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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발행된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독일에선 유일하게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선정되었다.


지난해엔 같은 잡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86년 필리핀 최초의 여성대통령 코라손 아키노 대통령 이래 29년만의 일이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 리스트를 발표하면서 1위에 메르켈 총리를 올렸다.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런 메르켈 총리에게 붙어 다니는 수식어는 여러 개다.


 ‘유렵의 거인’ ‘지구촌 왕엄마’ ‘녹슨 전차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무티(엄마) 리더십’ 등등이다.


그는 우선 동독출신이다.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박해를 감수하고 동독으로 떠나는 목사 아버지를 따라 동독으로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도 나왔다. 


동독생활에서 검소하고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이 몸에 배었을 듯하다. 


라이프치히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동독 출신이란 핸디캡을 극복하고 통일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되었다. 

어찌보면 영국의 마가렛 대처와 비슷한 데가 많다. 


가난한 목사 가정에서 태어난 메르켈과 가난한 식료품점 딸로 태어난 것이 비슷하고 이공계를 전공한 것도 비슷하다. 


남성중심의 정치판에 최초의 여성총리가 되어 우파정치인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철의 여인’ 대처의 강인한 이미지와는 달리 메르켈은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나치만행의 기억은 독일의 영원한 책임”이라고 말했다. 


폴란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치독일의 홀로코스트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하기도 했다. 


그리스와 동유럽을 거쳐 독일도 밀려드는 난민에 대해서는 “난민 해결 못하면 유럽은 없다"고 선언하면서 난민반대여론을 정면 돌파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로 흔들리는 유럽연합(EU)의 불안한 키를 틀어쥐고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가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메르켈은 지금 3선 총리가 되어 독일 뿐 아니라 오바마나 푸틴 등을 제치고 ‘세계대통령’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은가?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최정상의 권력자가 사실은 수수한 아줌마가 되어 수수한 옷차림으로 마켓에서 장을 보고 남편의 밥상을 차려주는 일을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여기며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아줌마 리더십’ 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그에게 ‘뿅’ 가고 있는 모양이다.


메르켈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동일한 수퍼마켓에서 22년 째 한결같이 장을 본다고 한다. 

이 자수성가 지도자에게 풍기는 이미지는 그래서 당연히 서민적이다. 


그에게서 독일 국민들은 한없는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것이 특별하지 않은 일로 바꿔놓은 사람’이란 너그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보자. 


이번 달 16일 내가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유명배우 조지 클루니가 자기 집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위한 선거자금 모금행사를 열었다.


이 모금행사에 참석하는 커플당 참가비가 3만3천 달러에서 35만3천 달러로 밝혀지자 클루니는 ‘기업의 앞잡이’란 살벌한 공격을 받아가며 역풍을 맞고 있다. 


이날 클루니가 하루저녁 밥값으로 모아 클린턴에게 보태준 정치자금은 무려 1천5백만 달러. 


이게 어느 나라 정치판이냐고 한탄이 앞선다. 


하루저녁 부부의 저녁 값 35만 달러는 미국의 중산층 부부가 일년 내내 아니 평생을 안먹고 안입고 뼈 빠지게 모아도 도무지 모을 수 없는 거액이다. 


미국의 정치판은이렇게 ‘돈 먹는 하마’인 셈이다. 


그 돈 먹는 하마가 남편 아침식사를 챙겨주기 위해 마켓에서 장을 보는 메르켈 아줌마의 행복한 서민정신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정치는 부자의 대변자가 되고 부자는 정치란 하마의 입에 계속 돈을 쏟아 붓는 지긋지긋한 금권정치가 민주주의란 허수아비 뒤에 숨어 이 나라를 몰고 가고 있으니 독일 국민들처럼 아메리칸 여러분은 절대로 행복할 수 가 없다. 


정치가와 부자 1%를 빼고 나머지 99%는 하마의 그림자에 파묻혀 살아가는 고단하고 불편한 서민들이니까.


조지 클루니의 혀를 차게 만드는 정치자금 모금 소식을 전해 듣고 이 나라의 대통령선거에 대한 흥미가 일(1)도 없어졌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경선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CNN은 건너뛰고 있다. 


조지 클루니가 나오는 영화관에 가질 않겠다고 작심하고 있는 중이다.


메르켈 총리를 이쪽으로 수입해 올수도 없고 초빙교수처럼 모셔 올 수도 없다면 메르켈의 아줌마 리더십에 근접한 리더라도 세워져야 우리가 행복 할 텐데 지금 한창 경선 막바지를 치닫고 있는 공화당 3명, 민주당 2명의 후보가운데 아무도 그런 자는 없는 것 같아 한숨이 앞선다. 


메르켈과 비교하여 미안하긴 하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목사님을 잘 만나야 성도들이 행복하듯 지도자를 잘 만나야 백성이 행복한 법인데 참 큰일이다.

 이 나라 아메리카. . .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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