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2. 우리부부는 삼각관계

부부사이만 해도 그렇다. 

남편과 나는 하나가 아니고 삼각관계이다. 

나, 남편, 교회, 이렇게…. 

마치 교회 없이 우리 부부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결혼기념일이나 생일도 서로 바빠서 어떤 해는 서로 잊어 버려 무사히 지나가 버린다. 

어쩌다 기억한 해는 D-데이 몇 주 전부터 심방이나 모임을 못 만들도록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고 카운트다운과 알림설정을 하고 어렵게 하루를 비워 결혼기념일이나 생일에 저녁식사나 샤핑을 나가도 베이에리아 지역에서는 영락없이 교인이나 아는 사람을 만나 동석하게 되고 둘 만의 시간은 도루묵이 된다. 

집회를 나가거나 선교지를 함께 가도 그것은 사역이지 부부의 시간은 아니다. 

내 집에서 잠자는 시간까지도 언제 비상이 생기거나 교인이 찾아올지 모르니 잠자리까지도 긴장상태에서 침대에 들어가고 밖에서 바스락 소리만 나도 혹시 교인이 급한 일로 찾아 오지 않았나 귀를 세우다가 눈깜짝 할 사이에 새벽기도 갈 시간이 되어 스프링처럼 튀어 일어나 꼬꼬닭처럼 후다닥 일어나 뛰어나가면 다시 밤늦은 시간 침대에 누울 때까지 서로 얼굴한번 못 쳐다보고 하루를 지날때도 있다. 

 

3. 둘만의 탈출

그래서 우리 부부는 안식월을 받아 둘만의 여행을 떠났다. 

선교지도 부흥회도 아닌, 그래서 아는 교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어 남편은 아저씨로 나는 아줌마로 불려지는 낯선 곳으로 떠났다. 

아줌마, 아저씨, 아, 얼마나 정겨운 소리인가, 얼마나 편안한 부름인가. 

돈을 풍성히 쓰는 화려한 외출은 아니지만 평소와 달리 둘 만의 대화를 하며, 미술관의 그림을 보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며,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전으로 거슬러 날아간듯 길에서 대낮에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팔장을 끼고 느긋느긋 활보하며, 낄낄거리며 목회 22년의 모든 스트레스와 남편에 대한 결혼30년의 모든 아쉬움과 섭섭함을 한 방에 날려보냈다. 

나의 눈에도 늘 목사님으로만 보이던 남편이 아, 이 남자가 내 남편이구나, 나는 이 남자의 아내구나, 그런 심플한 편안함이 나를 마냥 행복하게 했다. 

설교나 집회를 해야 하는 곳이 아니기에, 교회와 집이 멀리 있기에, 전화도 받을 수 없기에, 챙겨야 할 아이도 없기에 우리의 신경은 풀어놓은 바이올린 줄처럼 느슨해 질대로 느슨해 졌고 밤낮으로 머리에 가득한 일거리는 전혀 생각나지 않고 둘만의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교회로 돌아왔을 때 남편과 나의 마음은 백지가 되어 있었다. 

전에 좀 껄끄러웠던 얼굴도 섭섭했던 얼굴도 모두 새롭고 예쁘게 보이고 성도들과 새로운 연애(?)가 시작된 것이다. 

또 무슨 힘든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마음으로 뜨거워졌다. 

어린아이가 잠 잘 때 키가 크는 것과 같이 주 안에서의 휴식은 성숙과 은혜를 체험케 한다. 

 

(다음호에 계속)

-배명희 저서 신세대사모학(2004)에서

<북가주 사모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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