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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화가이자 조각가 미켈란젤로가 천장에 매달려 그린 바티칸 소재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엔 ‘천지창조’란 제목으로 여러 그림들이 그려져 있다. 


천정 맨 중앙에 그려진 그림이 ‘아담의 창조’란 그림이다. 아담은 건장한 미남 청년으로, 신(神)으로 묘사된 이는 수염이 긴 백발 할아버지다. 


그림을 자세히 올려다보면 신과 아담은 팔을 길게 뻗어 손가락이 달랑 말랑한 위치까지 맞다 있다. 


신과 인간이 서로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는 기대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만나지 못했거나 혹은 앞으로도 영원히 만날 수 없음을 시사해 주는 것 같기도 한 그림이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충분히 악수할 수 있는 거리였지만 악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악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가장 보편적인 인사방법중 하나다. 


어디서 유래된 것일까?


고대 바벨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성한 힘이 인간의 손에 전해지는 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치자가 성상의 손을 잡았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미켈란젤로가 이런 소릴 전해 듣고 아마 아담의 창조 장면을 신과 인간이 악수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천장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로마시대에 와서는 시이저가 오른손으로 악수하는 방법을 장군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중세시대에 와서는 기사(knight)들이 칼을 차고 다니곤 했는데 적을 만났을 때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 들어 적의를 표현했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을 때는 손에 무기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오른손을 내밀어 잡았다고 한다. 


이것이 악수의 유래가 되었다는 게 가장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팔을 흔드는 이유는 맞잡은 손의 소매 부분에 무기를 숨기지 않았다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매너가 글로벌 가십거리가 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서로 기싸움을 했다느니 미국을 방문한 독일 메르켈 총리의 악수 제안을 트럼프가 거부했다느니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트럼프와의 악수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고심을 했다느니 그런 애기들이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지난주 폐막된 G20정상회담 중 메르켈 총리가 초청하는 한 음악회에 참석한 20개국 정상들이 쭉 도열해 있는 자리에서도 트럼프의 악수는 화제꺼리가 되었다. 


맨 앞자리에 서 있던 트럼프가 바로 뒤에 서 있던 중국의 시진핑에게 보이려고 부인 멜라니아 옆에 서 있던 문 대통령에게 길게 왼손을 내밀어 그의 오른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고 한다. 


마치 “시진핑, 우린 이렇게 친한 사이야!”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악수 한번으로 그렇게 과시하려 했다는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예법을 차려가며 화기애애하게 악수를 주고받지만 사실은 지구촌이고 뭐고 자기네들 국익부터 챙기다보니 자칫 악수 속에 비수가 숨어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자리가 그런 자리일 것이다.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다메섹 도상에도 나타나시고 낙향하여 물고기를 잡는 베드로의 갈릴리 호수에도 나타나셨다. 


승천에 대한 기사가 복음서엔 빈약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만약 예수님이 승천하시면서 지상에 남겨두는 제자들과 못자국이 남아 있던 오른손으로 일일이 악수를 하고 헤어지셨다면 아마 악수는 천주교에서는 일곱 성례 플러스 악수성례, 개신교에서는 세례식과 성찬식 플러스 악수성례, 그래서 제3성례로 지켜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례는 아니더라도 교회에서도 악수는 가장 보편적인 인사방법으로 지켜지고 있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은 나가는 문에 기다렸다가 교인들에게 악수를 청한다. 


악수는 여자가 먼저 청해야 한다는 전통 때문인지 여자 성도들 앞에서는 그냥 목례만 하고 악수를 건너뛰는 경우도 있다. 


노령의 성도님에게는 다가가서 두 손으로 악수를 하기도 한다. 


목사를 쫓아내려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교인들은 일부러 목사와 악수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지위가 높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청하는 것이 악수의 관례라고 한다. 


손을 너무 오래 잡고 흔들어 대는 것은 실례이고 상대를 보지 않고 시선을 돌린 채 악수하는 행위도 예법에 어긋난다. 


악수하면서 손을 꽉 쥐어짜듯 움켜쥐면 악수하면서도 속으로 욕을 먹는다. 


대개 시험에 빠진 성도들이 목사님과 악수할 때 손은 내밀지만 아이컨택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교회로 옮기려고 작심한 사람들도 목사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 악수를 한다.


악수가 생활의 일부가 되고 악수에 관한 가십도 풍년이건만 세상은 여전히 공격적이고 비열해지고 더 잔인해지고 있다. 


악수보다 더 정직하고 성실한 인사법, 손으로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인사법, 꾸밈없는 위로, 평화, 신뢰가 저절로 쌓이는 신종 인사법이 개발될 수는 없을까? 


악수하고도 금방 싸우고 미워하고 서로 갈라지는 이 세상을 치유하는 신종 인사법!


<크리스찬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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