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일래 인천 수정성결교회 원로목사가 17일 교회에서 40년 목회 여정을 마무리하고 원로목사에 추대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조 목사는 특히 이은자 사모와 교회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조일래(70) 목사가 지난 9일 인천 수정성결교회 원로목사에 추대됐다.
이날 추대예배 한 축사자의 말처럼 ‘교회분쟁이 잦다보니 담임목사가 한 교회에서 무흠(無欠)하게 사역하다가 원로목사에 추대되는 게 뉴스가 된 시대’다.
40년 목회를 마친 그의 얼굴엔 분명 여호수아에게 바통을 넘겨준 모세의 담담함이 배어있었다.
조 목사는 은퇴를 앞두고 지난달 2박3일 동안 전 교인 ‘고별’ 부흥회를 인도했다.
지난 40년간의 목회여정을 들려주는 한편 주일성수, 십일조 등 성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풀어냈다.
조 목사는 “이스라엘 민족의 가나안 입성을 앞두고 모세는 출애굽 전 과정을 회고하면서 신명기 말씀을 줬다”면서 “40년 목회를 정리하면서 모세의 심정으로 ‘꼭 이렇게 신앙생활 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7년 1월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서울 대림동 2층 66㎡(20평)에 교회를 개척했다.
보증금 50만원 중 40만원은 빌린 돈이었다.
강대상도, 피아노도 없었다.
헌 책상을 구해 붉은색 보자기를 덮어 강대상으로 썼다.
어린 두 아들과 아내, 이렇게 교회 강단 옆 곰팡이가 피는 방에서 생활했다.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주님의 종이다. 하나님이 목회자로 부르셨으니 책임지실 것이다. 목사가 물질에 집착하면 실패한다. 교회는 선교와 영혼구원에 집중해야 한다’며 투명한 재정원칙을 세웠다.
조 목사는 신학을 공부하고 아내 이은자(66) 사모는 전도를 나갔다.
80년 신학교를 졸업할 무렵에는 100여명이 출석했다.
공무원처럼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목사 안수는 83년에 받았다. 몇 차례 중대형 교회를 맡아달라는 제안도 있었다.
그때마다 답은 같았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교회를 옮기려면 하나님의 뜻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을 주시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교회 재정의 50∼70%를 선교비로 보내다보니 늘 어려움이 있었다.
선교비를 보낼수록 교회는 부흥했다. 그렇게 부흥을 경험한 조 목사에게 목회원리를 물어봤다.
“하루에 2시간 기도하고 3시간 성경연구와 설교준비를 하고 4시간 심방하면 목회가 안 될 수 없어요.
목사는 본인이 설교하는 대로 살려고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그래야 교인도 알고 하나님도 아십니다. 그때부터 자신도, 교회도 변화가 일어나죠. 목회자가 그렇게 노력하는데 하나님이 가만히 계시겠어요?”
조 목사는 소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는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소명도 받아야 한다. 만약 하나님을 확실히 만나지 못한다면 자신이 믿지도 않는 설교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설교에 힘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산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조 목사는 2001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교역자공제회가 연금지급 불능상태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나서 정상궤도에 올려놨다.
2011년 기성 부총회장 선거 때는 1차 선거에서 18표 차가 났지만 교단 화합을 위해 용퇴하는 결단도 내렸다.
2013년 총회장을 지낸 뒤 2015년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으로 섬길 때는 ‘턴업(Turn-up)’ 운동을 전개해 한국교회의 위상 제고에도 힘썼다.
그는 올해 말까지 다른 교회에 출석할 예정이다.
후임 이성준 목사의 지도력이 안착될 때까지 거리를 두려는 것이다.
▲ 수정성결교회가 지난달 필리핀 마닐라에 설립한 수정국제선교센터. 선교의 자립적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조일래 목사의 선교철학이 녹아 있다. <수정성결교회 제공>
조 목사는 “앞으로 담임목사와 선임장로의 의견 말고는 듣지 않겠다고 당회에서 공언했다”면서 “담임목사 중심으로 교회가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퇴 후 그는 기독교적 가치를 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기독교 싱크탱크인 한국사회발전연구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 18:1) 조 목사가 좋아하는 성경구절이다.
여기에 목회 40년의 원동력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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