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JPG
▲ 성경 속 ‘열매’는 과실이라는 뜻 외에 다양한 비유와 은유로 쓰인다. 대표적 열매가 포도와 무화과이다.

“엘리사가 물 근원으로 나아가서 소금을 그 가운데에 던지며 이르되 여호와의 말씀이 내가 이 물을 고쳤으니 이로부터 다시는 죽음이나 열매 맺지 못함이 없을지니라 하셨느니라 하니.”(왕하 2:21)
아름다운 성읍 여리고는 ‘달의 성읍’ ‘종려나무의 성읍’ ‘향기의 성’이란 별칭과 달리 ‘열매’를 맺지 못하는 곳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선지자 엘리사가 방문했을 때 성읍민들이 “위치는 좋으나 물이 나쁘므로 토산이 익지 못하고 떨어지나이다”하고 푸념했을까요. 

물이 좋지 않아 열매가 익기도 전에 떨어지곤 했습니다.

성경에서 열매(fruit)는 과실을 지칭하지만 넓게는 땅의 소산물이나 가축의 새끼로도 표현됩니다. 
사람의 말이나 행실 등을 가리키기도 하지요. 

엘리사가 소금, 즉 말씀을 성읍 사람에게 불어넣어 믿음의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을 열왕기하 2장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열매는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강조하는 표현 ‘입술의 열매’(사 57:19), 보응으로서의 열매(렘 17:10), 자녀를 ‘태의 열매’(시 127:3), 참된 종이 받을 결과물을 얘기하는 ‘의인의 열매’(잠 11:30), 행위에 따른 선함(시 104:13)과 악함(눅 6:43∼44)으로서의 열매, 복음 전파의 결과물로서의 열매(롬 1:13), 성령께서 주시는 다양한 은사로서 성도가 삶을 통해 결실해야 할 ‘성령의 열매’(갈 5:22∼23) 등이죠.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마 7:16∼19)는 말씀은 열매가 핵심입니다. 

‘열매’로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거죠.

포도와 무화과 열매는 성경 식물 중 그 어느 열매보다 의미 있는 비유와 은유로 쓰입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기적은 예수의 공생애 사역 중 첫 번째 기적이었지요. 

포도 열매로 만든 포도주가 공생애 마지막 날 최후 만찬에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여 흘리실 피와 연결됩니다.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농부라”(요 15:1)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 하나님 자녀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것이 포도 열매입니다. 

노아는 대홍수가 끝나고 방주에서 나와 포도나무를 심었죠. 

무화과는 포도, 올리브 열매와 함께 팔레스타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유실수입니다. 

한데 이 과실은 손이 많이 갑니다. 

열매가 익을 즈음 병충해를 막기 위해 바늘로 일일이 구멍을 뚫어줘야 하고 익으면 바로 따줘야 합니다. 

딴 뒤에는 금세 무르고 상하기 때문에 납작하게 눌러 주는 등 많은 노동력을 요구합니다. 

요즘 이스라엘에선 무화과 농사의 수지가 맞지 않아 터키와 그리스에서 수입한다고 합니다. 

무화과와 관련한 인상적인 대목은 예수께서 행하신 ‘무화과나무 저주사건’(막 11:13∼14)입니다. 

예수가 열매를 맺지 못한 나무에 대해 ‘영원토록’ 열매를 맺지 못하게 했습니다. 독한 예수였던 걸까요. 

이에 대해 류모세 이스라엘 선교사는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예수살렘의 영적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예수께서 자신의 임박한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믿음을 가르치고자 이 같은 시청각 교육 방법을 썼다”고 했습니다. 

이밖에도 성서에 나오는 열매는 숱합니다. 

팥, 뽕, 쥐엄 열매는 가난한 자들에게 유용한 구황식물이었습니다. 

콩과에 속하는 쥐엄 열매는 끓는 물에 넣어 죽을 쑤어 먹었습니다.

 ‘돌아온 탕자’에서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눅 15:16)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면 세례 요한에게 쥐엄 열매는 검소와 청빈의 상징이었습니다.  

올리브와 석류는 성물로 쓰이는 귀한 열매입니다. 

“그 옷 가장자리로 돌아가며 청색 자색 홍색 실로 석류를 수놓고…”(출 28:33)라는 구절은 대제사장 옷의 석류 문양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실수인 종려, 감복숭아, 유향, 사과 등도 성경의 열매로서 자주 인용되곤 합니다. 

곡초류 및 콩과인 밀 귀리, 보리, 콩, 조 등도 넓은 의미의 열매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노컷뉴스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