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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대법원발 동성결혼 뇌관이 폭파하면서 사회가 혼란스럽다. 


거기다 내년 대선까지 겹쳐서 대선후보들이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 우선은 표를 얻고보자는 ‘김치국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 듯하다.


우선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압도적인 표차가 아니라 5대 4라는 간발의 차이로 합헌 결정이 난 것을 보면 찬성과 반대가 만만치 않게 대두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판결 결과에 환영과 반대가 거세게 대립하는 양상은 어쩌면 당연한 반향인지도 모르겠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단초를 제공한 원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를 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이게 모두 대통령 잘못 뽑아 생긴 일이라고 한탄하면서 우선은 대통령 잘 뽑고 봐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거침없이 1등을 달리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도 대찬성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6월 26일을 ‘자랑스러운 날(Proud Day)’이라고 치켜세우며 환영일색이다.

우리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 찬성 성명을 발표했다.

 

동성결혼 이슈를 놓고 고래고래 찬성을 외치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이나 NBC 토크쇼진행자 엘렌 등은 모두 승리의 날이라고 흥분했다.


게이, 레스비언들의 메카라는 샌프란시스코에선 아주 살판이 났다는 듯 동성애자들이 끌어안고 키스하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이렇게 흥분된 마음으로 대법원 판결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공화당 쪽이나 복음주의 서클에서는 그 반대의 정도가 자못 순교를 각오한 모습처럼 보인다. 


감방에 갈 각오로 동성결혼을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비장함이 묻어나온다.

루이지애나 주지사 바비 진달은 인도계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다. 


그는 이번 동성결혼 판결을 기독교인들의 종교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하고 여론조사에 편승한 대법원의 편의주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침례교 목사 출신으로 공화당 대선에 출마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이번 결정을 ‘사법독재’라며 맹공을 퍼붓고 미국의 기초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법원은 입법부가 아니며 동성결혼이 좋은 생각인지는 법원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고 “헌법에는 결혼에 대한 정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동성결혼은 연방 차원이 아니라 주별로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미복음주의협의회(NAE)도 성명을 내고 “성경은 세상의 법정에 결혼을 정의하라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전 세계 20억 기독교인들은 ‘결혼이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는 일개 법정의 판결로 변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분위기는 한마디로 대법원 판결이고 뭐고 보수 정치권과 기독교계는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의가 분명해 보인다.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 판결로 미국은 완전히 동성결혼 천국이 되고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기독교는 검찰에 끌려 다니며 수난을 당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인가? 


이렇게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걸 보면 그리 빠른 템포로 우리에게 다가서는 현실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냥 강 건너 불구경처럼 무관심하게 바라볼 일도 아니다. 

우선은 각 교단별로 동성결혼 합법화에 대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대책을 세우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개체교회들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가 언제 발등의 불로 다가설지 모른다. 


동성결혼 주례를 부탁받았는데 그런 결혼식은 주례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허둥대기 보다는 차분하게 법률적인 자문을 구하며 변화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문제로 홍역을 치른 미국 장로교 소속 한인교회들은 지난달 열린 NCKPC 한인총회에서 결혼정의 수정에 관한 행동결의문을 발표했다. 


또 미국노회에서 한미노회로 이전 가이드를 만들어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동성애 잇슈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Don't panic!”이란 말이다. 


지난주 대법원의 판결 직후 주일 설교에서 하베스트 교회의 그렉 로리 목사님이 꺼낸 말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두려워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 분의 말씀대로 살면 된다. 


사도바울의 가르침대로 살면 된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도 예수님의 마음이라면 그들을 적으로 보지 말고 사랑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된다.


피켓을 들고 시위할 때도 아니고 대법원을 에워싸고 금식기도를 할 때도 아니다. 


더욱 순전한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 그리고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이야말로 창조질서에 순응하는 길이요, 그게 얼마나 건강한 결합인지를 묵시적으로 보여주며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크리스찬위클리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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