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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목사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나이가 들면서 어느 시점부터인가 내 인생에 있어 진정 소중한 것들을 챙겨 보는 거룩한(?) 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현대인들이 정녕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에 의해 치여 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대 문명의 총아라고 불리는 텔레비전과 인터넷에 빼앗기는 시간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별로 중요치 않은 인터넷의 시시콜콜한 기사들과 영상에 빠져 살고 있다. 

진정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족들의 관계마저도 이러한 가공적인 디지탈 문명에 의해 산산히 흩어지고 마는 슬픈 운명에 처해 있다. 

현대인들은 또한 보다 세상의 것을 더 많이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하나님보다 일을 더 추구한다. 

그래서 물질주의와 분주함의 우상에 빠져 살아간다. 

고든 달이라는 작가는 '중산층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자신들의 일을 예배하며, 놀아야 할 때 일하고 예배 드려야 할 때 논다' 라고 꼬집고 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은 여가 생활과 휴식에 대해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늘 노동과 일에 치이며 살아 왔기에 바르게 노는 문화가 우리에게는 별로 없다. 

예전에 한국인들은 휴일 같은 때는 화토패를 때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음주로 시간을 보내곤 하였다. 

요즘에는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기계 문명에 빠져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건강한 휴가 문화가 정립되어 있지 않아 쉬면서 온전하게 쉬지 못하는 병들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만연되어 있다.

목회를 하면서 늘 무언가 노예처럼 나를 조여 매는 것이 있다. 

그것은 교인들이나 다른 사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야 된다는 지나친 과잉 부담감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으로부터 그런 것이 얼마나 자기를 망치는 해로운 행위인가를 깨닫게 된다. 

또 우리의 수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다른 사람들로부터 과도하게 받는 초대나 부름에 늘 신경을 쓰면 살아가게 된다. 

특히 목회자로서 내 시간을 절제하고 조정해야 하는데 어느 때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그런 갈등에 빠진다.

일상의 분주함에 그저 휩쓸려 가지 아니하려면 중요한 것을 먼저 계획하여 그 우선순위를 지켜 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세상적인 관점에서는 휴식이 비생산적으로 비추어 질 수 있다. 

그러나 휴식이 정말 우리 인생에 필요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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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목사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 분에게 진정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적의가 가득하고 안 보아도 그 분의 얼굴에서 분노와 미움이 느껴졌다. 

공연히 화가 나고 내면의 갈등이 계속 분출되면 쉬라는 육체와 정신 및 영혼의 긴급 사인이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여 대자연 속에서 같이 간 우리 교회 식구들과 자연의 길을 걸고, 웃고 대화하는 시간을 며칠 가졌다. 

그러한 시간을 통해 얼마나 영육 간에 새롭게 충전되는 은총의 경험을 하고 돌아 왔는지 모른다. 

인공물이 아닌 하나님의 손길이 가득 찬 자연에 노출될 때마다 얼마나 내 삶이 신선해지는가를 새록새록 느끼는 시간이었다.

스트레스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는 우리는 외적인 압력을 이기는 힘과 평정을 얻을 수 없다. 

조용히 하나님과 만나는 큐티의 시간을 통해 우리의 내면에 침착함과 하나님의 음성을 다시 듣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우리들의 진정한 적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우리의 삶을 과업의 연속물로 보는 전투적인 시각에서 찾아온다. 

그러나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해 우리가 그 분과 함께 갖는 홀로됨의 시간, 그리고 영성의 훈련들은 우리 인생에 진정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깨우쳐 준다.

잠시 대도시를 떠나 우리 자녀들과 함께 시냇물 졸졸 흐르는 산 계곡이라도 가서 캠핑이라도 다녀오면 어떨까? 

그리고 밤하늘에 명명히 빛나는 별들을 세며 하나님의 창조 신비를 되새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분주함에서 벗어나는 지혜라고 믿는다.

인생의 분주함에서 탈출하라, 그것만이 우리의 영육이 치유되는 은총의 지혜이다! 

<아틀란타연합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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