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은 성경 번역사와 흐름을 같이 한다. 12세기 유럽 종교개혁의 불씨를 댕긴 왈도파가 남프랑스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한 이후 14세기 개혁자 존 위클리프가 영어 성경을 펴냈고 15세기에는 얀 후스가 체코어 성경을 번역했다. 마르틴 루터는 16세기 독일어 성경을 펴내면서 사제들의 전유물이던 성경을 민중에게 선물했다.

우리나라도 한글 성경과 함께 복음의 문이 열렸다. 성경 66권 전체가 우리말로 번역된 건 1911년 ‘셩경젼셔’였다. 이후 ‘셩경개혁(1938년)’ ‘성경전서 개역한글(1961년)’ ‘개역개정(1998년)’이 차례대로 번역됐다.

현재 우리가 보는 개역개정은 복음의 진수를 담은 번역본으로 평가받고 사랑받지만 1911년 첫 번역본에 뿌리를 두다 보니 어려운 표현이나 단어가 적지 않다. 새 신자들은 물론이고 젊은 세대도 이해하기 어렵다. 성경뿐 아니라 100여 년이 넘도록 관행처럼 굳어진 회의 용어들도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반포 속옷(출28:4)’ ‘분변(눅12:56 등)’ ‘연갑자(갈1:14)’ ‘경책(시103:9 등)’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어는 각각 ‘겉옷 안에 받쳐 입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의복’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생각이나 판단’ ‘어떤 범위에 속하는 나이’라는 뜻이다. 심지어 경책은 ‘좌선할 때 주의가 산만하거나 조는 사람을 막대기로 깨우친다’는 의미로 불교에서 주로 사용된다.

맞춤법 표기법이 바뀌면서 문법적으로 틀린 단어도 있다.

출애굽기 15장 10절에 나오는 ‘납 같이’는 바뀐 띄어쓰기 법칙에 따르면 ‘납같이’가 맞다. ‘나일 강’ ‘요단 강’ 등도 붙여 써야 한다. 누가복음 19장 8절에 나오는 ‘네 갑절’은 ‘네 곱절’의 오기다. 갑절은 모든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나일 강’ ‘요단 강’ 등도 붙여 써야 한다. 누가복음 19장 8절에 나오는 ‘네 갑절’은 ‘네 곱절’의 오기다. 갑절은 모든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2021년부터 ‘새한글성경’ 집필에 착수했다. 현재 신약과 시편 번역까지 마쳤고 내년 완역 예정이다.

새한글성경은 쉬운 표현이 눈길을 끈다. 요한복음 13장 14절은 “그러므로 ‘주’이고 ‘선생’인 내가 직접 그대들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그대들도 또한 서로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해요”라고 번역됐다. 대한성서공회는 이와 함께 개역개정판의 대대적인 재번역도 진행하고 있다.

쉬운 말 성경은 세계교회의 추세다. 독일은 마르틴 루터 번역본에 뿌리를 둔 ‘루터 비벨’을 읽는 데 어려운 문장과 단어가 많아 어린이들을 위해 ‘바시스 비벨’을 새로 펴냈다. 기초 성경이라는 의미다.

회의 용어도 현대어로 순화해야 한다. ‘천서(추천)‘ ‘흠석사찰(안전요원)’ ‘증경(전)’ 등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는 2019년에는 천서위원회를 ‘총대 자격심사위원회’로 고쳤다. 예장고신 총회도 2015년 용어 개혁을 단행해 ‘헌의’는 ‘상정’으로, ‘촬요’는 ‘요약’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이두희 대한성서공회 번역담당 부총무는 29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개역개정판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성경 번역의 결정체이지만 시대에 따라 언어도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면서 “쉬운 말 성경이 교회의 장벽을 낮추고 젊은 세대와 새신자에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소통의 길을 더 넓게 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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