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별세한 김종필(사진) 전 국무총리가 생전에 작성했다는 121자(字)의 묘비명이 구약성경 전도서의 메시지와 흡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도서는 구약의 21번째 책으로, 솔로몬 왕의 통치 말년인 BC 940∼930년쯤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절망뿐인 인생이 복된 삶을 사는 비결을 제시한 영혼의 안내서로 꼽힌다.
김 전 총리의 묘비명에서 전도서를 연상할 수 있는 내용은 두 군데다.
“나이 90에 이르러 되돌아보니 제대로 이룬 것 없음에 절로 한숨짓는다”는 부분과 아내 사랑을 담은 “숱한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던 사람, 한평생 반려자인 고마운 아내와 이곳에 누웠노라”는 구절이다.
이는 전도서 1장 2절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와 9장 9절 “네 헛된 평생의 모든 날 곧 하나님이 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해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네 몫이니라”이다.
전도서는 ‘헛되다’는 말이 37차례 반복된다.
얼핏 보면 냉소적이고 침울한 사상 일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해 아래’ 인생의 현주소를 분명하게 보여 줌으로써 하나님이 인생의 최종적 대안이라는 점을 부각한다.
전도서가 결론에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12:13)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김 전 총리의 종교는 기독교로 알려져 있다.
2015년 사망한 부인 박영옥 여사와 1951년 2월 대구중앙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불교의 영향도 많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생전 불교사상에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생이 헛되다는 메시지는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그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사석에서 주로 말했는데 2011년 새해인사차 방문했던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에게도 이 같은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1989년 3월 4일, 김종필 전 총리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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