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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회 수퍼볼은 끝났다. 


이 나라가 수퍼볼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추석이나 구정이 되면 죽자사자 고향을 찾아가는 알 수 없는 열기와 비슷해 보인다.


어쨌던 덴버 브롱코스가 캐롤라이나의 ‘흑표범’ 팬서스를 누리고 롬바르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실 나는 ‘젊은 피’ 캠 뉴튼이란 쿼터백이 노장 페이튼 매닝을 쉽게 물리칠 줄 알았다. 

예상은 빗나갔다. 


뉴튼은 브롱코스의 철저한 수비벽에 막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전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수퍼볼 선데이는 추수감사절을 제외하고는 미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음식을 먹어댄 날이기도 하다. 


1만 3천 톤의 칩스에 4천 톤의 과카몰리(칩에 발라 먹는 양념)가 소비되었고 닭 날개는 9천만 파운드가 소비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도 수퍼볼 광고 30초는 5백만 달러. . . 애프터 수퍼볼에 매뉴얼처럼 등장하는 상상이 안가는 숫자들이다.


그런데 난 이번 수퍼볼에서 눈여겨 본 2사람이 있다. 


우선은 페이튼 매닝이다. 이번 수퍼볼로 “역시 페이튼 매닝”이란 소리를 들으며 단박에 영웅이 되었다. 


그는 수퍼볼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쿼터백이었다. 

금년 나이 39세. 


그에 비해 뉴튼은 26세였다. 


수퍼볼 역사상 이렇게 나이차가 많은 쿼터백끼리 맞붙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은퇴할지 모른다는 주변의 추측과는 달리 LA 램스의 쿼터백으로 올지 모른다는 소문도 있다.


2000년도에 펴 낸 ‘매닝’이란 자서전에서 그는 그리스도를 영접한 회심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뉴올리언스에 자라난 그는 13세 때 주님을 영접했다.


“내게 있어 신앙은 13세 이후 언제나 최우선이었다. 


어느 주일 아침예배에서 목사님의 간단한 초청의 말씀이 있었다. 


그건 ‘만약 당신이 오늘 죽는다면 당신은 천국에 갈 것이란 100%의 확신이 있습니까?’란 질문이었다. 


목사님은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안에서 그런 확신이 있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다. 

나는 손을 들었다. 


앞으로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앞으로 나갔다. 


그 순간 내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주님께 내 생명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그 믿음은 내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의 작전암호는 ‘오마하’다. 


툭하면 경기장에서 오마하란 말을 부르짖는다. 


오마하는 네브라스카의 도시이름. 


이 도시의 독지가들은 그가 오마하란 말을 부르짖을 때 마다 매닝의 자선단체에 800달러씩을 기부하기로 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자선기관을 통해 알게 모르게 그는 예수 사랑을 전파하고 있을 것이다. 

믿음의 쿼터백 페이튼 매닝. . .


또 한사람이 있다. 


캐롤라이나 팬서스의 마이클 오어(Michael Oher)다.


나는 그가 볼티모어 레이븐스를 떠나 어디 있나 했더니 이번 수퍼볼에서 등에 새겨진 그의 이름을 보고 “어어? 오어가 팬서스로 왔어!”라며 그를 지켜보았다.


마이클 오어는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실제 주인공이다. 


얼굴도 모르는 친아버지는 감옥을 들락대다 교도소에서 살해당했고 술독에 빠져 살던 친어머니는 마약 중독까지 겹쳐 가족들과 격리됐다. 


오어는 학교를 11번 옮겼고 홀로 된 청소년을 맡아주는 ''위탁 가정''에 적응하지 못한 채 길거리를 방황하며 살았다.


노숙자와 다름없던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 리앤 투이란 백인 여성 부호였다. 

그는 82개의 패스트 푸드점을 소유한 부자였다. 


딸과 아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밤거리를 떠도는 소년 오어를 모른 체 피하지 않고 집에 불러 소파에 재웠다. 

오어의 인생이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질 나쁜 불량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18세 때 그를 양아들로 입양했다. 

그리고 풋볼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풋볼선수로 키웠다. 


피부색과 사회의 편견을 뛰어 넘는 이 투이 가족과 오어의 인연을 다룬 휴먼 스토리가 ‘블라인드 사이드’란 영화다.


2009년 오어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선택을 받아 1,380만 달러를 받는 프로풋볼선수로 탄생했다. 


그러다 레이븐스를 떠나 테네시 타이탄스로 이적했다가 지난해 팬서스에 입단했다는 사실을 수퍼볼 선데이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거리를 떠돌던 한 홈레스 소년이 백인가정의 배려와 사랑 때문에 세계인의 꿈의 무대인 수퍼볼에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마이클 오어를 보는 순간, 아! 버림받은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인간승리를 연출해 낸 한 백인 가정 리앤 투이의 승리요, 두려워하지 않고 불행한 홈레스나 고아들을 입양하는 가정들에게 주는 축하의 메시지란 생각을 했다.


13세 때 예수를 영접한 브롱코스 쿼터백 페이튼 매닝, 부랑아에서 팬서스의 레프트 태클로 수퍼볼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한 마이클 오어, 이들을 지켜보는 것으로도 나에겐 행운의 터치다운이었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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