2031년부터 '부음쓰나미'".

결국 아프고, 외롭고, 궁핍한게 한국노인들의 '마지막 10년'의 삼중고라는 것이다.

80세 이상 한국 노인 중 만성질환이 없는 사람은 10명중 1명으로 나타났고, 최근 20년간 가장 많이 늘어난 노인 사망원인 2위가 자살로 조사되었다.

노인들의 외로움이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가난정도는 어떠한가?

한국 노인의 빈곤율은 48.5%로 OECD 평균 12.8%보다 두배이상 높다.

숭실대학교에서 실시한 재미있는 조사가운데 하나는 한국은 부모소득이 1%높아질수록 따로 사는 자식과 일주일에 한번이상 얼굴 볼 가능성이 2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미국이나 외국의 경우 부모소득과 자식 이 만나는 횟수는 무관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바다건너 한국의 현실만이 아니고 우리집에서도 '노인의 삼중고'는 마침내 하나 둘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노동절 연휴에 우리 부부는 '방콕(방에 콕 틀어박혀 있음)'이나 하면서 앞마당 청소하기에 바빴는데 아내는 시간이 있을때 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렸다.

두 자식 모두 집안에 쳐 박혀 연휴를 보내고 있는 부모얼굴 보러 올 기미가 안보이자 자식들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감추고 애꿎은 전화기나 만지작 거리는 아내의 외로움을 나는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부모 소득과 자식 얼굴 보는 것이 상관이 있는 한국에서 사는 것도 아닌데 부모는 왜 벌써 외로운가?

겨우 60고개 넘은 '새파란 노인'주제에.
그러나 시간문제다.

나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병들고 외롭고 그리고 궁핍해질 황혼녘이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

오래 살면서 오래 아파 고생만 하는 노년이라면 장수가 어디 축복이겠는가?

암에 걸려 통증과 투쟁하다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다면 얼마나 불행한 종말인가?

딸 자식도 몰라보고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는 연명치료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살아생전 그렇게 존경받고 사랑 받던 어른인데 생노병사의 세번째 단계에서 너무 비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 후손들의 아름다운 메모리를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면 그분의 한평생은 얼마나 허망한 것이 되고 마는가?

오래 사는것 보다는 편안하게 죽는것이 축복이요, 더욱이 존엄을 유지하며 죽는 일은 복중에 복이란 생각이 든다.

죽을때 마져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은 참으로 연약하고 불쌍한 존재, 그래서 정신이 멀쩡할 때 우리가 드려야 할 간절한 기도제목 하나는 이것이어야 한다.

"주님, 존엄한 모습으로 죽게 하옵소서."

기획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