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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초 평양으로 돌아가는 스티븐 윤 박사가 20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뒤 긴장과 불안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북한 현지에서 인도적 활동을 펼쳐온 이들이 있다. 


2007년부터 북한 평양의학대학에서 뇌성마비 등 장애아동을 치료해 온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윤 박사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윤 박사는 20일 한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평양에서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윤 박사는 한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뒤늦게 미국에서 척추신경의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미국인 아내 조이 윤씨와 결혼한 뒤 북한에서 함께 의료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10월 선천성 뇌성마비로 사지마비 증세를 보이던 10세 소녀 우인이를 만난 것이 큰 전환의 계기가 됐다. 


윤 박사는 “당시 우인이를 아끼던 소학교 선생님이 업어 학교에 데려 가고,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해 밧줄로 의자에 묶어 공부를 가르쳤다”며 “꿈이 무엇이냐고 묻자 걸어서 동무들과 학교에 가는 것이라고 말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때부터 굳어버린 인대를 늘리기 위한 수술과 힘든 재활치료 끝에 우인이는 혼자 걸을 수 있게 됐다.


 북한 관영매체가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윤 박사는 “북한에선 장애아동에 대한 치료에 매우 소극적이어서, 성한 사람도 살기 힘든데 고생시키지 말고 그냥 돌려보내라는 이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우인이가 걷는 걸 보게 된 뒤 평양의학대학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전국 각지에서 부모들이 뇌성마비 등 각종 장애를 앓고 있는 자녀를 데리고 평양의학대학으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6.6㎡(2평) 남짓한 진료실과 턱없이 부족한 재활기구 때문에 아이들을 다 치료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2012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던 4세 여자아이 복신이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호전 속도는 빨랐지만 시설 미비 등으로 3개월 만에 집으로 돌려보냈고, 몇 달 지나 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일을 계기로 윤 박사는 북한에 뇌성마비 아동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필요한 시설을 짓기로 결단한다. 


윤 박사는 “그때까지 북한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외에 다른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많지 않았다”며 “의학대학 안에 소아장애를 다루는 분야가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 NGO ㈔선양하나의 아시아대표를 맡고 있던 윤 박사는 북한 측과 협약서를 체결하고 2013년 4월 척추재활센터 건축을 시작했다. 


입원환자 40명, 외래환자 최대 4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 규모의 재활센터다.


그는 다음 달 12일 아내와 함께 8개월여 만에 평양으로 돌아간다.  미국 정부가 자녀들에 대한 비자는 허가해주지 않아 일단 부부만 들어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척추재활센터 완공이 시급하다. 병원 외관은 지어진 상태에서 내부 설비 및 관련 의료장비 등을 채우는 일이 남아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기증받은 매칭펀드와 해외 후원금, 또 일부 한국 후원금을 조달해 198만 달러를 모았다.


앞으로 완공까지 86만 달러, 장비 등 4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그는 “장애아동들을 치료하고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지금이든 통일된 이후든 언젠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병원이 완공되면 장애아동들에게 필요한 치료 시설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의사들을 훈련하고, 이들이 다시 전국 단위 병원에 나가서 진단과 치료를 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진 않았을까. 윤 박사는 “북한 사람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은 그래도 참을 만했다”며 “오히려 한국이나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이 왜 북한 사람을 돕느냐며 종북주의자라거나 귀순한 것 아니냐고 몰아붙일 때 마음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주님이 극히 작은 아이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라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을 따라 가장 연약한 북한의 장애아동들을 돌볼 때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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