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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프로풋볼 양대 컨퍼런스 챔피언 결정전 4강 멤버가 확정되었다.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AFC)에선 덴버 브롱코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맞붙게 되었다. 

내셔날 풋볼컨퍼런스(NFC)에선 캐롤라이나 팬서스와 아리조나 카디널스가 맞붙는다. 


여기서 이긴 우승팀들이 오는 2월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수퍼볼에서 맞붙게 된다.


지난주 러셀 윌슨이란 쿼터백을 앞세워 2년전 수퍼볼에서 승리했던 시애틀 시혹스는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상대했지만 전반에만 31대 0으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 후반에 공격의 고삐를 조였지만 결국 24점을 주워 담는데 그쳤다. 노장 애런 로저스가 이끄는 그린베이 패커스는 아리조나 카니널스에게 아깝게 패배했고 피츠버그 스틸러스는 덴버 브롱코스의 페이튼 매닝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그래서 각 컨퍼런스 챔피언이 이번 주에 결정되고 이들 양대 컨퍼런스 챔피언들이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의 주인공을 놓고 혈투를 벌인다.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나 프로농구 NBA와 이름들이 겹치면서 풋볼 팀의 이름들을 알뜰하게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다 커서 미국으로 살러 온 이민 1세들에겐 더욱 그렇다.

지난주에 그린베이를 누른 아리조나 카디널스는 메이저 리그 강팀이자 LA 다저스의 영원한 적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이름이 같다. 


카디널스하면 우리 기독교인들은 쉽게 추기경을 떠올리지만 사실은 새 이름에도 카디널스가 있다. 우리말로 홍관조라는 새다. 이 새는 미 중부지방에만 서식하고 있는데 머리에서 목에 이르는 부분이 진홍색이란게 특징이다. 


이번 주 아리조나 카디널스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틀림없이 주둥이가 사납게 생긴 이 홍관조란 새가 구장을 펄펄 누비게 될 터이니 눈 여겨 보시라.


풋볼 팀 중에는 들짐승, 날짐승, 물짐승의 이름으로 된 팀들이 많다. 


우선 디트로이트는 호랑이들(Lions)이란 이름을 갖고 있고 신시내티는 벵갈스(Bengals), 즉 벵갈 호랑이에서 따왔다. 


잭슨빌은 재구아(Jaguars), 시카고는 곰(Bears), 캐롤라이나는 푸마란 뜻의 팬서스(Panthers), 아틀란타는 하늘을 날아가는 매, 팰콘스(Falcons), 필라델피아는 독수리(Eagles), 볼티모어는 까마귀란 뜻의 레이븐스(Ravens)란 이름을 가졌다. 


시애틀은 바다의 매, 시혹스(Seahawks), 아리조나는 카디널스, 덴버는 야생마란 뜻의 브롱코스(Broncos), 인디애나폴리스는 망아지란 뜻의 콜츠(Colts), 마이애미는 돌고래 ‘돌핀스’란 이름을 갖고 있다.


물론 모든 풋볼팀의 이름이 짐승의 이름에서 온 것은 아니다. 


스칸디나비아 출신들이 많아 바이킹의 후예라고 생각해서인지 미네소타의 풋볼 팀은 바이킹스다. 


달라스 카우보이는 텍사스의 지역성을 살려 지은 이름이고 피츠버그는 미국 철강 산업의 본고장이란 뜻에서 스틸러스(Steelers)란 이름을 가졌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나 테네시의 타이탄스, 오클랜드 레이더스도 짐승이나 새 이름은 아니다.

뉴 잉글랜드는 보스톤을 포함한 동북부 일대를 가르키는 말이다.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넘어 도착했던 땅이 이곳이고 영국에 맞서 독립운동이 시작된 곳도 이곳이다. 


그래서 풋볼팀이 생겨났을 때 붙인 이름은 애국자들, 패트리어츠다. 뉴 올리언스 풋볼팀의 이름은 종교적 색채가 다분하다. 세인츠(Saints), 성자들이란 뜻이다. 


이 곳은 프랑스 이민자들이 개척한 도시이자 캐톨릭이 센 지역이라서 탄생한 이름 같다.미국의 독립선언과 미국헌법이 공포된 곳은 필라델피아다. 이곳에 그 유명한 자유의 종(Liberty Bell)이 있다. 그래서 풋볼팀 이름도 미국의 국조인 독수리, 이글스(Eagles)라고 붙였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란 영화에 보면 이글스에 대한 이 지역 광팬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LA엔 지난 20년 동안 풋볼팀 부재란 좀 이상한 일이 현실로 버텨왔다. 


호랑이 없는 곳에 토끼가 판친다고 다저스와 레이커스, 클리퍼스가 판을 치던 엘에이 스포츠 시장에 드디어 호랑이가 떴다. 


세인트루이스에 있던 램스(Rams)가 ‘LA램스’란 이름으로 잉글우드에 둥지를 틀기로 한 것이다. 


드디어 LA에도 풋볼 팀이 생겨났다고 벌써부터 시즌티켓이 팔려나가고 야단법썩이다. 본래 램스는 1937년 오하이오 클리블랜드에서 창단되어 LA, 애나하임, 세인트루이스로 옮겨 다니다 결국 20년간의 세인트루이스 시대를 청산하고 다시 LA로 온 것이다. 램이란 숫양을 말한다. 아브라함이 이삭 대신 바친 제물이 바로 램이다. 


세례 요한이 “하나님의 어린 양을 보라!”고 외쳤을 때의 양은 램(Lamb)이다. 


발음은 어린양이나 숫양이나 비슷하다. 성경에서 제일먼저 등장하는 동물이 뱀, 그 다음이 양이다. 

구약에서 야훼하나님은 속죄제물로 즐겨 양을 받으셨다. 


인간의 죄를 대신 해결해 주기 위해 속죄 제물로 죽은 양은 과연 몇 마리나 될까? 


불쌍한 램스. . . . 그래서 인류에겐 은혜의 동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LA로 귀환한 양은 숫양이다. 숫양은 거대한 뿔부터가 위협적이다. 


그 놈이 호랑이, 곰, 독수리, 야생마, 푸마 등과 싸워 미 대륙을 정벌하고 수퍼볼을 차지하는 때가 올수 있을까? 


금년 시즌부터 나도 램스를 응원해 볼 참이다. 


뉴올리언스 세인츠처럼 이름이 기독교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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