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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안수를 받고 교회를 개척한 후 매년 나의 목회 중점 사역중 하나가 여름성경학교(VBS)였다.
어느 해는 VBS 기간 중 교회 친교실에서 실내 야영을 하자고 했더니 학부모들이 좋아했다.

처음 엄마의 품을 떠나는 유치부 아이들부터 초등학교 연령의 아이들을 친교실에 텐트를 쳐 놓고 거기서 그룹별로 자게 한 것이다.

야외 캠프장으로 끌고 가기엔 너무 어린 나이들이었다.

엉겹결에 난생처음 외박(?)에 나선 어린이들이 밤이 되니 칭얼대기 시작했다.

엄마 생각이 난 것이다.

좀 덩치큰 아이들도 화장실이 무서워 목사님과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아이들 시중을 드느라 완전히 불침번 근무였다.

자정이 지나 아이들이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나도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코너에 펼쳐놓은 내 텐트에 들어가 눈을 감았다.

피곤했지만 감은 눈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건 희망의 하늘이었다.

저 아이들이 오늘을 추억하며 이 세상 여기저기 꽃씨처럼 흩어져 살면서 마침내 작은 예수로 살아갈 것이란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 칭얼대던 어린 아이들이 지금은 보스톤, 노스웨스턴, 버클리 대학등에서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되었다.

그 어린 아이들 옆에서 실내 야영을 하던 그 여름성경학교의 추억은 나의 목회가운데 설레이던 감동의 순간 중 하나였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나는 여름성경학교를 끝내고 교회대표로 뽑혀 서산읍에서 열리는 연합 동화대회에 나가기도 했다.

다윗이 골리앗을 돌팔매로 물리치는 동화였다. 

어느해엔 성경암송대회도 나갔다.

마태복음 5장에서 7장까지의 산상수훈을 모조리 외우느라 여름방학을 성경암속에 쏟아부은 셈이었다.

농번기를 맞아 분주했던 어머니도 여름성경학교라면 만사를 제치고 나와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밥을 마련하느라 비지땀을 흘리셨지만 그 분은 언제나 행복해 하셨다.

어머니처럼 나도 행복했다.

가난한 시골소년이었지만 예수님때문에 행복했다.

예수님만 있으면 모든것이 기쁨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충만 소년으로 크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여기 미국에서 목회를 하면서도 여름방학이 찾아오면 비록 작은 교회였지만 몇명 안되는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VBS를 여는 것이 나의 큰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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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경학교는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VBS의 효시는 1894년 5월 일리노이주 호프데일이란 마을에서 감리교 목사 부인이었던 마일즈 사모(T.D. Miles)가 여름방학 때 37명의 어린이를 모아 4주동안 성경을 가르친 것에서 유래하고 있다.

이것이 확산되어 1901년 뉴욕 침례교 선교부 총리 로버트 보빌(Dr. Robert Boville)의 주도로 유니온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을 교사로 써서 VBS를 열었는데 어느해 여름엔 5개의 학교에 1천여명이 모여드는 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1922년엔 보빌 박사 주도로 '세계 매일 여름 성경학교 협회'가 발족되기도했다.

한국에선 1921년 YMCA가 주도하여 여름성경학교 지도자 훈련을 했다는 기록이 있고 그다음해인 1922년 평북 선천에서 북장로교회 여성 사역자인 사무엘 선교사 가 교사 5명과 학생 100명이 참가하는 성경학교를 운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것이 VBS의 효시로 남아있는 기록이라고 한다.

이 여름성경학교는 처음엔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중고등학생과 청년층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여름성경학교가 한국에선 점점 종적을 감춰가고 있다는 서글픈 소식이 들려온다.

'서울의 베버리 힐스'라는 부자동네 강남구 주변의 교회들에겐 주일학교가 시들시들하다 못해 여름 성경학교도 독립적으로 열기가 어려워 여러 교회들이 연합하여 '옴니버스 여름성경학교'가 열리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없어서 주일학교가 '개점휴업'인 교회가 늘고 있다니 이게 웬일인가?

여름성경학교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자꾸 서글퍼 지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이런 난감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가슴에 찔리는게 없는 모양이다.

무슨 감투나 쓰겠다고 선거판을 벌여 돈으로 표를 모으고 어느 구석에서는 부정선거 목격했다고 세상법정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이들은 정말 여름성경학교나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있다는 한국교회의 캄캄한 현실을 모른척 즐기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젠 해도 안된다는 패배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일까?

<크리스찬 위클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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