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방향 튼 신학대 졸업생 부쩍

변호사·파일럿·도슨트…제2의 길 걷는 신학도들

장신·총신대 법조인 잇단 배출, 사진작가·언론인 등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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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가 되려고 신학대학교에 진학했지만 ‘일터 사명’을 따라 직장인으로 진로를 전향한 신학도가 늘고 있다. 

신학대를 졸업하면 으레 신학대학원(신대원)에 입학한 뒤 목사 안수를 받는 기존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다.

일터 속 사회선교사 확산

최근 들어 확산되고 있는 신대원 정원미달 현상도 신학도들의 ‘다른 길’ 개척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 같은 현상을 목도하는 신학대 측도 ‘일터 속 사회선교사’ 양성 쪽으로 신학생들의 진로 다양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30일 주요 신학대에 따르면 장로회신학대(장신대·총장 김운용)와 총신대(총장 박성규)에서는 잇따라 법조인이 배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장신대 기독교교육과 출신인 유순종(중랑경찰서 경감), 안인웅씨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12회(2023)·13회(2024) 변호사 시험에서 각각 합격한 뒤 변호사가 됐다.

타인 고통 응답하는 법조인으로

공익법무관이 되기 위해 입대를 앞둔 안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로스쿨 공부도 쉽지 않았고 변호사 시험 전 100일 동안은 깨어 있는 시간 빼고는 쉬지 않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합격률이 53%에 그친 13회 변호사 시험에 처음 도전해 합격했다.

그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따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세상 속에서도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찾을 용기가 있다면 신학대 출신도 얼마든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면서 “공익법무관으로 3년 근무를 하고 난 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변호사가 돼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총신대 출신으로는 서청운 수원지방법원 판사가 대표적이다. 

서 판사는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로스쿨 1기로 3년간 법조 경력을 쌓은 뒤 2015년 로스쿨 출신 첫 경력 법관으로 임용됐다. 

이 대학 신학과를 졸업한 방세현씨도 13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사진작가·파일럿·도슨트까지

이들 신학대 출신 중에는 IPA 국제사진 공모전 올해의 에디토리얼 작가 홍우림 사진작가(장신대)나 대기업 직원, 민항사 파일럿, 기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졸업생이 적지 않다.

도슨트로 활동하는 이서준 여행미술관 대표는 감리교신학대(감신대) 신학과와 대학원에서 교회사를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등학생 때 아프리카로 떠난 교회 아웃리치에서 만난 선교사의 영향으로 목회의 꿈을 키웠던 그는 “신학교 생활 2년 동안 이론 위주의 학교 수업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대 후 떠난 유럽 여행에서 이 대표는 외국인들에게 여러 도움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해외 한국대사관을 돌며 외국인의 한국비자 발급 등을 돕는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귀국해서는 외국인들에게 무료로 여행가이드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여행가이드로 시작한 것이 좋은 기회들로 이어져 현재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감신대 신대원 교회사를 전공한 그는 “사랑하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신대원을 통해 배웠고 도슨트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슨트로 일할 때 절대로 전도를 목적으로 두지는 않는다”면서도 “성직자와 선교사의 꿈을 이런 방향으로도 이끄실 수 있겠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본격 진로코칭 나서는 신학대

장신대는 학부 1~4학년까지 진료연계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안정도 진로코칭 지도교수는 “진로코칭 수업은 필수 과목으로 모든 학부 학생이 수강해야 한다”면서 “목회자가 되기 위해 입학한 학생들이지만 다양한 인생 여정이 있다는 걸 배우면서 더욱 단단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사가 아닌 다른 길을 걷는 동문과 만나게 해주고 실제 이 과정에서 진로를 바꾸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면서 “졸업생들이 저마다 다양한 분야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다른 길을 택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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