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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맘바’ 코비 브라이언트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되었다. 

지난주 골든 스테이트 워리워스와의 경기에서 넘어지더니 그게 보통 부상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절뚝거리면서도 2개의 3점 슛을 날린 후 퇴장해 버렸다. 
그의 투혼에 힘입어 레이커스는 그날 승리를 거뒀다.

ESPN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방송들은 지난주 코비의 부상 소식을 톱뉴스로 다뤘다. 

레이커스의 운명이 어찌 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우려지만 수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를 아끼는 팬들의 염려가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장 정규 시즌 마지막 남은 2경기를 어찌할까 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지난 주일 저녁 레이커스는 서부조 2위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홈경기가 스테이플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나는 클리퍼스의 팬이고 함께 사는 아들은 대학 때부터 레이커스의 팬이다. 

“아빠, 오늘 레이커스 게임이 있는 날이에요” “코비가 없는 레이커스가 무슨 재미가 있을까? 
그것도 상대가 막강한 샌안토니오 스퍼스라면서?” 

나는 코비 없는 레이커스가 샌안토니오를 꺾는다는 것은 거의 기적이라고 믿고 있었기에 TV에 눈을 주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아들이 보는 TV 옆을 슬쩍슬쩍 지나치면서 훔쳐보니까 아니 이게 웬일? 
레이커스가 스퍼스와 시소게임을 벌이면서 업치락 뒤치락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아리조나에서 모셔온 스티브 내시도 부상 선수가 되어 벤치에 앉아 있고 코비는 아예 코트에 나타나지도 않은 그날 밤 게임에서 드와잇 하워드, 메타 월드피스, 파우 가솔, 그리고 스티브 블레이크 등이 종횡무진 스퍼스를 압도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의 경기는 86대 91로 레이커스가 예상외의 승리를 거뒀다. 

경기를 중계하던 사회자는 레이커스의 이날 경기를 맥시멈 에포트(maximum effort)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또 마뉴멘탈 윈, 기념비적인 승리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놀란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이럴 수도 있구나! 

코비가 없어도 그 수퍼스타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죽자 사자 달려드는 팀 멤버의 극한 노력, 그 맥시멈 에포트에 열중하다보니 결국은 승리가 따라준 것이다. 

레이커스가 이번 주 휴스턴 로케츠와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 놓고 있으니 플레이오프에 마침내 진출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좌우지간 스타가 사라지면 보나마나 패배일줄 알았는데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었다.

오히려 코비가 빠져나간 빈자리를 메꾼 레이커스의 전략은 단 하나! 극한 노력, 그것 하나였다. 
그리고 나의 관측을 뒤엎고 그게 승리의 꿀맛을 안겨준 것이다.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의 산물이란 말도 있다.   

틀림없는 금언이라고 인정은 해도 어른이 되면서 버리고 살아온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다. 

가끔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나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가? 너무 편리해진 세상에 살다보니 노력이란 어휘가 좀 진부하게 느껴진다. 

쉽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세상엔 널려 있는데 바보같이 힘들게 노력하며 산다는 것은 시대적 코드와 어울리지 않는 고루한 덕목이라고 망각해 온 것은 아닌가.

타이거 우즈나 맥길로이, 르브론 제임스나 코비 브라이언트, 그런 스포츠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버는 돈을 따져보면 입이 딱 벌어질 때가 많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허탈해질 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이 그냥 스타가 되었을까? 
운이 좋아 돈방석에 앉아 호강을 누리게 된 것일까?

아니다. 
그 버는 돈 만큼 그들에겐 보통 사람들이 해내지 못하는 피나는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지난해 한국방송에서 LPGA 신지애 선수의 팜스프링스 훈련 모습을 소개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돈도 벌고 명예도 얻었으니 먹고 자고 실실 관광도 하고 그게 스타의 일상인줄 알았다. 

그런데 훈련 모습을 살펴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하루 종일 코치와 함께 골프공을 때리는 게 하루의 전부였다. 

때리고 또 때리고 . . . . 

나 같은 사람은 죽인대도 그렇게는 못할 것처럼 느껴졌던 그 연습, 연습, 또 연습. 그런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은 골프공을 쇠막대기로 휘둘러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트리는 일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신지애가 그냥 LPGA 스타가 되었을 리가 없다. 
피 눈물을 흘리며 쌓아온 노력이 만들어낸 공든 탑이었을 것이다. 

아직 힘들다고 주저앉을 때는 아니다. 
노력이란 옵션이 아직은 우리에게 남아있다. 

다우지수도 14,000을 훨씬 넘어섰고 경제도 서서히 풀리는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레이커스의 극한 노력 앞에 못 넘을 것 같은 높은 벽, 수퍼 스타 팀 덩컨이나 토니 파커도 맥을 못 추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다. 문제는 극한 노력이다. 
아직도 노력은 성공의 어머니란 사실을 부인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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