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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엔 ‘대통령의 날’이 있다. 


연방공휴일로 정해 놓을 만큼 중요한(?) 날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태어난 날이 2월 22일이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이 태어난 날은 2월 12일이다. 


그래서 2월에 대통령의 날이 생겼다.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만 대통령이 된다는 오해가 있었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비앵글로 색슨 혈통 중에서 대통령이 가장 많이 나오기는 아일랜드 출신이 단연 으뜸이다. 


우선 케네디 대통령을 비롯하여 부시 대통령 부자도 아이리쉬, 앤드루 잭슨, 그로버 클리블랜드, 윌리암 매킨리, 우드로 윌슨, 리차드 닉슨이 모두 아일랜드 혈통이었다. 


독일계로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허버트 후버가 있었고 루즈벨트는 네델란드 계였다. 


이상하게도 프랑스계 대통령은 한명도 없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개신교 출신의 대통령들이었으니 대통령은 WASP가 거의 싹쓸이 했다는 지적은 사실 틀린 게 아니었다.


그럼 나이를 따져보자.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시어도어 루즈벨트였다. 


그는 42세에 대통령이 되었다. 


모두 4선의 대통령 임기를 채우면서 역사상 최장수 대통령으로 기록되고 있는 프랭클린 루즈벨트와 자꾸 헤깔리는 사람이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전임자인 매킨리 대통령을 승계해서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선거를 통해 당선된 최연소 대통령은 존 F. 케네디였다. 


케네디는 43세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가장 늙은 나이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누구일까? 

로날드 레이건이다. 


그는 70세에 대통령이 되었다. 강한 보수주의 기치를 내걸고 8년 동안 미국을 이끌어 온 그는 2011년 갤럽 여론조사에서 링컨을 따돌리고 미국의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조사된 적도 있었다. 


배우 출신 대통령의 탁월한 변신이자, 빛나는 리더십이었다.


그럼 옛날 얘기에서 빠져나와 이번 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아이오아로 가 보자. 


레이건이 70세에 대통령이 되었다면 그보다 훨씬 늦은 74세에 경선에 뛰어든 노정객이 있었으니 그가 누구인가? 바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그는 이번 아이오아 코커스에서 돈, 경력, 조직을 앞세워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히려던 힐러리 클린턴을 거의 동점에 가까운 0.2%차로 바짝 따라 붙었다. 


샌더스의 돌풍이요, 힐러리의 진땀승이었다.


오는 11월 8일엔 드디어 오바마 대통령의 후임으로 새 대통령이 탄생된다. 


누구일까? 정말로 도날드 트럼프? 아니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과연 그럴까? 이번 아이오아 결과를 보면 테드 크르즈와 마르코 루비오 때문에 트럼프의 미래가 불확실하고 샌더스의 돌풍이 초반부터 힐러리를 잠재울 수 있다는 전망이 가능해 졌다.


1%의 부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는 부의 편중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백발의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나이는 금년 74세. 고령이다. 요즘 싸가지 없는 젊은이들이라면 “그쯤 됐으면 이젠 집에서 쉬세요”라고 말할 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74세의 그를 가장 열렬하게 지지하는 연령층이 바로 30대의 젊은층이라는 것이다. 


최고령 할아버지 후보에게 가장 뜨겁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은 증손자뻘 젊은이들이라니. . . 만약 그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공화당 후보와 맞붙어 혹시나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고령 나이로 대통령에 오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최근 UN이 재정립한 ‘평생연령기준’이란게 카톡으로 떠돌고 있었다. 


연령층의 개념이 완전 뒤바뀐 것이다. 


내용인즉 미성년자는 0세부터 17세까지, 청년은 18세에서 65세까지, 중년은 66세에서 79세까지, 노년은 80세에서 99세까지다. 그리고 100세 이후는 그냥 장수 노인.


이 ‘믿거나 말거나’ 연령기준표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중년의 나이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경선에 뛰어든 팔팔한 사나이라고 봐야 한다. 


74세의 나이에 세계의 대통령이나 다름없다는 미국이란 대국의 국가살림을 맡아보겠다고 대통령에 도전하는 저 노인네의 열정이 느껴지는가? 


그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이 그래서 “버니를 느껴라(Feel the Bern)”고 외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007영화 ‘스텍터’에서 열연했던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는 영국 사람이면서도 버니를 지지한다면 5만여 달러의 성금을 내기도 했다.


‘안티 수퍼 리치’를 외치면서 미국 1%의 부자들이 99%의 경제 기반을 독식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외치는 샌더스의 말에 학자금 상환에 허리가 휘지만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대학졸업생들이나 그래도 중산층이라고 믿고 살아왔는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집도 빼앗기고 월세집으로 밀려난 성난 도시인들에게 그의 외침은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샌더스가 어디까지 갈지는 난 모르겠다. 다만 74세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젊은이들과 빈곤층에게 희망을 선사하고 있는 그의 열정이 부러워서 하는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47세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이번엔 74세의 할아버지를 대통령으로 세우면 어떨까? 


1%의 부자들이 당혹해 하는 모습보다는 늘어나는 이 나라 노인들에게 “빙고!” 희망이 될 것 만 같다.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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