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개척, 할 수 있다, 된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첫 ''개척자 컨퍼런스''란 말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CBS 노컷뉴스’ 제목을 훑어보다가 내 시선을 강탈한 기사 제목이었다. 우선 개척자 컨퍼런스란 말이 가슴을 울렁이게 한다.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총 칼을 손에 쥔 개척자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손에 쥔 교회 개척자를 이르는 말이었다.


요즘 미주 한인교계에서 ‘교회개척’이란 말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래서 개척자 컨퍼런스가 열린 모양이다.


우리 시대를 탈종교화 시대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종교를 떠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종교의 위기''니 ''종교의 종말'' 또는 ''종교 없는 삶의 시대‘라고 진단을 내린다.


그래서인지 예수 믿고 싶어 하는 구도자들을 찾기도 힘들고 예수 그리스도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자꾸 자꾸 멀어지는 것 같다. 사회적 분위기가 이런 마당에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 급감으로 한인들을 대상으로 교회를 개척한다는 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다. 설상가상 교회를 떠나는 2세들을 붙잡을 여력도 없고 방법도 마땅치가 않다. 교회에서 크고 있던 중고등부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나가버리면 교회도 빈자리가 휑하다. 그래서 줄어드는 교인숫자 때문에 고민은 깊어진다. 떠오르는 대안이 없다.


이런 때 열린 개척자 컨퍼런스이니 당연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세길감리교회는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교회다. ’세상의 길이 되는 교회''를 지향하면서 붙인 교회 이름 세길교회. 이 교회는 주로 30-40대들이 모여 주중에 교회를 중심으로 독서 모임과 미술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 개척 9년 차인 현재 50여 명이 모인다고 한다.


이 교회 김기승 담임목사는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찾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지금도 어느 교회를 가야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예비 목회자들이 지역사회에 맞는 건강한 교회 개척을 준비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도천교회. 이 교회는 할머니 3명, 할아버지 1명과 함께 교회를 개척한지 9년째인데 현재 20여명이 모이고 있는 농촌교회다. 매달 1일과 6일, 5일장이 서는 주천면에 가서 전도용 물티슈와 휴지를 나누며 교회의 존재를 알렸다고 한다.


이 교회 김진호 담임목사는 "5일장 전도의 가장 큰 열매라고 하면 도천리에도 교회가 있다는 소문이 났고, 귀농, 귀촌하신 분들이 우리 교회를 찾아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 160만 명에 육박했던 교세가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 118만 명대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러자 교단차원에서 탈종교화 시대라 할지라도 이른 바 ''할 수 있는'' 맞춤형 교회 개척 모델을 제시하면서 개척자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황병배 협성대 선교학과 교수는 교회 개척을 위한 마을목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선교적 교회론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며, "교회가 서 있는 마을, 지역사회를 선교지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교회로 시선을 돌려보자. 한국교회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교회마다 젊은이가 줄어들고 급속도로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는가하면 신입교우 환영회는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해도 해도 안되는 게 전도라는 전도 패배주의도 팽배하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탈종교화시대라고 손 놓고 있으라고 주님이 우리를 부르셨는가? 탈종교화시대가 아니라 기독교 박해시대에는 어떻게 복음이 전파되었는가? 예수에 ”예“자만 나와도 붙잡혀가고 성경책을 나눠주고 싶어도 불온문서로 찍혀서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죄가 되는 살벌한 곳에서 신분을 속이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에게는 한참 미안한 말 아닌가?


교회 간판 걸어 놓으면 줄서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옛날 옛적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회개척하면 우선 구름떼처럼 사람을 끌어와야 한다는 숫자 강박증에 사로 잡혀서도 안된다. 위에 말한 세길교회, 도천교회는 개척 10여년에 결국 모이는 숫자가 50명, 그리고 20명이다. 그래도 이 교회 목사님들은 신바람이 나서 목회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기승 목사님의 말은 얼마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인가? ”작지만 건강한 교회를 찾는 분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나도 이민교회를 개척해서 12년을 목회했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심정을 안다. 빌려 쓰는 예배당이 텅 비어 있을 걸 생각하면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가는 길이 마치 비아돌로로사로 느껴진다.


멕시칸 일일 노동자들이 자기에게 일감을 달라고 손을 흔들면 저들이라도 차에 태워 예배당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도 개척교회의 숫자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는 목사였다.


은퇴하고 보니 왜 그랬는지 후회가 된다. 교회의 건강과 크기가 항상 비례 하지는 않는다. 큰 교회도 병든 교회가 있고 작은 교회도 건강하게 예수님을 증거 하는 교회가 있다.


한인이민교회 여기저기서 미래에 관한 비관적인 예측이 쏟아지고 있지만 “교회 개척, 할 수 있다, 된다!" 그 믿음으로 돌진하는 젊은 목회자들을 보고 싶다. 교회개척이 세상 바라보고 시작하는 비즈니스가 아니고 주님 얼굴 바라보고 시작하는 영적 도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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